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들어온다” 기대감 북 시장물가 소폭 하락

0:00 / 0:00

앵커: 지난 달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북한 내부에서 시장 물가가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들여온 물건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지도 않았지만 교역이 재개될 거란 기대감이 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하락 조짐을 보이는 물가와 달리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 보내는 대북송금 수수료는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후 나타난 북한 내부의 변화,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생활 필수품 들어올 거란 기대에 물가 하락 조짐


[한국 SBS 뉴스] 북한과 중국의 화물열차 운행이 1년 반 만에 재개됐습니다.


[한국 MBC 뉴스] 북한 화물 열차가 오늘 중국 단둥으로 건너온 게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16일 재개된 북한과 중국 간 화물열차 운행.

현재 열차 운행은 잠정 중단됐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북전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그 동안 굳게 닫혀있었던 국경이 곧 열릴 거란 기대 심리로 일부 품목에 대한 시장 물가가 소폭 내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예로 1kg에 북한 돈 20만 원이던 인공 조미료가 17만 원으로 떨어졌는데,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이후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2월 9일) RFA에 앞으로 중국산 물건이 많이 들어올 거란 예측과 함께 물건값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상인들이 재고품을 서둘러 시장에 내놨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그것도 많이 내려간 겁니다. 한때는 물건 자체가 없어서 최근까지 40만 원정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년 11월경에 남포항에 중국 물건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유통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20만 원 정도까지 내렸어요. 그런데 지난 1월 중국과 열차 무역이 재개되면서 또 17만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앞으로 중국산 생활필수품이 많이 들어오면 당연히 가격도 내려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재고를 빨리 팔려고 하는 거죠.

이미 남포항을 통해 들어온 중국산 물품들이 지방까지 유통되면서 콩기름을 비롯한 일부 품목들의 가격이 하락했는데, 지난 1월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이후 더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열차 무역 재개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 많이 들어올 거다'라고 해서 조금씩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한 시기라고 봅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도 물건이 들어올 거란 기대감 때문에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합니다.


[최장호] 1월 17일에 단둥에서 북한으로 물건이 들어간 다음, 바로 18-19일에 물건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북중 육로, 철도 무역이 재개가 되며 북한에 부족한 물건의 조달을 해결할 것이다라는 기대감이 있고. 그러면서 물가가 조금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거죠.

하지만 가격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최장호 팀장은 예상합니다.


[최장호] 신의주 공항에 있는 방역 창고에 북중 철도무역으로 수입한 물자들을 쌓아놓고 20일 정도 격리를 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문제는 철도무역 재개 수준이 기대와 달리 창고에 저장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수입이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이후 육로, 철도 무역이 다시 중단됐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의 기대심리로 인해 물가가 하락하는 건 사실인데, 그 폭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하락을 할 것이고 그것이 이후에 시장에 풀리는 물건이 적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면 가격 하락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와 함께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면서 북한 원화 당 환율이 열차 운행 재개 이전보다 25%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1월) 19일에 많은 품목별 물가 조사를 했는데 그 후에 중국 돈과 미국 달러가 많이 올랐거든요. 환율 변동이 많이 심해지면서 시장 상인들도 값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불안감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지금 역시 내화(북한 원화)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중국 (위안) 혹은 미국 달러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외화 단속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외화를 가져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 원∙달러 환율은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기 전인 1월 14일4천750원에서 2월 3일에는 6천500원으로 급등했습니다. 같은 시기 원∙위안 환율은 640원에서840원으로 올랐습니다.

price_one.jpg
북한 시장 물가 정보. /아시아프레스 제공

여전히 높은 대북송금 수수료… 예전과 달리 ‘맞전화’ 못해

이처럼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인해 이미 환율 상승과 물가 하락 조짐이 보이는 것과 달리 여전히 대북송금 수수료는 내릴 조짐이 없습니다.

