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출 1위 ‘가발∙속눈썹’ 작업 환경 열악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4.03.21
북 수출 1위 ‘가발∙속눈썹’ 작업 환경 열악 2023년 11월 16일, 중국 산둥성 핑두의 문셰리 작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인조 속눈썹을 만드는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REUTERS

앵커: 인조 가발, 속눈썹 등이 북한의 수출 품목 1위를 기록하며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효자품목이 됐지만, 이를 만드는 북한 주민의 작업 환경은 점점 열악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국가가 무역을 주도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낮아졌을 뿐 아니라 밤에도 어두운 환경에서 작업하다 보니 급격한 시력 저하를 겪는 주민이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어린아이들까지 작업에 뛰어드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주민의 노동력을 싼값에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북한 수출 1위 품목 뒤에 감춰진 노동 환경 실태를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도 북 주민에겐 생명줄

 

[이시마루 지로] 작업할 때 너무 한 곳을 봐야 하니까 (눈이 나빠져서) ‘시장에서 돋보기가 다 팔리고 없어졌다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을 보면 가발 혹은 속눈썹 가공을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은이] 농촌 같은 경우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돈 벌 수 있는 수단이 생기니까 학교를 안 가고 참여하는 거죠.

 

[지철호] (노동 환경이) 더 열악하다 해도 북한 주민들은 해낼 거예요. 북한 주민에게는 노동 환경이기 전에 생명줄입니다. 식량을 얻을 수도 있고요. 일감 자체가 생명의 동아줄입니다.

 

지난 1월 공개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에 총 1680톤의 인조 속눈썹과 가발, 수염 등 임가공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는데, 금액으로는 미화로 약 1 6700만 달러에 달합니다.  

 

2023년 한 해 북한의 대중 수출 가운데 인조 속눈썹과 가발 등이 차지한 비중은 약 60%로 전년보다 13배가 급증했으며, 1월을 제외하고는 북한 수출 품목 중 1위를 유지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2016년부터 가발과 속눈썹 가공에 필요한 원재료를 중국으로부터 다량으로 수입한 뒤 국내 인력과 생산시설을 이용해 물품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중국에 재수출하는 무역을 크게 늘려왔습니다.  

 

이처럼 가발과 속눈썹이 북한의 주요 수출품이 된 배경에는 2017년 이후 강화된 대북 제재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임가공 제품이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겁니다.  

 

또 임가공 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이에 관한 노동력도 많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를 만드는 북한 주민의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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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1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우정의 다리 위를 트럭들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4) 자유아시아방송(RFA)민간사업이던 임가공업을 국가가 본격적으로 통제하면서,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가 더 나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무역회사별로 속눈썹과 가발 등을 만들 고정 또는 임시 인력을 채용하고, 근로자에게 한 달 기준 쌀 25kg, 콩기름 1L, 그리고 중국 돈으로 100위안을 지급하곤 했습니다.

 

또, 가발 한 개를 만드는 데 보통 3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리고, 가발 하나당 쌀 2~5kg 정도를 받았지만, 이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사람들의 인건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금 수입 자체가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도시에서 적은 금액밖에 안 주는 조건에서도 사람들이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아마 속눈썹, 가발 등은 수요가 많아 일자리도 많아졌겠지만, 현금 수입이 줄어든 도시 주민들이 (인건비가 떨어졌음에도)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겁니다. 그만큼 현금 조건이나 보너스 조건도 많이 나빠졌을 거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정착지원실장도 13 RFA에 배급 체계가 무너진 북한에서 3일 일을 해 쌀 2~3kg을 받을 수 있다면 북한 주민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노동 조건이라고 설명합니다.

