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한 의사 수 1 천 명당 3.4 명 … 한국 2.6 명 보다 많아
[기자] 최근 한국에서는 의과대학의 정원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한국 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의사 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건데요. 현재 한국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3.7명)의 56% 수준입니다. 하지만 섣부르고 과도한 의대 정원 확대는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의사 단체의 우려인데요. 북한 의학 대학의 교육 환경과 의사 수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안경수]최근 한국 정부가 2006년 이후 3천 58명에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천 명 이상 확대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계속 접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저는 북한의 의사 수와 북한 의학대학의 교육 환경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의 내부 통계는 외부에서 확인하기가 어려워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북한 보건성과 세계보건기구(WHO)가 협력해 발표한 북한 인력 규모에 대한 국제 보고서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7년에 보고된 북한 의사 수는 8만 7천839명입니다. 여기에는 한의사, 치과 의사, 위생 의사까지 다 포함된 수치인데요. 이 8만 7천여 명의 의사 인력을 대략 북한 주민 1천 명당 계산해 보면 3.4 명 정도가 나옵니다.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한 의사 수가 2021년 기준으로 인구 1천 명당 2.55명 정도 됩니다. 북한은 1천 명당 의사 수가 3.4 명인데, 한국은 2.6명이잖아요. 그렇다면 '한국보다 의사 수가 많은 북한의 의료진이 좋은가', '문제는 없는가'를 질문해 본다면 아닙니다.
북한의 의학대학은 평양과 각 도에 한 개의 설립돼 있는데요. 평양에만 두 개 대학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양과 지방 간 의학대학의 여건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지방 의학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실습할 때 환자들을 못 보는 경우가 매우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에도 지방 병원에는 환자들이 잘 안 가거나, 지방일수록 가정집 혹은 개인집에서 치료받는 걸 많이 선택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혹은 평양에 가족이 있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아 평양 혹은 대도시 쪽으로 환자들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 안 되고 지저분한 '구급과', '간염과' 등은 기피
[기자] 한국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의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의사 수가 부족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의 상황은 어떤가요?
[안경수]북한에서 인기과와 비인기과, 즉 기피과와 선호과의 기준은 한국과 다릅니다. '과'보다는 병원에 따른 기피와 선호가 더 강한데요. 한국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필수 의료 분야가 기피되며 붕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북한에서는 이른바 '돈이 안 되고, 몸이 피곤하며 지저분하다'고 생각되는 과가 기피과인데요. 대표적으로 '구급과', '결핵과', '간염과', 그리고 일부 내과 등이 기피과로 인식되는데, 이런 점에서 한국의 사정과 조금 다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학대학은 전문의 과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대학에서 과를 정하고 졸업하는 게 아닌, 졸업 이후 의료기관에 배치된 후부터 각자 전문의 생활이 시작되는 겁니다. 의학대학 졸업 후 의료기관에 배치될 때부터 선호하는 전문과에 가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모두가 원하는 과로 갈 수는 없죠. 북한도 각 병원과 과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원치 않은 과로 배치되는 경우에는 의사 생활을 하면서 높은 자리, 인사권을 가진 사람들과 사업(청탁)을 하며 돈을 잘 벌 수 있고, 몸이 편한 과로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어느 과로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병원으로 가는지’인데요. 예를 들어 시골이나 지방 진료소, 또는 리 병원 등에는 배치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진료소, 리 병원 등 일차 의료기관일수록 의사 수가 부족하고요. 의료의 질이 더 나빠집니다.
[기자] 북한에서 기피하는 과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선호하는 과는 무엇일까요?
[안경수]인기과는 정확하지 않은데요. 돈을 잘 버는 '정형외과', '치과', '일반 내과', '일반 외과' 등이 있습니다. 수술해야 환자들이 많거든요. 사실 정해진 건 아닙니다. 밖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나 병원이 아니라도 개인 집(개인 병원)을 차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가 인기가 일단 높고요. 두 번째는 기본적으로 북한은 고려 의사(한의사)뿐 아니라 일반 의사도 침, 뜸, 부황, 안마를 잘합니다. 의사의 이런 기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것을 잘하면 환자들이 소문을 듣고 개인 집으로 몰리기 때문에 인기과가 될 수 있죠.
[기자] 한국에서는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예약을 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현장 줄 서기 혹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예약 등이 매우 치열하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도 이렇게 진료가 어려운 과가 있을까요?
[안경수]북한에서는 공식적인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나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비공식적인 가정집 혹은 개인 집 등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약이 치열하다', '병원에 가기 힘들다'의 개념이 한국의 의료 환경과는 조금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 집 의사들이 침, 뜸, 부황 등을 잘하면 주민들이 굉장히 선호합니다. 개인 집은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줄을 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개인 집 치료소는 전화 같은 진료 예약제로 운영이 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은 보통 성적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과에 지원할 수 있는데요. 북한은 지원보다는 ‘배치된다’는 개념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필수 의료 혹은 기피 과의 의사 수 문제도 한국보다 적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안경수]이론적으로는 맞습니다.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항상 문제가 있는 게 북한입니다. 한국은 지금 의대에서 성적이 좋으면 피부과부터 간다고 합니다. 북한도 당연히 성적순으로 자릅니다. 그런데 북한은 다른 것도 고려합니다. 예를 들면 각 도에 하나씩 의대가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의대 학생이 그 의대가 속해있는 도시 주민 학생이 아니고 시골에서 왔으면, 그 학생의 출생지나 집이 있는 지역도 고려한다고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군, 면, 읍에서 태어나면 평생 도시에서 일하는 게 힘듭니다.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골 출신의 의학대학 학생은 도 병원에 가기가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시 병원, 군 병원에 갑니다. 그래서 사업(청탁)을 하게 되는 거죠. 여러 요소에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