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설문] ③ 바이든 임기 내 대북 협상 사실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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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임기가 1년 조금 넘게 남은 가운데, "그 사이 미북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전문가들이 “남은 임기 동안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는데요.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전망이어서 결국, ‘전략적 인내’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와 전망을 짚어본 [전문가 설문], 세 번째 순서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전문가 10명 중 6명 "바이든 대북정책 개선될 여지 없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인기 없는 북한 문제에 힘쓸 여력이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다.”

“북한이 헌법에 핵을 명문화한 만큼 비핵화 협상은 더 어려워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미국과 한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한 10명의 전문가 중 6명은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대북 정책이 달라질 여지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외교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낮고,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해결이 어려운 북한 문제에 전념할 여력이 없는 데다, 현 상황을 유지하는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대북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앤드류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북한 내부에서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의 대북정책을 유지한 채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선택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앤드류 여] (미북 관계는) 보류 상태에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권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활동을 추적하는 등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적인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과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가안보 수석 국장도 국제 환경에 큰 변화 없다면 미북 교착 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거나 미중 관계가 개선되는 등 국제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양측 모두 큰 양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서로 무시하고 있고, 이것이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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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치올코프스키시 외곽의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회담 중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Vladimir Smirnov/AP)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원곤 한국 이화여대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라는 돌파구를 찾으면서 미북 협상은 더 어려워졌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때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라는 가장 인기 없는 의제에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작다는 겁니다.

[조한범] 현재 상황으로 보면 대북 정책의 개선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헌법에까지 핵을 명문화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또 국내 정치적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는데, 개선의 여지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미국 국내 정치도 복잡하고, 특히 사실상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북한이라는 의제에 정치적인 노력과 자산을 바이든 행정부가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전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정책∙전략국장도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 여지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국장도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대북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공간은 없지만, 상황을 바꿀 능력은 있다”면서 대북 접근 방식의 전환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남은 약 1년의 시간 동안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대북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잠재적 정치적 승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로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위해 핵 무력을증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것을 ‘별일 아닌’ 상황이 아니라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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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4일, 한국 파주의 휴전선 인근 임진각에서 북한의 수도 평양과 미국으로 향하는 목적지 표지판이 보인다. /AP (Ahn Young-joon/AP)

자유아시아방송은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에게 “교착된 미북 관계의 돌파구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에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싶은가”를 물었습니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은 ‘강 대 강 대응’, ‘대화와 협상 시작’, ‘조건적 제재 완화’ 등으로 나뉘었습니다.

  1. 북 도발에 강경책으로 대응해야

앤서니 루지에로 전 국장과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대북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더는 관망하며 넘어가지 말고, 미사일 또는 핵실험 등에 다양하고 강력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미국 행정부는 북한 정권이 해외 노동자를 통해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최소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사이버 활동에서도 (제재)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북한과 관련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하지 않고 있는 일이 많습니다.

[브루스 베넷] 북한이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할 때 미국이 그것을 요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만약 북한이 동해 상공에 핵무기를 발사하면, 미국이 어떤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동해 상공에 발사하는 모든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또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외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1. 대화와 협상으로 대북정책 균형 맞춰야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화 재개를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박원곤 교수와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억제’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며, 북한을 유인해낼 수 있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 능력의 고도화를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박원곤] 제가 제안을 한다면 ‘대화’와 ‘억제’를 같이, 특히 대화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화’와 ‘억제’의 비중이 8대 2 또는 7대 3 정도로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현재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하고 있고, 핵을 고도화하고 있으니 당연히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지만, 그럼에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대화에 비중을 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한범]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의 양과 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 상황을 동결하고 안정화하는 것, 그리고 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계속 상황을 방치하고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간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계속 고도화될 겁니다. 따라서 이 상황을 안정시키는 시급한 조치를 가장 빨리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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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일, 한국 파주의 휴전선 인근 통일전망대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AP (Ahn Young-joon/AP)
  1. 조건적 제재 완화

앤드류 여 한국 석좌와 디트라니 대사는 조건적 제재 완화를 통해 교착된 미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여 한국 석좌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핵 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대가로 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함으로써 미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디트라니 대사도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의향이 있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핵물질 생산을 유예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미북 관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획기적인 대북정책의 변화나 미북 관계의 개선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가운데, 북한의 핵 능력은 점점 고도화하면서 결국,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로 돌아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설문에 응한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 국장

앤드류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전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정책∙전략국장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 북한학과 교수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가안보 수석 국장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