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곡물보다 비싼 생선… 북 주민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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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코로나에 대한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북한의 어업 활동이 재개된 가운데 도시로 유통되거나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의 종류가 코로나 기간보다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하는 양이 적고 가격도 비싼 편인데요. 웬만한 쌀과 옥수수 1kg의 가격보다 비싼 탓에 북한 주민은 수산물을 사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높은 연료비와 북한 당국의 통제 등으로 개인의 어업 활동과 수산물 유통이 어려워진 것도 수산물이 비싼 이유가 되고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수산물 생산 목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비싼 연료비, 통제 등으로 어업 활동 쉽지 않아”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 수산업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올해 김정은 정권이 “알곡뿐 아니라 수산물 생산 목표도 무조건 점령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난 시점에 요즘 북한의 수산업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직접 조사해 보셨다고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걸쳐 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취재협조자에게 동해 지역의 어업 현황과 수산물 유통, 거주지의 판매 상황 등에 대해서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아쉽게도 서해 지역 상황은 알 수 없었는데요. 동해 지역의 어업 기지와 항구 상황, 수산물 유통, 그리고 시장과 국영상점 등에서 판매 상황 등을 조사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조치가 풀린 이후 함경북도 청진과 김책, 함경남도 함흥 등에서 어업 활동이 재개됐는데요. 이에 따라 많은 도시의 시장과 국영상점 등에서 수산물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두 도시에서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어업 자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기간에 비해 유통되는 수산물 종류가 많아졌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요즘 국영상점이나 시장 등에서 많이 팔리는 어종은 무엇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한 도시의 장마당을 조사했는데, 판매하는 생선 종류와 가격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요즘 많이 팔리는 게 임연수어고요. 가자미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루메기라든지 명태, 송어, 청어, 게, 그리고 마른오징어 등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판매량과 가격이 과거와 비교해 어떤지를 물어봤는데요. 우선 (수산물 종류는 많아졌지만,) 판매량 자체가 많다고는 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전보다 양이 감소했고, 수산물값도 코로나 대유행 이전보다 비싸졌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첫째는 지난 3~4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어업에 대한 제한이 많지 않았습니까. 바다로부터 비루스(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안 된다는 방역 차원에서 출항 자체에 많은 통제가 있었습니다. 또 최근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제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북한에서도 기름값(연료)이 아주 비싸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어선들이 이전처럼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이 수산물 생산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이유는 외화벌이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 주민에게 풍족히 공급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질적으로 그런 혜택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산물 가격을 보니 많이 비싸네요?

[이시마루 지로] 그래서 이번에 수산물 가격도 조사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수준에 비하면 북한 생선들의 가격이 매우 쌉니다만, 북한 현지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비싸졌다고 합니다. 또 지금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쌀이 1kg에 약 5천 원, 옥수수가 1kg에 약 2천 원 정도 하는데, 비슷한 가격으로 생선 한두 마리나 1kg을 구매하는 것보다 곡식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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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한 도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 가격표 / 제작- 김태이

[기자] 조사하신 시장의 수산물 가격표를 보니까 임연수어 두 마리에 북한 돈 3천 원, 가자미 두 마리에 5천 원, 명태 두 마리에 1만 원, 게 1kg에 2만 4천 원 정도 하는군요. 마른오징어는 1kg에 6만 원 전후에 팔리는데, 이런 가격이라면 일반 주민들이 쉽게 사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북한 돈 1천 원이 한국 돈으로 약 160원 정도 됩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한국이나 일본의 수산물보다 매우 싸죠. 하지만 생선은 아무래도 부식물이니까 이걸 구매하는 것보다, 쌀이나 옥수수를 구매하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바다에 못 나가는 개인 배 많아 … "전반적으로 수산업 부진"

[기자] 조금 전 어업 활동은 재개됐지만,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출항 자체가 어려워졌고,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경계 때문에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시마루 지로] 맞습니다. 지금 김정은 정권에서 "수산업에 많이 주력하라", "열심히 고기잡이를 해서 인민들에게 물고기를 잘 제공하라"는 지시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역시 북한 수산업 전체가 큰 부진에 빠져 있다고 전해왔어요. 그 이유로는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북한이 바다의 어업권을 중국 업자에 많이 팔았다'라는 정보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중국의 큰 배가 와서 다 잡아가니까 수산 자원 자체가 많이 고갈됐다고 합니다. 그 문제가 많이 심각하고요. 그렇다면 좀 먼 바다까지 나가야 하는데, 역시 기름값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개인의 경제 활동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강한 통제와 단속도 영향이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 배가 나가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기관사업소 산하의 간판을 빌려 바다에 나갈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어획량의 30~40%를 간판을 빌려준 기관에 바쳐야 하고요. 또 기름값은 개인 부담이기 때문에 수익이 맞지 않아 아예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개인 배들이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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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변에 정박해 있는 어선에서 주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 Reuters

[기자] 하나 더 질문드리면, 과거 수산업이 활발했을 당시에는 항구 도시나 수산 기지 인근 주민들이 관련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수산업이 위축되면서 항구 도시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여전히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맞습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방역 규칙이 매우 엄격하지 않았습니까. 물건의 유통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많은 제한을 받았고, 초소도 많이 생겨서 갖고 있는 물건에 대해 검사를 많이 했습니다. 또 국가 정책에 따라 모든 소비품의 유통에 대한 통제가 정말 심해졌는데, 개인이 여러 소비품을 운반하거나 보관, 또는 마음대로 판매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에 개인 수산 유통업자들도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또 항구에서 고기잡이를 하면 이걸 도시에 팔아야 돈벌이가 되지 않습니까. 항구에서 도시까지 돈을 주고 운송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양 이상을 유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항구에서 도시까지 수산물을 운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수산사업소가 하고요. 국가 기관 산하에 있는 여러 수산협동조합 등에서 고기잡이를 많이 하고, 잡은 수산물을 무역업자나 국가가 하는 유통망에 맡겨서 지방 도시로 운송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개인업자가 운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돈벌이가 안 되고, 그래서 수산물 유통을 포기하는 사람도 매우 많아졌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최근 세계적인 기름값 상승 때문에 어업 활동 자체가 크게 감소했고, 수산물을 운반하는 데도 연료를 써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매가격도 올라갔고요. 전반적으로 수산업 유통도 이전에 비하면 아주 부진한 상태라고 합니다.

[기자] 네. 오늘은 북한 수산업 상황과 시장에서 수산물 가격 등을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수산물의 유통 상황과 먼바다 오징어잡이 실태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