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기업마다 개성에 따라 5개 국어로 제품 홍보
[기자] 박사님. ‘조선의 무역’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북한 상품이 소개돼 있습니다. 북한 상품을 홍보하고 팔기 위한 웹사이트인 것 같은데요. 영어, 조선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도 볼 수 있는데, 북한 상품을 보신 박사님의 첫인상은 어떠셨습니까?

[문성희] 네. 저도 홈페이지를 봤는데, 북한에서 생산하는 여러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생활용품과 식료품뿐 아니라 정보 통신 관련 상품도 있습니다. 또 이런 상품들이 동영상으로 소개되는 것도 특징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공되는 언어도 조선어,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가 있는데, 제가 주목한 것은 일본어가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일본과의 무역 재개도 노리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양한 동영상이 있는 것도 특징이었는데요. 3~5분 정도로 기업과 상품을 소개하는데, 기업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소개했는데, 지금은 각각 개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를 유치하는 페이지도 있는데요. 이 홈페이지가 외국인 투자 유치뿐 아니라 북한과 무역 장려, 또는 합영, 합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기자] 박사님께서 북한 상품을 보시면서 개인적으로 눈길이 갔거나 인상적이었던 제품이 있나요?
[문성희] 우선 '은파산' 가방입니다. 주로 여성 가방을 다루고 있는데요. 디자인이 외국 명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련됐다는 뜻입니다. 또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나 버버리(Burberry) 디자인과 흡사한 가방도 있습니다. 북한 디자이너들이 직접 생각한 것이겠지만, 외국의 명품 가방을 참고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매우 재미있는데, 가방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과 인터뷰해서 상품을 광고하는 방식이 취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자본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눈길이 갔는데, '경흥은하수음료공장'에서 생산하는 생맥주 등 음료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장이 정말 세련됐는데요. 흔히 북한에서 맥주라고 하면 '대동강맥주'가 유명한데, 이 밖에도 '은하수 생맥주' 등 다양한 맥주가 나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내수 경기를 위해 생산하고 있다고 보지만, 북한 맥주는 수출해도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맥주가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저도 개인적으로 북한 상품의 포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한국 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김치를 비롯해 정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 같았는데요. 여기 소개된 상품의 품질은 어떨 거라고 보십니까?
[문성희] 코로나 대유행이 있기 전 북한을 방문했던 친구로부터 북한에서 만든 초코파이와 화장품 마스크를 선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포장지가 너무 세련돼서 놀랐고, 지금도 포장지를 갖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망설였지만, 품질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해가 없도록 말한다면, 세련미와 촌스러움이 공존한다고 할까요. 한국에서 유명한 새우과자와 비슷한 북한 새우과자 포장지도 봤는데요. 아무래도 한국 제품을 참고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여기 소개된 상품의 품질도 많이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또 하나는 ‘평양기술총회사’가 북한의 스마트카드나 증강현실, 가상현실, 인공지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술력을 수출한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북한의 과학 기술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중국 내 기업으로 인력을 파견한다는 의미일까요?
[문성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의 기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과학 기술력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군사 과학기술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민생부문에서 덜 발전했을 수 있지만, 그렇게 제재를 받고 다른 나라들과 기술 교류도 제대로 못 하는 나라가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것은 대단하지요. 제가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 공장이나 기업소에 가면 중앙 컴퓨터실이 있었는데, 거기서 모든 공정을 조정하거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들이었는데, 북한의 과학 기술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중국 기업에 파견할 수 있는 인력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에는 김정일 정권 시기에 '과학제일주의'와 같은 구호를 내걸고 과학기술자 양성에 국가적인 힘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인데요.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비롯해 북한에서 영재를 키우는 학교들이 도마다 있었고, 그 학교의 졸업생들이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이과대학을 비롯한 엘리트 학교에 진학합니다. 이과 계통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군대에 가는 것도 면제되니까 모두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서 과학기술을 수출하거나 과학기술 인재를 파견하는 것은 현실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지금까지 북한에서 소개하는 상품과 기술력을 짚어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조선의 무역’이라는 웹사이트가 효과적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단지 홍보용에 불과하다고 보십니까? 참고로 지금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대표적인 무역 상대국은 중국, 러시아에 불과한데요.
[문성희] '조선의 무역'이라는 웹사이트가 나오기 전에도 북한에서는 1984년에 합영법을 채택해 서방 국가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무역, 합영 등을 추진하기 위한 홍보사업을 했고요. 1991년에는 나선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각 나라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설명회나 홍보 등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지 않아도, 충분히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시대이지요. 물론 북한이 지금도 코로나를 경계해 국경을 완전히 열지 않은 상태이지만, 앞으로 더 국경을 열어가겠죠. 말씀하신 대로 무역수지를 보면 무역 대상국 1위가 중국, 2위가 러시아인데, 하지만 꼭 이 두 나라와만 무역하는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나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호주 등도 무역을 하기 때문에 무역 상대국이 중국과 러시아뿐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일본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