“북, 지원없이 생산증대 독려…허위보고 양산”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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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지원없이 생산증대 독려…허위보고 양산”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연합뉴스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 당국이 곡물 생산과 유통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농장법과 양정법 개정에 나선 건데요, 문 박사님, 알곡 예상수확고의 판정과 알곡의 무수매계획의 시달과 관련한 조항이 수정됐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밝히고 있는데 어떤 내용일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문성희 우선 북한이 어째서 이 시기에 농장법, 양정법 개정에 나선 것인지, 그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양곡 수매 등 식량유통 과정에서 여러가지 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서 법률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에도 2005년에 양곡전매제를 실시했을 때 시장의 쌀 가격이 많이 폭등해서 사람들이 쌀을 제대로 못 사게 되었기 때문에 쌀을 비롯한 알곡에 관해서는 시장에서의 판매를 금지해서 양정도매시장에서 국정가격으로 팔도록 했습니다. 이번에도 결국 시장에서 쌀을 비싸게 팔거나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협동농장에서 국가에 바치는 알곡량이 적어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쌀이나 알곡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 대체 얼마나 알곡을 수확할 수 있느냐 하는 예상을 정확히 내도록 하고 그것을 국가기관이 검열하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알곡을 무수매, 그러니까 수매하지 않는 그런 계획의 시달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농장에서 곡물을 비축하겠느냐 하는 숫자에 관한 보고 등과 관련해서 조항을 수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앞으로 북한 곡물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움직임이 포착될 지 그것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신문 등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번 농장법, 양정법 개정의 내용이 어느 정도 밝혀진다고 봅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법률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것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물론 헌법 같은 것이야 전문 게재하지만 작은 법률들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것을 일일이 전문 게재는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모든 법률를 모아 책으로 편찬해서 판매합니다. 이건 북한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책들을 구해서 법률을 연구합니다. 물론 비공개로 입수하는 수단은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내용이 전달되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법률에 관해서는 북한 내부의 연구자들에게서 내용을 전달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연구자들은 자칫 잘 못하면 국가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밝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법률 묶음 책이 나오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가는 시간이 많이 지나가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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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황금평 들판의 모습. /연합뉴스

<기자> 그런가 하면 양정법에서는 양곡수매와 가공, 판매 등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우기 위한 문제들이 보충됐다고 밝혔는데요, 양곡 수매 과정에서 비리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군요.

문성희 네, 앞서 말했듯이 그런 측면이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에 북한 국내경제의 대가인 이기성 사회과학원 교수에게서 강의를 받았습니다.  2005년부터 양곡전매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양곡전매제는 아직 실시되고 있는가?” 라고 물어보았지요. 그랬더니 식량공급질서에는 변화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 비해서 쌀 가격이 2011년에는 소폭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쌀을 국정가격으로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모든 국민들에게 공급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고 있었습니다. “한달에 30일분 다 줘야 할 것을 못 주는(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식량이 긴장할(부족할) 라는 것이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은 그때도 지금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성적인 측면이 있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사람들은 지역시장이나 암시장 같은 곳에서 쌀을 구할 수 밖에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쌀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올라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농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장에 쌀을 자꾸 가져가려고 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국가에 쌀이 안 올라가게 된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알곡을 둘러싼 비리라고 하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장 뿐 아니라 자기 집에서 비축해놓았다가 쌀 가격이 오르면 판다든가, 암거래를 한다든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에서 쌀 수확량에 대한 허위보고가 너무 많아 허풍방지법’까지 제정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당국이 농장에 대한 지원은 안 해주면서 생산 증대만 독려하니까 생긴 부작용 아닌가요?

문성희 국가에서 비료나 농기구 등을 제대로 보장해줄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이상 북한 농장에서는 자발적으로 비료나 농기구 등을 조달해서 쌀을 비롯한 곡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가 내린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농장들도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가 내린 생산량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대로 당국이 농장에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생산 증대를 독려하니까 농장 입장에서는 허위보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겉으로 성과만 과시되고 실제 현실은 따라가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생기겠지요. 당국은 올해 쌀이 600만 톤 생산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데 사실은 400만 톤 밖에 안 된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국의 계획이 다 무너지게 됩니다. 북한에서는 쌀만이 아니라 경공업 제품 등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게 있지요. 그러니까 너무 계획을 앞세웠다가는 결국 나라의 경제를 망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결국 이런 조치가 해결 기미가 없는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농민들만 더 쥐어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인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대부분 농민들에게는 고생이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국이 엄청난 생산량을 요구하게 되고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처벌을 한다든가 그런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제대로 농기구도 안 주면서 생산량만 올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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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덕훈 내각총리가 지난해 9월 평안남도 평원군 삼봉협동농장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기자> 김정은 정권 들어 한 때 포전담당책임제와 농장책임관리제가 도입되는 등 협동농장에 자율성이 확대됐는데 이제는 이런 정책들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북한의 농업정책,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문성희 북한은 정책을 세워도 그렇게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포전담당책임제나 농장책임관리제 같은 정책은 경제개혁정책이기 때문에 성과가 제대로 안 나오면 반발이 커지고 결국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 정책은 좋은 정책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부활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농업정책이라고 해도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올려주는 그런 정책이 아니면 결국은 실패하게 됩니다. 포전담당책임제가 어째서 한때 성공했는가, 농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는가 하면 포전을 담당하는 인원수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은 생산물의 처분권을 농민들에게 주었다는 것이지요. 인원수가 적어지면 가족끼리 하나의 포전을 담당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생산물은 가족들끼리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모두 열심히 일하게 되지요. 그리고 처분권을 농민들에게 주면 그것을 시장에서 팔고 돈을 벌게 되는 농민들이 생깁니다. 농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고생해서 일한 보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농업정책으로밖에 갈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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