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년간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동일한 형태를 갖춘 최소 21개 건물을 건설한 정황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분석한 위성사진에서 확인됐습니다.
각각 약 52미터 길이에 달하는 이 건물은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개성 남쪽 소규모 북한군 기지에 건설됐으며, 비무장지대에서는 북쪽으로 불과 수 킬로미터,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직선거리로 약 5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관통형(drive-through) 구조의 방사포 보관∙정비 시설 추정
전문가들은 건물들의 위치와 설계 구조 등을 분석했을 때 이동식 발사차량(TEL: Transport Erector Launcher)이나 다연장로켓 발사 체계(MLRS: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즉 방사포의 보관 또는 정비 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고 RFA에 밝혔습니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은 특정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무기체계이며, 다연장로켓 발사 체계(MLRS)는 넓은 지역의 다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데 사용됩니다.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 씨는 RFA에, 21개 건물 모두 차량이 한쪽으로 들어와 반대쪽으로 나갈 수 있는 중앙 관통형(drive-through) 구조와 함께, 미사일 또는 로켓 발사대를 세운 상태에서 정비할 수 있도록 지붕이 높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건물 양쪽에는 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도로가 있고, 사무실과 기타 시설 등이 연결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글 씨는 “북한이 그동안 방사포에 관한 시설을 조용히 확충해 왔다”라며 “이는 비무장지대 내 일부 개선 작업에 불과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시설에 속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위성사진 분석가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도 RFA에, 건물 진입로의 회전 반경이 대형 이동식 발사차량보다는 소형 차량에 적합해 보인다며, 방사포일 가능성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건물 안에 4대 단위로 편성된 포대 형태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으며, 별도의 지원 차량도 함께 수용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출신의 브루스 베넷 선임 국가안보 분석가도 이 건물들이 비무장지대에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방사포 또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600mm KN-25 초대형 방사포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이동식 발사차량 50대를 공개한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베넷 선임 분석가는 “해당 미사일의 길이가 8미터를 조금 넘기 때문에 발사차량 길이는 약 10미터로 추정된다”라며 “이 같은 발사차량 3~4대로 구성된 한 개 포대가 52미터 길이의 건물 한 동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신형 이동식 발사차량 50대만으로 신축 건물 13~17동을 채울 수 있으며, 김 위원장이 별도로 공개한 또 다른 600mm 방사포와 단거리 발사대까지 함께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전방 전력 강화 움직임
이 건물들은 최근 김 위원장이 추진해 온 전방에 대한 군사력 강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 600mm 방사포 공개 행사를 한 데 이어 5월에는 김 위원장이 군사 분계선 일대를 국경으로 규정하면서 최전방 부대의 무장력 강화와 국경선의 요새화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대남 타격용 신형 무기 시험을 진행했는데, 여기에는 자율 정밀 유도 기능을 갖추고 사거리를 최대 90km까지 늘린 개량형 240mm 방사포도 포함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과 방사포 지원 시설의 확충이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는 전방 배치 병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추가 자산을 전방에 배치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같은 형태의 구조물을 이만큼 지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베넷 선임 분석가는 북한이 2022년 이후 올해까지 세 차례의 열병식을 통해 KN-25를 비롯해 사거리 100km가 조금 넘는 ‘화성포-11라’형 단거리 미사일을 위한 이동식 발사차량 330여 대를 공개했다며, 이들 발사차량은 사거리가 짧기 때문에 주로 비무장지대 인근 여러 기지에 배치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이는 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 인근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전략의 시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오래전부터 중앙 관통형(drive-through) 형태의 시설에 미사일 전력을 보관해 왔습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Beyond Parallel’이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갈골 미사일 기지도 관통형 구조와 아치형의 높은 지붕을 갖춘 건물에서 ‘화성-5’형 또는 ‘화성-6’형의 미사일을 발사차량에 탑재한 상태로 훈련과 정비를 할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보글 씨는 이 같은 패턴이 북한의 오랜 생존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며, 북한에서 새 건물, 새 기지, 새 지하 시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어떤 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데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위성사진에서 이동식 발사차량이나 방사포가 식별되지 않았지만, 관련 시설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 분석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은 한국과 마주하는 남쪽 군사분계선을 따라 조용히 군사 시설을 늘리며 한국에 대한 전력을 강화해 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