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제작 주문’, ‘운반 로켓 임차’ 등 북러 협력 확대 가능성
2023.11.22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일본 정부 내에서 “3차 발사도 실패했다”는 평가 나와
<기자> 북한이 3차 군사 정찰 위성을 예고한 날짜보다 빠른 지난 21일에 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북한의 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라고 하며 이를 엄중하게 비난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관계, 특히 기술 협력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와 로켓이 상공을 통과한 오키나와현 시민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예고한 날짜보다 빨리 위성을 발사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예고한 날짜보다 빨리 발사된 것에 대해서는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발사했거나, 한국이 기체를 회수할 것을 우려한 결과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제시됐습니다.
북한은 “군사 정찰 위성 만리경 1호가 위성 궤도에 정확히 진입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마쓰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지구 저궤도에 위성이 진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발사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방위성이 분석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이 여러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위성이 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에 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가 실패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일본에서는 북한의 3차 위성 발사를 성공으로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나와있는 정보를 토대로 북한의 전반적인 위성 기술과 능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발사가 성공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북한의 위성 기술은 여전히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위성의 화상 해상도는 대략 1m에서 10m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는 미국의 ‘막사’(Maxar)와 같은 민간 위성 기업이 제공하는 50cm 해상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해상도가 1m 이상인 경우, 물체의 세부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군이나 주한미군 기지의 해군 함정이나 공군 전투기 수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또 북한은 통신 위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 지상과 통신하기 위한 기지도 없습니다. 따라서 위성이 한반도 상공에 있지 않을 때는 지상에서 화상을 수신하거나 위성을 조종하기 위한 전파를 발신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 연합군의 군사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최소 30개의 위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지상의 고정된 시설은 확인할 수 있지만, 항공기나 항공모함처럼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계속 감시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2021년 1월에 선언한 국방 5개년 계획에 따라 한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를 2025년까지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의 이번 3차 군사 정찰 위성 발사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몇 번이나 계속해서 시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위성 발사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2003년에 처음으로 정찰 위성을 발사했는데, 당시 지상 해상도는 1m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후 20년 지난 지금은 이름없는 광학 위성과 레이다 위성을 합쳐 10개 정도 위성을 응용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했습니다. 지상 해상도도 지금은 약 50cm 정도까지 향상됐다고 합니다. 또 위성과 원활하게 연락할 수 있는 통신위성도 보유하게 됐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지난 20년 동안 노력해 온 일본보다 우주 분야 예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지난 3월 ‘H3’ 로켓 발사에 실패했는데, 아직 다음 로켓 발사 일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지난 5월과 8월, 11월까지 세 번 발사했습니다. 이 정도로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하한다고 하면,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 분야의 개발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성 성능과 관계없이 위성을 북한이 의도하는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면, 위성공격무기(Anti-satellite)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공격하고 싶은 적의 위성과 같은 궤도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같은 궤도에 진입힌 북한 위성을 자폭시키면서 적의 위성을 파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한 예로 미국의 DSP 조기 경보 위성은 지상 3만 6천km의 정지궤도에 있다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화염을 감지하면서 계속 경보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위성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미국의 DSP 위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북, 핵무력 완성 위한 위성 개발 중요… 북러 협력 확대 가능성
<기자> 북한의 이번 발사에 앞서 러시아의 위성 기술 지원에 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번 발사에서 엿볼 수 있는 북러 간 협력 사안은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드린 대로 북한 혼자서도 여러 우주 분야에서 자기 기술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하면 더 큰 성과를 얻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한 때가 9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위나 로켓을 제공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좀 어려웠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러시아는 과거에 수많은 위성 운반 로켓을 발사해왔기 때문에 분명한 발사 데이터(자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따라 북한에 로켓이 진입해야 하는 궤도나 단 분리의 타이밍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조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러시아가 북한과 기술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너무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자기 힘으로 위성 운반 로켓을 발사한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러시아에 위성 제작을 주문하거나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 운반 로켓을 쓰면서 북한 위성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최근 인터뷰했던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에 따르면 러시아의 로켓은 탑재 능력이 크고, 한 번에 복수의 위성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글로나스라고 하는 독자적인 GPS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러시아가 그 응용 모드를 북한에 제공한다고 하면 북한이 공격 목표를 특정화하면서 공격 후 피해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3차 발사 이후에도 계속 위성 개발과 발사를 이어간다면, 북한이 야기하는 위협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현대전에서는 PNT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P는 위치를 파악하는 포지션(Position)의 의미고, N은 네비게이션(Navigation), 그리고 T는 타이밍(Timing)이라고 합니다. 그 PNT 능력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우주에 진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와 이를 운반하는 미사일을 개발해왔습니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게 됐다고 해도,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확실히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가져야 북한의 핵 전략이 완성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만약 우주에 진출해 PNT 능력을 얻어낸다면,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계속 노력해왔던 핵 개발이 완성되는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