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설문] ④ 모호한 북한 인권 정책에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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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가 지난 13일 취임선서를 하고,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인권특사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자유아시아방송 설문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 6년 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이 모호하고 실질적인 행동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놨습니다.

[전문가 설문] 마지막 순서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을 서혜준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북한인권특사 지명 외 실질적 노력 없어 " … 대체로 부정적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10월 2일~6일) 진행한 미국 대북정책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응답자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설문에 응한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이 “애매모호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약 6년 간 공석이었던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 줄리 터너를 임명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는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것을 이유로 현 미국 정부의 인권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국장을 역임한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국장도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미국 측의 ‘전략적 오류(strategic error)’였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바로잡아 다행”이라며 북한 인권 정책에 ‘B’라는 점수를 줬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특히 식량 부족으로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 문제에 미국이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앤드류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북한인권특사 임명으로 미국에 ‘북한 인권 담당자’가 생긴 것은 진전된 상황으로 볼 수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에 중점을 두는 것에 비해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앤드류 여 ] 미국 국무부가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등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나서지 않은 것에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 식량 부족과 같은 문제에 좀 더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일관되게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크게 다루지도 않고 있다며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잠잠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 브루스 베넷 ] 북한 김정은 정권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는 또 다른 차원의 학대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 식량을 배급할 능력이 있지만 , 그들은 다른 것에 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 미국 정부는 이 점에 대해 훨씬 더 공격적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반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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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서혜준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가안보 수석국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보다는 북한 인권 문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듯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행동은 결여됐다고 평가했습니다.

[ 해리 카지아니스 ] 몇 년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방 의회 연설 중에는 유명한 탈북민이 자신의 목발을 들어올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 그러나 그 이후 외교가 시작되자 그런 장면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죠 . 반면 ,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한인권특사가 새로 임명됐지만 , 그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볼 수 없었습니다 . 물론 인권 문제를 언급하라고 압박하면 다루겠지만 , 그 이상으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없을 겁니다 . 그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을 대놓고 비판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전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정책∙전략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중요시하지 않았다”며 “특히 북한 인권 정책은 무시해도 될 정도(Negligible)”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가 지난 13일 미국 국무부에서 취임 선서와 함께 공식 임명됐지만, 이에 앞서 미국 내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 6개월 만인 7월에서야 연방 상원 인준안이 가결됐고, 이후에도 70일 넘게 취임이 늦어진 것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를 비롯해 설문에 응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터너 특사의 늑장 취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우선순위 낮은 대북정책 속 , 인권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교차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을 두고, 두 사안을 “연계해야 한다”와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 인권은 개별적인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두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견해가 팽팽해 북한 인권에 대한 접근법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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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역을 지나는 사람들이 TV 앞에 멈춰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관한 뉴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 AP (Ahn Young-joon/AP)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와 ‘인권’은 분리해야 한다며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미북 간 비핵화 협상과 관계없이 진행해야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권 문제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조한범 ] ( 인권은 ) 핵 문제를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해야 되는 겁니다 . 비핵화 협상과 연동시키게 되면 , 사실 휴머니즘의 기본 정신에 어긋납니다 . 비핵화와 인권은 독립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

한국 이화여자대학 북한학과의 박원곤 교수도 “인권은 정치적인 상황과 별개로 꾸준히 문제 제기가 돼야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 박원곤 ] 북한 인권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이 애매합니다 . 인권특사를 임명한 것도 늦었고 , 인권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 특히 바이든 대통령 혹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높은 수준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적극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

또 박 교수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부과한 이유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가 포함돼 있다며, 미국이 인권 문제를 거론할 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진전이 있다면 제재의 일부를 해체하거나 유예한다”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무언가를 얻는 대가로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비핵화와 인권 사이의 연결고리로써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국제 사회는 비핵화 협상을 위해 인권을 무시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걸러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어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를 끝내고, 비핵화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통일이기에 인권에 대한 초점이 통일로 이어져야 하며 통일이 달성되면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그 연결 고리는 ‘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선임국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관한 공개 회의가 개최된 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은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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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하고 있는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 RFA Photo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가 임명 직후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탈북민 강제북송을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에 미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1년 정도 남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북한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고,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행 조치가 결여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 만큼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 설문에 응한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 국장

앤드류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전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정책∙전략국장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 북한학과 교수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가안보 수석국장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