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북 , 월드컵에 참가 못해도 국내 축구리그는 활발
<기자>오는 20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할 예정입니다. 아쉽지만 북한은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을 이유로 2차 예선에서 기권한 탓에 이번 월드컵 축구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인데요. 이전에는 남북 월드컵 공동개최안까지 제안되기도 했었지만, 이번 중도 기권으로 다음 월드컵에는 참가 자격까지 박탈됐죠. 북한이 월드컵과 어떻게 얽혀있는지부터 먼저 짚어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과거 1966년 잉글랜드 대회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당시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아시아 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8강까지 진출한 것은 북한이 최초였습니다. 이탈리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공격수 박두익 선수는 '조선의 영웅'이라고 평가받았고 여러 프로축구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북한 라디오인 평양방송이 축구 경기를 방송하며 "조선팀이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다만 당시 북한에서 월드컵이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고 주민들은 월드컵이 의미있는 대회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한편, 2010년 남아공 대회 때는 이미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 승계를 시작했던 시기라서 김정은 총비서가 이 대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파견돼있던 북한 노동자가 남아공 대회의 응원단으로 파견됐습니다. 모두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했던 일이라고 듣고 있고요. 그때 북한은 남아공 대회에서 8강까지 진출하지 못했지만, 선수들은 김정은 총비서로부터 평양에 있는 전용 아파트도 한채씩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기자>북한에도 최상위 축구 리그인 1부류축구연맹전이 있죠. 현재 이 리그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8일 남자 1부류축구연맹전 2021-2022시즌이 끝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팀은 4.25 체육단, 두 번째가 여명 체육단, 세 번째가 기관차 체육단이었습니다. 북한 1부 리그전은 2017년부터 1년마다 계속 진행되고 있고요. 북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13팀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친구 말로는 1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세 팀은 4.25, 기관차, 압록강이라고 합니다. 4.25팀은 북한 인민군 창건기념일을 의미하고 예전에는 옛날 북한군 건군절이었던 2.8 체육단이었다고 합니다. 국내에 소속된 팀이라서 인재도 많고 자금도 있기 때문에 강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압록강팀도 경찰인 사회안전성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사람도 많고 자금도 풍부한 팀이라고 합니다. 유엔이사회에서 경제 제재를 받아 (축구선수 활동이) 금지될 때까지 이탈리아, 카타르, 호주 등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던 북한 선수도 많이 배치돼 있다고 합니다.
북한 스마트폰에 들어있던 177종의 스포츠 영상 중 축구 가장 많아
<기자>축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운동 종목 중 하나인데요. 현재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운동 종목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2019년에 북한 스마트폰을 입수한 바 있습니다. 그 스마트폰을 봤더니 스포츠 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 177종의 스포츠 영상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건 역시 축구였고요. 48개 정도의 축구 영상이 스마트폰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시즌의 스페인 1부 리그, 예를 들면 바르셀로나 대 레알마드리드 시합 영상도 포함되어 있고 2015년 유럽 선수권의 역대 골 영상 등 여러 가지 국제 경기 영상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제가 2006년 7월에 평양을 방문한 바 있는데, 그때 우연히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고려호텔에서 안내해주는 사람과 같이 흑맥주를 마시면서 월드컵 경기를 함께 봤습니다. 그때 안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만 보고 저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때 '역시 축구가 북한 사람들에게 인기 많고 사람들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낀 바 있습니다. 요즘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좋아하는 농구나 정구의 인기도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공 하나만 있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축구나 배구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는 특히 체육에 관심이 많아 북한을 체육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체육 육성정책을 펼쳐왔는데, 축구에 관해서는 어떤 지원과 정책을 추진해왔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는 첫 번째, 2013년 5월 평양국제축구학교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축구 리더를 육성시켜야 한다는 지시에 따른 결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2017년에는 북한에 사는 아동 및 학생들한테 축구공을 하나씩, 다 합쳐서 100만 개 정도를 지급하라고 지시한 바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 당시에 입수했던 북한 동해 쪽에 건설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홍보 영상에도 축구 경기장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기존 인맥이나 경험이 부족한 본인의 권력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해왔습니다. 다양한 오락시설을 만든다거나 핵미사일 개발도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스포츠는 김정은 총비서 본인이 관심을 갖는 분야라서 이를 이용하려 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축구를 지원하는 목적은 북한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 아니고 북한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면 김정은 총비서의 위대성을 해외에 드높이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축구팀은 많지만 응원하는 사람 없어
<기자>스포츠는 전 세계 국민들이 함께하는 축제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스포츠는 또 다른 의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른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에도 축구 1부리그가 있긴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유도나 마라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북한은 진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는 특정 팀에 대한 팬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같이 유명한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자기 생각을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물론 군인들은 4.25 체육단, 경찰은 압록강 체육단 등 자기 조직에 소속된 팀을 응원하는 경우도 있기는 있습니다. 그래도 이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 사람들은 특정한 팀을 응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인이 자유롭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에 축구 경기에 참여하는 팀은 많지만, 어느 팀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스포츠는 '집단 생활하기 위한 환경 마련'이나 아니면 '북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밖에 없고 개인 오락이라는 의미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