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서방 국가들 대북 외교 재개 … 인권과 개혁∙개방에 큰 의미
<기자>마키노 기자님. 최근 유럽 각국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일시 폐쇄했던 북한 주재 대사관을 4년 만에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북한 중국 대사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독일 외무부 대표단과 주북 스웨덴 대사 내정자가 북한을 방문했고요. 또, 영국과 스위스도 북한 주재 대사관을 열기 위해 평양 방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방 국가들의 북한 주재 대사관 재개 여부는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독일과 스웨덴 등 서방 국가들이 북한 주재 대사관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작년 10월까지 서방 국가에게 "곧 외교관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렸습니다. 서방 국가들은 작년에 업무 재개를 희망했지만, 북한에서 코로나 상황이 지속돼 이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올봄, 오는 4월 경 재개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최근 쿠바와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을 발표한 직후 독일과 스웨덴의 외교 당국자 방북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과 쿠바의 접촉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서방 국가들의 대사관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연히 겹친 일정에 불과하며, 분명한 근거를 가진 분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최근 독일 대표단의 방북은 북한 외무성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주재하는 서방 국가 대사관들은 북한 당국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먼저,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게 된 배경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1세기 초, 프랑스 등 일부를 제외한 유럽연합 국가들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햇볕 정책의 하나로 유럽 국가들에게 북한과의 외교 관계 수립을 권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한국은 서방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유럽 국가들도 2005년 5월, 당시 유럽연합 의장국 총리를 포함한 대표단을 평양에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유럽연합과 관계에서 인권에 관한 대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태영호 국회의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적 고립을 회피하고 미국과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유럽연합에 접근했으며, 실제로 인권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의사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계기로 북한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 외교 관계가 구축됐습니다. 과거의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연합은 대북외교에서 인권 문제에 매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이 북한에서 다시 외교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인권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에 주재하는 대사관 직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마키노 요시히로]일반적인 외교관으로서 북한에 파견될 경우,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제한된 활동을 하게 됩니다. 평양 내에 위치한 대사관들은 '대사관가'라 불리는 특별한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외교관들이 평양 시민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평양에 대사관을 두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토마스 쉐퍼 대사가 증언한, 독일 대사관에서 열린 연회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가진 유익한 대화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초기에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이 그에 관해 이야기할 때, 김 총비서를 '존경하는'이란 호칭이나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이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증거였습니다. 또한, 쉐퍼 대사가 평양 시내를 차로 이동할 때 서양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 번은 사거리에서 차량을 멈추고 창문을 열었을 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평양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북한 주재 외교관으로서 겪을 수 있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보여줍니다.

<기자>서방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주재 대사관의 활동과 역할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우호국으로서 다른 서방 국가들에 비해 우대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국경을 폐쇄중이던 지난해 3월, 새로운 중국 대사 왕야쥔의 평양 부임이 발표됐습니다. 이어,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방북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동행하며 평양과 러시아를 오갔습니다. 평양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 대사관은 종종 북한 고위 당국자를 연회에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탈북한 전 북한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중국 대사관에서는 매일 저녁 외교관들이 탑승한 자동차가 대사관을 떠나 밖으로 나가는데, 북한 국가보위성이 이를 감시하려고 미행을 시도합니다. 미행을 피하지 못한 자동차는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가지만, 미행을 벗어난 경우에는 외교관들이 차에서 내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승객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정보 수집 활동을 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대게 외형상 아시아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어렵지만, 러시아 대사관 마당에는 북한 시민들이 민원을 적은 종이를 던지기도 합니다. 이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정보 수집의 방법으로 계속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일 간 비밀 접촉은 기대하기 어려워
<기자>마지막으로,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일본에 입국했습니다. 북일 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경기는 오는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4차전 경기는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현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이번 축구 경기와 관련해 조총련 측에 할당된 약 3천 장의 티켓이 이미 전부 매진된 상태입니다. 이는 지난 여자 축구 경기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입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들은 북한과 축구경기를 계기로 오는 금요일(3월 22일)부터 평양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북일 간의 외교 접촉은 2014년 스톡홀름 합의 이후 2015년에 중단된 바 있어, 현재 일본 외교관들은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축구 경기를 통해 언론 관계자들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비밀 접촉 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 외교관들을 알아가고, 북한만의 특유한 절차 등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일본은 핵 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과 교류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사관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연락사무소 설립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북일 외교는 다른 나라들의 대북 외교에 비해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번 움직임이 북일 간의 외교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