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년 경제전망도 암울…국경봉쇄 풀어야”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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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내년 경제전망도 암울…국경봉쇄 풀어야” 평양 보통강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식품을 사고 있다.
/AP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의 중산층이 최대 1천만 명에 이르고 월 100달러 이상을 소비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을 오가실 때 중산층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셨을 텐데요, 북한의 중산층,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북한에서 중산층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중산층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은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북한의 중산층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한국의 연구 결과도 있던데 저도 이 분석에는 동의합니다. 하나는 당, 국가, 군에서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지요. 저같은 해외동포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중산층이라고 하면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생활을 매일 함께하면서 도움을 주는 안내원이나 운전기사, 그리고 호텔에서 만나는 직원들은 중산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하루하루 힘겹게 생활하고 있고 노임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함께 하면 제가 100% 돈을 내줬습니다. 다만 이런 안내원들 중에서도 가족이 장사를 하는 경우에는 비교적 잘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동생이 미용실을 경영하는 안내원은 저를 포함해 여러 재일동포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주었습니다. 운전기사 중에는 딸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었어요.

1996년에 만난 한 사람은 정말 잘 사는 듯했습니다. 당시는 고난의 행군 시기였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런데도 돈이 있는 곳은 여전히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름이나 직업 같은 세부적인 것은 잊어버렸지만 그 사람은 요즘으로 치면 벤처기업, 즉 모험적인 사업을 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나이는 40대 정도였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기사화는 안 되었습니다. 고위급 당 간부와 직접 연계가 있던 사람인데 옷도 잘 입고 있었고 집도 괜찮았습니다. 밖에서 보면 보통 아파트인데 집 안에는 고급 가구 등이 있고 매우 잘 사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그 사람은 그 당시 잘 볼 수 없었던 김정일 위원장의 휘장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굉장히 높은 급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전시장이라고 불리우는 상점이 있는데 거기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고급 가구나 옷, 뭐 그런 것밖에 진열이 안 되는데 거기서 쇼핑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데서 쇼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마도 중산층 이상 사람들이 그런 장소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대학 교수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 교수는 장사를 하면 안 되었으니까요. 반면 의사는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일할 뿐 아니라 몰래 비밀리에 집에서 환자를 받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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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책 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살림집(아파트) 내부 모습. /연합뉴스

 

<기자아무래도 신흥 부자들, 돈주로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돈을 벌어 부를 축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제가 알기로는 고난의 행군시기에 200(당시의 공정환율로 100달러)밖에 없었던 사람이 재혼한 남편 덕분에 호텔을 경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북한의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뒤 식당을 경영하다가 성공한 여성 등의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국가기관에서 일을 해서 월급을 받는 것보다 장사를 한 번 성공시키면 부자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장사를 하려면 자본금과 경영자금이 필요한데, 모든 사람들이 자본금이 있어서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사를 해서 한 번 돈을 벌어보자고 결심한 뒤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게 됩니다. 물론 이자가 붙지요. 장사가 잘 되면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빚을 떠안게 됩니다. 결국 부가 일부의 돈주에게 집중되는 것입니다. 돈주 중에는 부동산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표면상 아파트 등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공급을 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고 월세도 그리 비싸지 않다고 선전합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바로는 개인끼리 부동산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결혼 등으로 자식들이 집을 나가서 고령자 부부만 살 게 될 경우, 넓은 집은 필요없기 때문에 좀 더 교통이 좋은 장소로 옮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한편으로 다른 부부는 아이를 낳거나 부모들과 함께 살게 되어 지금 집이 너무 비좁다고 합시다. 그렇게 되면 거래를 하고 집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것을 중개해주는 부동산 업체는 서로에게서 소개료 같은 것을 받게 되지요. 이런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평양에 새로 생긴 고층 고급아파트의 건설 자금의 일부를 돈주들이 부담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돈주들도 다만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배당받게 되지요. 그것을 비싼 값으로 팔거나 빌려주게 되면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부동산 등으로 돈을 축적하는 돈주들이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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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맞아 평양 중앙동물원에는 가을나들이에 나선 북한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

    

<기자김정은 집권 이후에 중산층을 겨냥한 듯한 놀이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고급식당도 문을 열었는데요, 돈주를 포함한 중산층이 가지고 있던 달러를 국가가 거둬들이려는 의도도 있다는 평가입니다. 어떻습니까?

문성희 그런 측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돈주들은 돈이 있어도 쓸 때가 없지요. 그들이 돈을 쓸 곳을 국가가 마련해주고 그것으로 국가는 돈을 거둬들일 수 있다면 좋은 것이죠. 북한은 오락거리가 많지 않습니다. TV프로그램은 이념을 강조하는 교양적인 것이 많고 드라마나 영화도 교양적입니다. 영화관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돌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도 옛날에는 코미디 같은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한해서 방영되는 만수대TV의 러시아나 중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휴일에 놀러가는 유희장이나 식당도 적습니다. 그래서 결국 돈주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쓸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여행이나 국내여행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기자그런데 최근에는 돈주들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문성희 그런 정보는 직접 듣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돈주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을 고리대로 빌려주고 돈을 축적하거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버는 것이 돈주라고 한다면 지금 일반 사람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서 장사를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때는 코로나로 외출이 금지되어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사람들도 없어졌지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새로 장사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말입니다. 그런 상황 등을 고려하면 돈주들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이런 상황이 북한 경제가 올 해에 이어 내년에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역시 문제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를 언제 완전히 푸는가 하는 데 달려있겠지요. 러시아와의 국경이나 단둥-신의주간 운반통로가 열렸다는 움직임이 보도되기는 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 개방이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재일동포들은 아직 북한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총련계 동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가 북한에 요구해서 북한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인가?”하고 물어보았는데 그런 것이 가능할 수가 없지 않는가라는 대답이었어요. 가족이나 친척들의 생활이 괜찮은지 걱정이 되는 재일동포들도 적지 않다고 보는데 북한 당국이 빨리 국경을 개방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외국에서 물건이 들어와야 국내 경제도 돌아가게 되지요. 돈주가 아무리 장사를 하려고 해도 물건이 안 들어오면 장사 자체를 못하지 않습니까. 저는 내년에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지 아니면 내년에는 경제가 회복되는지 그것은 전면적으로 북한 지도부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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