몇 달 전 50%의 중개 수수료를 떼고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낸 탈북민 김혜영(가족의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씨. 화물열차 운행 재개 이후 국경이 다시 열리면 수수료가 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지만 아직 수수료가 내렸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김혜영] 아직 소식이 없어요 그(브로커) 쪽에서. 아직 확 풀리지는 않았어요. 어렵죠, 송금할 때는 은밀히. 원래부터 그랬죠. (저는) 50대 50이니까 절반 정도 (줍니다). 절반으로 해서 모두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꾸준히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을 해왔던 탈북민 박소연(가족의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도 높은 수수료 부담을 호소합니다.

price_two.jpg
A North Korean refugee cries after having a memorial service for his North Korean ancestors in front of a barbed wire fence near the demilitarized zone separating the two Koreas, in Paju 한국 파주 비무장지대(DMZ) 인근 철책 앞에서 한 탈북민이 울고 있다. 북한 당국의 집중단속과 북∙중 국경 봉쇄가 지속돼 대북송금 수수료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Reuters (KIM HONG-JI/REUTERS)

[박소연] 저도 해마다 2~3번 지속적으로 돈을 보내주는데. 항상 30%였어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작년 2월부터 갑자기 중국 브로커들이 수수료를 높이는 거에요. 50%를 떼겠다고 했어요. 4~5년을 거래를 하던 브로커인데 갑자기 돌변하는 거에요. '왜 이렇게 떼냐' 물었더니 북중국경 단속이 엄청 심한 데다가 예전에는 북한에서만 국경을 막았는데 지금은 중국도 막는대요. 북한은 돈을 받다가 들키면 뇌물을 주고 뺄 수 있지만, 중국은 무조건 감옥행이래요. 그래서 중국 브로커들 자체가 자신들은 목숨을 내놓고 하기 때문에 그대신 수수료를 올려야 된다고 해서, ….

이런 탓에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탈북민은 더욱 줄고있는 실정입니다.


[박소연] 많은 사람들이 되도록이면 보내지 말자는 생각이 많고. 예전에 제 주변에서 돈을 보내던 사람이 약 열 명이라면, 지금은 한 세 명 정도가 보내요.

이전과 달리 송금을 해도 북한에 있는 가족과는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박소연] 예전에는 돈을 보내면 가족과 맞전화를 시켰어요. '나 중국 돈 얼마 받았다' 이렇게 말했는데, 지금은 전파가 잡히면 자신들도 죽는다고 (대신) 음성파일이 와요. '돈을 얼마 받았다' 이렇게 음성파일이 오거나 '돈을 받았다'고 사인을 해 그걸 찍어서 보내는 거에요. 그니까 옛날보다는 조금 믿음이 사라지는 거에요. 수수료를 높인 것도 부담스럽고, 예전처럼 돈을 보내면 맞전화를 얼마를 받았다는 가족의 확답 전화를 못 받고, ….

박 씨가 마지막으로 송금 수수료를 확인한 날짜는 작년 12월 30일. 힘들다는 가족의 연락에 마음이 약해지지만 여전히 높은 수수료 탓에 섣불리 돈을 보내지 못합니다.

[박소연] 국제전화가 계속 들어와요. 못 받으면, 녹음파일이 들어와 있어요. 그러면 아들의 녹음파일이에요. 확인해보면 '어머니, 우리가 지금 너무 사는게 힘들어요. 좀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녹음파일입니다. 그래서 그 번호에 전화를 해 '이 파일을 언제 받으셨어요' 물어보면 '이틀 전에 받았다'고 합니다.

탈북자 송금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 때문에 당분간 높은 수수료는 계속 유지될 걸로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전망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송금은) 반사회주의 범죄로 해당됩니다. 반사회주의 (범죄가) 제일 무거운 거죠. 경찰에서 하는 게 아니고, 반사 소탕작전연합지휘부에서 하죠. 거기는 용서가 없다고 합니다. 브로커, 중국 전화기는 완전히 근절할 때까지 계속 (단속)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 씨는 곧 국경이 열리면 좀 더 싼 비용으로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박소연] 북중국경이 열려 오랫동안 안정화가 되면 그 만큼 개인들이 중국과 갖는 연락선이 활성화 될 수 있고, 중국에서 더 많은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조금은 내리지 않을까요.

price_three.jpg
김정은 북한 총비서 (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대화하고 있다. /AFP (KCNA VIA KNS/AFP)

러시아와의 교섭, 대외협력 재개 ‘신호탄’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와 교역 협상에 나선 북한.

최장호 팀장은 북러 간 교역재개의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와 교역재개를 논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상징성에 주목합니다.


[최장호] 러시아와의 교역재개는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성이 굉장히 큽니다. 러시아가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제2 교역국이긴 한데, 중국이 95% 이상이고 러시아가 1~2% 사이이기 때문에, 실제로 러시아와 대외무역을 재개하는 것이 경제적 파격 효과가 크진 않지만 북한이 대외협력을 재개한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의 제2교역재개 상대는 러시아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상황에 따라 남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시장물가에 이어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 수수료 하락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