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화벌이 미진한 공관 폐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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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최근 북한이 전통적으로 우방으로 여겨지는 앙골라와 우간다에 주재하던 대사관을 연이어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폐쇄하기로 한 이 두 대사관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과거 김일성 주석의 프랑스어 통역을 담당했던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는 저에게 앙골라와 우간다가 오랫동안 북한과 우호 관계를 맺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고 특별보좌은 두 나라 대사관에 출장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앙골라 대사관에는 대략 5명의 직원과 수산 대표부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 어선이 아프리카 해안에서 어업을 할 때 지원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과 관련된 김현희 씨의 아버지도 당시 앙골라 수산 대표부의 부대표였다고 합니다.

우간다는 1970년대 대통령 이디 아민이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친분을 맺으며 오래동안 우호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북한은 우간다에 군사 고문단을 파견하고 소총, 대전차포 등 다양한 군사 자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6년 쿠데타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최초로 지원한 나라가 북한이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북한 대사관은 당시 혼란스러웠던 우간다 수도의 상황에서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공개된 영화 '잠복'(The Mole)에서는 북한 무역회사가 2017년 우간다의 빅토리아 호수 근처 섬의 지하에 군수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엔의 강력한 제재 결의로 인해 우간다에 파견되었던 북한 군사 고문단도 철수한 모양입니다. 앙골라와 우간다에서 경제 활동이 점점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여 북한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앙골라와 우간다의 두 대사관이 가지는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앙골라와 우간다의 지도부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또한, 이 두 나라는 유럽처럼 엄격한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외화를 벌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고 특별보좌에 따르면, 무슬림 국가들에 술이나 담배를 밀수하거나 각국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방법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히로뽕과 같은 불법 약품을 판매하는 북한 외교관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까지 북한은 이런 소규모 재외공관에도 연간 수 만 달러를 송금할 여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번 돈을 충성 자금으로 상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 외무성 내에서는 (미화) 10만 달러를 상납하면 국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고, 20만 달러를 상납하면 부상, 즉 차관급에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러시아나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사관이 본국으로부터의 송금 지원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북한 외교관들이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앙골라와 우간다에서는 무역 관련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위법 행위를 묵인받는 방식으로 대사관을 유지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19년 12월까지 모든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를 송환하라는 유엔의 결의와 외교관들의 자급자족 생활조차 어려워진 상황이 되면서 북한은 대사관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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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ng Nam 2014년 10월 30일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우간다 의회 방문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 (STR/AP)

<기자>북한은 이번에 아프리카 지역 공관을 철수하기 전까지는 전 세계에 53개국에 공관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공관 운영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북한은 영국과 유럽 내에서도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는 법치주의가 철저한 나라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불법 행위를 하던 북한 외교관들이 체포되거나 추방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에는 스웨덴 세관이 (러시아산) 담배 23만 개비를 스웨덴으로 밀반입하려던 북한 외교관 (부부) 2명을 체포했습니다. 몽골, 터키, 방글라데시에서도 2000년대부터 2010년대에 걸쳐 마약 밀수 혐의로 북한 외교관들이 연이어 체포되었습니다. 독일의 북한 대사관은 일부 시설을 상업용 숙박업소로 대여하였고, 불가리아 (소피아의) 북한 대사관은 결혼식장으로 일부를 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외화벌이를 위한 이러한 불법 임대 행위 등이 (국제)조약 및 유엔 결의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뒤따르며, 이제는 이러한 활동을 계속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프리카를 넘어 다른 지역의 북한 대사관 운영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1월 3일 담화에서 “변화된 국제 환경과 국가 외교 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 주재 외교 대표부들의 철수 및 신설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영환 특별보좌는 북한이 재외 공관의 구조조정을 검토하면서 기니와 세네갈 등 10개의 공관 철수를 고려했다고 합니다. 이는 재외 공관의 구조조정 첫 단계일 수 있으며,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폐쇄하는 대사관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북한의 이번 결정이 향후 북한의 외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일반적으로 외교 활동은 대사관이나 재외공관을 설치하여 상대방 나라에 자국의 주장을 전달하고 상호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외공관을 철수한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국가의 외교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북한의 외교는 다른 나라들의 외교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나 무역 활동을 통해 상대 국가에서의 이해도를 높이려 하지만, 북한은 모든 외교 활동을 최고 지도자의 권력 유지에 활용합니다. 1990년대까지 북한은 한국을 앞서려는 목적으로 유엔 가입 경쟁이나 체제 경쟁에서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접촉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의 대상이 되었고, 북한의 독재 체제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여러 나라에 주체사상 연구회나 조선 친선협회를 설립하여 선전 활동에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논문을 대신 작성하고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하여 발표회를 개최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때문에 조선중앙통신에서는 가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주체사상 연구회가 개최되었으며 김정은 총비서의 사상에 대한 칭찬이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북한은 외화 벌이를 위해 사이버 공격을 통한 자금 조달에 주력하고 있으며, 주체사상 연구와 같은 활동은 처음부터 실체가 없었기 때문에 대사관 폐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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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AP (Manu Fernandez/AP)

<기자> 외화벌이 성과가 미진한 데 따른 재외공관을 하나씩 폐쇄하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북한 당국의 외교관들에게 미치는 개별적인 영향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북한 외교관들에게는 분명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 외무성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약 200명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 중 해외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25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1990년대에는 80개 가까운 재외공관이 있었지만, 현재는 50여 개로 줄었고 앙골라, 우간다, 홍콩, 스페인 등의 공관 폐쇄도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고 특별보좌에 따르면, 앞으로 10개 정도가 더 폐쇄될 가능성이 있어, 이는 곧 해외 파견 외교관 수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북한 외교관에게 해외 근무는 외화를 벌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으며, 이를 통해 승진하고, 자녀 교육이나 의료 등에 필요한 뇌물을 제공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관은 결혼에 있어 이상적인 직업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외화벌이 기회가 줄어들면 외교관을 희망하는 이들도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