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자세를 바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부분 동원령을 내리는 등 정세가 바뀌자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경제위기에 몰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노리고 있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 대 러시아 무기 수출 의혹 반박… 이유는?

[팻 라이더]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탄약을 요청하기 위해 접촉해 왔다는 징후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팻 라이더 대변인이 러시아가 무기를 사들이기 위해 북한에 접촉하고 있다는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힌 건 지난 6일.
미국에 이어 영국 정부도 1주일 뒤 (14일) 러시아가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이란과 같은 국가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국방성은 다시 1주일 뒤 (22일)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의 반박에 관한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RFA의 질의에 러시아 주북대사관은 27일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첫 의혹이 나온 건 지난 6일, 북한이 의혹을 반박하고 나선 건 22일.
왜 북한은 약 2주가 훌쩍 지난 후에야 반박하고 나섰을까.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26일)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21일)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이호령]그 즉시 반박을 하지 않고 시간을 들이다 동원령 발표가 있고 나서 발표(반박) 한 점을 봤을 때, 북한도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정책이 북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러시아, 중국과 전략적 관계를 공고히 해왔던 북한.
하지만 정세가 러시아에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자 태도를 바꿨다는 분석입니다.
[이호령]현재 돌아가고 있는 정세를 보면 생각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보이는 전세가 우세하지 않다는 거죠. 반미연대강화를 통해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시리아와 함께 러시아를 지지하는 정책을 펼쳐왔는데요. 이것이 결국에는 북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인 우려가 보이는 하나의 징호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이 반박했다는 것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 가지고 올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곤경에 처한 러시아처럼 북한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거라는 겁니다.
[이호령]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계속해서 장기화가 되고 러시아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면 이 모든 부담이 북한에도 똑같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북한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반사적인 이익이 그만큼 감소되고 더 줄어드는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북한도 (있는 거죠). 러시아가 직면한 현재 교착 상황만큼 북한도 똑같이 그런 교착 상황에 처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부인을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이 책임연구위원은 덧붙입니다.
[이호령]진위 여부 자체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해서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정책들을 고려해볼 때 그 성명서 자체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고 봐야겠죠.
북 , 무기 지원 반박? 연막작전일 듯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이신욱 연구교수도 (23일) 북한의 반박이 오히려 연막작전일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이신욱]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러시아가 상당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많은 무기를 소진했는데요. 이것을 메꿀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북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인도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푸틴이 손 벌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북한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에 북한에서 무기 지원이나 군사력을 지원하게 되면 한국에 월남전 특수처럼 북한도 그런 특수를 누리게 되죠.
현재 강력한 대북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
이 상황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합니다.
[이신욱]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이미 외화를 다 소진해서 북측에서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며 러시아는 상당한 무역 흑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화를 흡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러시아에 대한 무기 대여 혹은 군을 파병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 사용 법제화를 내세운 게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염두에 둔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입니다.
[이신욱]북한은 법제화를 통해 미국, 한국에게 '이러한 내용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10만 명 정도 파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예측이 틀리길 바라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서 놓치기 힘든 하나의 큰 사건입니다. 대한민국이 월남전 파병했을 때 많은 경제이익을 누렸듯이 북한도 그것을 누리기 위해 연막작전을 펴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군대를 지원하게 된다면 북한에 남는 건 핵무기뿐이기에, 방어적 측면에서 핵무기를 법제화했다는 겁니다.
[이신욱]많은 재래식 무기가 북한에서 사라지면 남은 건 핵무기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핵무기를 법제화해서 우리를 침략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방어적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KN-23급 방어 어려워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KN-23, 일명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로 추정됩니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며 저고도 비행에 풀업, 즉 하강 단계에서 급상승하는 특성을 보이는 이 미사일은 요격이 까다로운 편에 속합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6일) 현재 KN-23 미사일에 충분한 방어체계를 갖춘 국가는 없다고 분석합니다.
[양 욱]미국도 이 미사일에 대해 충분한 방어체계를 갖췄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같은 경우는 천궁II의 실전배치를 통해 미사일 방어 능력이 많이 향상됐는데요.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혹은 LAMD(장사정포 요격체계) 같은 체계를 추가로 개발해야 KN-23에 대한 방어체제가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안타깝지만, 충분히 방어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요격이 가능하지만, ‘완벽한’ 방어는 아직 어렵다는 겁니다.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다만 북한 미사일과 비교해 한국의 미사일 역량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호령]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충분한 우리의 역량이 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었는데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북한의 미사일 보다는 우위에 있어 왔고 계속해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