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프리고진 반란… 김정은에 큰 충격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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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용병 고용 가능성

<기자>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용병 기업인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용병들을 이끌고 러시아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번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를 어떻게 봤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푸틴 대통령이 불법적인 바그너그룹에 수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 정규군이 할 수 없는 불법적인 활동을 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을 서로 경쟁하도록 하면서 권력을 안정화시키려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도 원래부터 여러 가지 권력 장치를 가지고 있는 국내 기관들, 즉 전투를 담당하는 총참모부와 장비, 식량 등의 관리와 보급, 수송을 담당하는 국방성, 그리고 사상통제 등을 담당하는 정치국으로 나누어 서로가 경쟁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 왔습니다. 또 최고 지도자 주변에는 (북한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업무와 반체제 쿠데타 및 폭동 등을 진압하기 위해) 호위사령부를 두고 군부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사단장급의 인물들은 복수의 허가없이 회동하거나 사단의 의도적인 이동을 못 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 프리고진의 반란은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그너그룹이 어떻게 러시아 침공을 총괄하는 남부군관구 사령부를 점거할 수 있었는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부터 모스크바 턱밑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진격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북한은 자세한 정보를 구해 분석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군 간부들에 대한 사상통제 강화 조치도 예상됩니다.

<기자> 지난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6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과 한미일 사이에 조금 다른 분석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미일 등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에 대해서도 여러 한일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불안정해질 것 같다거나, 러시아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군이 펼치는 여러 공세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군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듣기로는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미일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주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역시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용서하지 못 한다는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좋은 정보만 모으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일에도 유네스코에 미국이 복귀하는 것에 대한 투표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등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복귀에 반대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더 유리하다는 정보 분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프리고진의 반란이 다행히 푸틴 정권이나 러시아군 전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할 것 같습니다.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 북한 간 정보 분석의 차이도 앞으로 협상이나 타협, 양보 등을 막는 원인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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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바그너 그룹 반란 이후 러시아 성 페테레스부르그에서 바그너그룹을 모집하는 광고를 떼내고 있다. /로이터

<기자> 북한은 지난해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앞서 미국 정부는 작년에 북한이 바그너그룹에 탄약 등 무기 지원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평양에 주재하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나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세력이 북한 노동자의 파견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적도 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용병으로 고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아직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고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을 지원받은 배경도 군사적으로 절박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하는 행동과 관련해 "한국이 그렇게하면 우리도 러시아를 지원하겠다"는 정치적인 견제 조치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무기나 용병을 러시아에 지원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벨라루스에 배치한 러시아 전술핵 내세워 핵정당성 주장할 듯

<기자>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벨라루스에 러시아의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이 북한 문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6월 17일 벨라루스에 배치될 러시아의 대부분 전술핵무기가 이미 반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차관은 핵무기의 관리는 이관하지 않을 것이며,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미 전술핵무기 뿐만 아니라 전략핵무기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에 핵을 배치하는 것은 기대하지 않고, 북한도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은 "왜 P5, 즉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만 핵무기를 보유하느냐"며 NPT체제에 반발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이 NPT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핵확산이 일어난 이 상황은 북한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앞으로 벨라루스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 확산을 일으켰다는 주장과 함께 자신의 핵 정책 정당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편 오는 8월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3개국 정상이 미국에서 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6일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회담이 이뤄진다면어 떤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폴란드는 자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핵 공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일본과 한국 사이의 확장 억지력 협의에 대한 보고 방침을 많이 변경했습니다. 이전에는 일본과 한국이 확장 억지력 협의를 하면 미국이 이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일본이나 한국의 정부 당국자에게 전략핵잠수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 등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핵 관련 시설은 높은 수준의 기밀을 요구하는 사안이고, 러시아나 중국, 북한 등을 자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고에서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것을 공유했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에서 나오는 핵 공유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8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핵 우산으로 일본과 한국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강조하면서 핵이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