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에 목마른 북한 주민 “라디오 보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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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최근 대북 정보 유입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라며 위성을 포함한 혁신적 기술에도 투자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새로운 위성 기술로 중간 기지 없이 휴대전화에 직접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 북한 주민이 어디서든 전화 통화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그때까지는 여전히 라디오가 정보 전달 수단으로써 가장 역할이 크기 때문에 북한에 라디오를 들여보내는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터너 북한인권특사 " 위성 등 혁신적 기술에 투자할 것 "

지난 20일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

지난 13일 취임 선서를 한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참석한 미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이었습니다.

줄리 터너, "북한 정보화 위해 혁신적 기술에 투자" 줄리 터너, "북한 정보화 위해 혁신적 기술에 투자"

‘북한의 디지털 인권’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터너 특사가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터너 특사에게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해 미국 국무부가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터너 특사는 “혁신적인 콘텐츠(정보) 제작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줄리 터너 ] 북한에서 ' 검열되지 않은 정보 ' 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겁니다 . 북한은 지난 2020 12 월부터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여러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과제를 인식하고 ,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야 합니다 . (Increasing access to uncensored information in the DPRK will not be an easy task. The regime has passed a series of laws since December 2020 to curtail access to outside information. We need to develop new strategies for getting information into the North Korean people that consider these new challen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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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특사가 기조 연설을 끝내고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참석자들과 북한 인권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제공

특히 그는 ‘위성’을 언급하며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혁신적 기술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 줄리 터너 ] 위성을 포함해 사용가능한 다양한 도구 ,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We look for programs that have innovative content production, but also looking to invest in innovative technologies that could include satellite distribution, but could also include a number of different tools that are available.)

대북 위성 통신 기술의 실현 가능성은 ?

터너 특사가 위성 등 혁신적 기술에 대한 투자를 언급한 가운데, 북한에 위성 기술을 이용한 인터넷 제공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지난 2022년 8월,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사업체인 스타링크(Starlink)와 미국 통신업체 ‘T모바일’은 통신망에 들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휴대전화로 직접 위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위성 연결망(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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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해 8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스타링크 버전 2를 언급했다. / 일론 머스크 트위터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당시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스타링크 V2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직접 휴대전화로 송신해 전 세계에서 (네트워크) ‘사각지대(dead zone)’를 없앨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정보기술을 연구해 온 미국 스팀슨 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지난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스타링크와 비슷한 새 위성 기술이 언젠가 북한에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새 위성 기술은 스타링크와 비슷하지만, 4G 또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직접 휴대전화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며 별도의 안테나 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위성 통신 기술은 원거리로 연결해 작동하기 때문에 북중 국경뿐 아니라 북한 내 어디서든 통화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마틴 윌리엄스 ] 이러한 기술을 통해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 중국으로부터 ) 엄청난 양의 휴대전화를 밀수해야 하기 때문에 널리 퍼지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 하지만 서비스가 제공하는 이동통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북중 국경뿐 아니라 북한 어디서든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 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평양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도 있게 됩니다 .

윌리엄스 연구원은 다만 북한 휴대전화가 대부분 3G 이동통신 서비스까지만 지원되고, 북한 당국이 통화 내역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위성 기술을 이용하려면 중국산 또는 해외 휴대전화를 들여와 외국 개인정보카드(SIM 카드)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북 정보 유입을 목적으로 위성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제재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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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서울에서 개막한 제 20회 북한자유주간에서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시위를 벌였다. / RFA Photo

따라서 위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면서도 실제 정보 유입에 기술이 활용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정보 전달에 ' 라디오 방송 ' 여전히 큰 비중

터너 특사는 위성을 비롯한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내세우면서 “대북 정보 유입에서 라디오 방송과 같이 실질적으로 수십 년간 사용돼 온 이전 기술을 유지하는 것도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보 전달에 관한 전통적 방식의 중요성도 강조한 겁니다. (I also want to emphasize that we see a lot of value and continuing the older school techniques that have been used for decades that have been tried and true, and that includes the radio broadcasting.)

미국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대표도 지난 19일 RFA에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자유아시아방송 등 대북 라디오 방송이 정보를 접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숄티 대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물건으로 라디오와 휴대전화, 쌀, 한국 드라마가 저장된 휴대용 저장장치(USB) 등을 꼽았는데, 외부 정보를 접하는 수단으로써 라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설명입니다.

[ 수잔 숄티 ]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만든 휴대전화처럼 보이는 라디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 작은 라디오인데 , 조용히 들을 수 있도록 작은 이어폰 (earbuds) 이 포함된 제품을 북한에 보내왔어요 . 그들은 실제 라디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 사람들이 라디오를 통해 외부 정보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또 숄티 대표는 “최근 북중 국경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뇌물을 주는 대가로 북한에 물건을 보낼 수 있었는데, 지난 몇 달간 약 600개의 라디오를 북한에 들여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 수잔 숄티 ] 우리가 보낸 라디오들은 단파와 중파를 수신할 수 있습니다 . 북한에서 생산된 라디오는 북한의 선전물만 들을 수 있습니다 . 제가 이해하기로는 북한 주민이 주파수를 변경할 수 있지만 , ( 북한 당국의 ) 감시 때문에 하나의 채널만 듣습니다 . 그래서 외부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계속 라디오를 보내고 있습니다 .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19일 대북 정보 유입에 관한 RF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 중 하나이고 언론, 집회, 종교 및 이동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된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답하면서 “북한 주민이 객관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북한 인권을 지원하려는 미국 정부 노력의 핵심 요소로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국무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북한인권침해 내용을 문서화하고, 북한의 초국가적 탄압에 대응하며 북한 내외로 독립적인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숄티 대표도 “가장 최근 탈북한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요즘 북한 사람들이 정권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보를 들여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전 세계 민주주의 확산’을 명분으로 설립한 비영리 단체 ‘국립민주주의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은 23일 RFA에 “북한은 여전히 NED가 우선순위에 두는 국가”라며 북한의 인권 증진과 정보 전달을 위해 북한 인권 프로그램 지원을 이어 나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