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본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 요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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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최근 북한이 헌법에 핵 억지력 고도화를 공식적으로 명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현시점에 '핵무기 발전 고도화'와 같은 핵 무력 관련 정책을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한 배경과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9월 26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헌법에 '핵무기의 고도화'를 명시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30일에 담화를 발표하면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철저히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북한 헌법 개정의 노림수는 최 외무상의 담화 내용대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사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이미 헌법 서문에 자신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명기(2012년 4월 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더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2006년에 처음 핵실험을 했을 때부터, 예를 들면 인도와 같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고픈 욕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인도는 1998년에 핵실험을 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인도는 자국의 거대한 인구와 시장을 비롯해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서서히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했습니다. 2007년에는 당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인도는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4자 안보 대화인) 쿼드(Quad)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와 북한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정책 결정 과정도 어느 정도 투명성이 있지만, 북한은 독재국가입니다. 북한의 이번 헌법 개정도 자유주의 국가라면 국민투표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와 같은 발표가 북한 일반 주민들의 삶과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전 설명도 없이 갑자기 핵보유에 대한 헌법 개정을 발표했고, 그런 행동 자체가 북한이 국민들을 무시하는 독재국가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핵무기에 대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한 억지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본이나 미국, 한국을 대상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자주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핵 선제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있고요. 북한은 경제적 규모가 인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국제적인 투자 관점에서도 매력이 있는 나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과 인도는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은 결코 두 번째 인도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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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인도의 우타라칸드 주 타포반에서 열린 합동 군사훈련서 미국 육군 병사와 인도 육군 병사가 각각의 국기를 들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AP (Manish Swarup/AP)

<기자>그러니까 북한은 지난 2012년에 '핵 보유'란 용어를 헌법에 명시하고 지난해 9월에는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헌법 개정까지 하면서 본격적인 핵 개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는 설명인데요. 최근 북한의 발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반응은 좀 어떻다고 보십니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크게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듯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조금 우려스러운 움직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미국에 있던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은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 군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열린 한 학술 토론회에서는 한 전문가가 당시 자리한 국무부 당국자에게 "앞으로는 북한과 핵 군축을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어보자, 그 국무부 당국자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얻어내고 싶은 북한의 전술이 점점 미국에 침투한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미 국무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계속 언급해 왔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걱정하는 한국이나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도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갖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개발에 대해서 철저히 비밀을 지키면서 핵 개발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과거 6자회담에 참여했던 나라들을 몇 번이나 속였던 전적이 있습니다. 또 2019년 2월에 베트남(윁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외에 ‘플러스 알파’를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핵 개발의 전체적인 모습을 밝히지 못하는 나라와는 핵 군축 협상이나 군비 통제에 필요한 투명성 등 신뢰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한다고 더라도 북한은 물밑에서 핵무기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최소 핵 개발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 핵 군축 협상을 제시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 대신 핵 군축에 관한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핵보유국 지위를 북한 입장으로서는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하지만 북한도 그렇게 여유가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막대한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국회 측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북한은 1970년대부터 핵 개발에 총 11억~16억 달러까지 지출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GDP(국내총생산)의 20~25% 정도를 국방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핵 개발은 국제사회와 긴장 관계를 만들기 때문에 북한은 이러한 막대한 예산을 군비에 써야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떤 여유를 갖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적기를 기다리는 그런 상황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집중하고 있는 사이버 공격도 북한의 조급함을 반영하는 사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버 공격은 정식 국가가 할 수 있는 주권 행위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입니다. 북한은 그런 명분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쓰는 나라이지만, 실제로는 범죄 집단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 관련 국제회의에서도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강하게 비난하는 공동 서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아세안 국가들도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다는 말입니다. 당연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관련된 여러 나라들이 대책을 하나둘씩 마련해 나가면 사이버공격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자금도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요. 따라서 북한은 핵 개발로 인해 더욱 실패한 국가가 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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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 2023년 10월 1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북한 남자축구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과 경기를 앞두고 국가를 부르고 있다./ AP (Louise Delmotte/AP)

<기자>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과 5월에 동남아시아의 모처에서 북한 노동당 관계자들과 일본 측 관계자들이 접촉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마키노 기자께서도 지난 방송에서 북일 간 이런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 번 언급하셨는데요. 최근 들어 좀 더 파악된 사안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요즘 들어 일본과 수 차례 접촉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2018년 7월 당시 일본의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정보관이 북한 통일전선부의 김성혜 통일전선전략실장과 협의했던 루트를 이용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본 쪽에서는 2018년 당시 참여했던 내각 관방에 경찰 당국자들, 그리고 북한에서는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 출석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또 올해 2월 노동신문은 김영철이 통전부 고문으로 복귀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것은 북일 협상 결과에 따라 일본과 여러 협상에 임하고 있는 통일전선부를 조언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에 북일 간 고위급 협상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일본 측에 너무 커다란 요구를 했다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고 저는 듣고 있는데요. 북한이 제시했던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하지 않지만,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을 일본에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합니다. 결국, 북한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돈’이라고 볼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불법적인 사이버 공격도 하고, 러시아에도 접근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일본에 접근한 이유는 한국, 미국, 일본을 이간질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목적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이 정말로 목적이었다면 북한은 지금도 계속해서 일본과 만나면서 미국과 한국을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는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북한이 일본과 만나려 했던 것은 한미를 이간질하는 의도보다 일본으로부터 돈을 얻어내기 위한 노림수가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깝지만, 일본과 북한 사이의 비밀 협상은 2018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올 한 해가 이제 석 달 남짓 남았습니다.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공식적으로 명기한 이후로 북한 당국의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특히 10월은 북한이 3차 군사위성 발사를 시도하겠다고 예고한 달이기도 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지금 김정은 총비서에게 남아 있는 길은 강경 정책밖에 없습니다. 2025년까지 계속될 '국방개혁 5개년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 군비 강화 정책을 추진할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아마 이번 주말까지, 즉 내일이나 모래 정도에 세 번째 위성 발사를 예고하면서 조선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일까지 위성 운반 로켓 발사를 시도할 거라고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전략무기의 개발도 계속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요즘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에 대한 권력 승계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군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따라서 앞으로 군대 자산 확대를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은 과거 소련 시대 말기의 모습과 비슷한데요. 아시다시피 소련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스타워즈 계획'에 대항하기 위해 너무 무리하게 군비를 증강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재정적으로 소련의 경제가 견디지 못했고, 1997년에 붕괴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그 소련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