 

[지철호] 북한은 일단 쌀, 식량 등이 현물 가치로 매길 수 있는 가장 높은 가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게 노동의 대가로 적절하냐, 적절하지 않냐라고 물을 때, 외부에서 보면 당연히 말도 안 되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일을 하면 남자들의 경우 하루에 15만 원(미화 110달러) 정도를 버는데, 이는 쌀을 거의 50kg을 살 수 있는 금액이죠. 하지만 북한은 3일 일해서 쌀 2~3kg을 받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그 정도 노동의 대가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북한에서는 노동자가 한 달 월급으로 쌀 1kg도 사기 힘든 상황입니다. 북한에서 3일 정도 일을 해서 쌀 2~3kg를 번다면 저라도 쟁취해서 일감을 가져오고 싶을 정도입니다.

 

임금 삭감, 인센티브 폐지주야간으로 조명도 없이 일하기도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고 민간 무역이 위축되면서 속눈썹과 가발 등을 만드는 북한 주민들의 수입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쌀이나 옥수수 정도만 지급되고, 과거 무역회사에서 주던 추가 수당이나 공급은 사라졌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이전에는) 무역회사가 재량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품을) 잘 만들어 많이 수출하면 돈벌이가 되니까 경쟁적으로 인재를 모집했죠.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국가 통제가 심해지면서 무역회사의 재량권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국가가 거의 동일한 대우와 조건을 만들고 진행하고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국가 주도의 무역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작업량도 많아지면서 적은 임금이라도 받으려는 노동자들이 야간에 어두운 방에서 조명도 없이 촛불 밑에서 작업하다 보니 급격한 시력 저하를 겪는 주민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원도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임가공의 경우 출근이 아닌 집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노인이나 주부, 장사할 수 없는 사람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임가공 노동의 단가가 매우 낮기 때문에 온종일 일해야만 겨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정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정은이] 농촌의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노동을 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돈 벌 수 있는 수단이 생기니까 학교를 안 가고 참여한다고 해요. 그래서 북한 농촌에서 잘 못 사는 애들 중 글을 못 읽는 아이도 있습니다. 일단 농촌의 경우 도시보다 취약하잖아요. 생계에 내몰린 아이들이 많습니다. 생계에 내몰렸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고, 학교 가는 것보다 이거 하나 더 하는 게 돈 버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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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2일, 공장 노동자들이 북한 원산의 한 신발 공장에서 재봉틀을 작동하고 있다. /AP

 

북한 주민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대가를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15RFA북한에서 물건을 만들어 중국에 보내면, 중국에서 완제품을 받은 사람이 돈을 보내야만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가발을 만들고, 이를 검수해 중국으로 보낸 뒤 다시 확인을 거쳐 대금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만큼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의 관측입니다

 

[대북 소식통] 아마 물건 보내고 나면, 한 달 이상이 걸릴 거예요. 몇 푼이라도 노임을 받으면 잘 받는 겁니다. 뭐가 잘 안되면 그나마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완전히 금싸라기 같은 돈이란 말이에요. 식량도 조금씩 사 먹고 해야 하는 건데, 그나마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많고요. 눈물겨운 얘기에요.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가운데 속눈썹과 가발 수출은 외화벌이의 효자 품목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 당국에 16천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다 준 속눈썹과 가발.

 

하지만 그 뒤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적은 임금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의 노동 착취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각 무역회사가 가진 재량권으로 북한 주민의 노동력을 인정하고 그만큼 대우해 줬지만, 지금은 국가가 무역을 주도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를 위해 노동력을 싼 값에 악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결국, 국가 차원의 외화벌이잖아요. 인민 복지, 인권에 대한 생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착취죠. 외화를 벌기 위한 착취 구조. 해외 파견 노동도 그렇고, 국내 임가공도 똑같은 구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은이] (눈썹과 가발이) 제재 항목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게 증가 추세라는 점은 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계속 제재에 적응하고 있고, 이게 또 늘어날 가능성은 많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놀고 있는 노동력이 많을 수록 임가공을 할 수 있고요.

 

북한에서 속눈썹과 가발을 비롯한 임가공업이 외화 획득을 위한 착취 구조로 전락한

가운데 북한 주민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지철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제적인 눈높이에서 보면 (북한 노동 환경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북한 주민들은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살아내야 하다 보니 발버둥 치는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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