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인적교류 이후 관광 재개 가능성”
2023.03.31
앵커: 북중 간 일부 육로 무역이 재개되고, 주북중국대사의 부임 등으로 인적 교류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것이 관광 재개로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적교류가 재개되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소환될 것이라며, 사상 총화에 따른 인권유린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인적교류 재개로 북한 관광 시동거나?
중국 외교부가 2년 만에 왕야쥔 신임 북한 주재대사의 부임을 밝힌 지난 28일, 3년 넘게 단절됐던 북중 간 인적 교류의 재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왕 신임대사는 2021년 2월, 리쥔진 전 대사의 후임으로 내정됐지만, 북중 국경의 봉쇄로 부임이 늦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단둥의 한 대북무역업자도 최근(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인 소형 차량 운전수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는 미니버스를 운전하며 이용객에게 요금을 받는데, 차량에는 통행증을 붙여야 하기에 시 당국의 허가가 필수입니다.
이 무역업자는 중국인 운전수의 신체검사가 양국 간 인적교류 재개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만약 인적교류가 재개된다면 그 동안 국경봉쇄로 중국에 오랫동안 체류했던 무역 주재원들과 북한 노동자, 식당 종업원 등을 제일 먼저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주재원들과 노동자들이 국경봉쇄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6년 간 북한에 돌아가지 못하면서 사상이 변할 거란 우려때문에 북한 당국이 하루빨리 소환해 사상 총화 작업을 진행할 거라고 이 무역업자는 덧붙였습니다.
한국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재 중국에서 북한으로 데려와야 할 인원이 많다며, 인적교류가 재개되면 북한 노동자들의 본국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재평] 태양절 전후로 북한 무역업자 혹은 노동자들을 소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왕 철수시킬 거면 4월 15일을 북한에 가서 지내게 하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들은 소식에 따르면 4월 15일 전후로 인적교류 하던가, 그때 못하면 또 밀린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은 코로나가 없다고 선포한 상태고, 중국도 많이 괜찮아졌잖아요.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29일) 만약 인적교류가 재개된다면 북한 관광 재개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정은이] 국경이 막혔던 이유가 ‘코로나’라는 변수 때문입니다. 이 변수만 없어지면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회복된다는 말이잖아요. 그렇게 놓고 봤을 때, 화물차가 다닐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인적교류, 즉 관광 재개를 준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6월에 국경이 열린다고 하는데, 그건 (완전히 국경) 개방을 한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 연구실장은 최근 북중 간 무역 수치가 증가했고, 달러와 위안화에 대한 환율도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에 교역과 인적교류, 즉 관광이 곧 재개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정은이] 최근 공식적인 북중 월별 무역 추이를 보면 2019년보다 올 1, 2월이 더 증가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러 및 위안화 환율도 코로나 기간에 한때는 절반가량 하락한 적이 있지만, 지금 위안화, 달러 모두 회복했습니다. 그 말은 코로나라는 변수가 북중 무역과 교류에서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현재 달러 당 북한 원화는 8천200원, 중국 위안화당 원화는 1천200원으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북 소환 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총화
인적 교류가 재개될 경우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소환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들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할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하며 나름대로 자유를 맛보았기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조직 생활 하기를 원치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정은이] 제가 만나본 분들의 상황을 보면, 어쨌든 상대적으로 해외에 있는 게 훨씬 더 자유롭잖아요. (해외에서) 총화도 하긴 하지만, 간소화됐습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잖아요. 일단 이제 북한에 되돌아가면, (그 동안) 하지 않았던 혹은 이완돼 있었던 상태에서 다시 조직 생활 체계로 편입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답답함 등이 더 큰 것 같아요.
먹고사는 문제도 해외가 더 나았겠지만, 한번 느껴 본 자유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 연구실장은 덧붙였습니다.
서재평 회장도 부양해야 하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 해외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서재평] 지금 중국에 있는 근로자들 또는 러시아에 있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북한에 있을 때보다 먹는 게 훨씬 낫죠. 또 일의 강도를 떠나서 (삶이) 훨씬 낫죠. 그리고 당장 눈앞에 머리 쓸 게 적잖아요. 일만하고, 쉬고…. 북한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정치 활동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참여해야 할) 사회적인 의무가 많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갔던 주재원들과 노동자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사상 총화를 받게 되는데, 이 자체가 인권 유린이 될 수 있다고 서 회장은 우려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노작,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논문 등을 외우고 암송하며 재교육을 받고, 총화 사업을 받는 등 사상 정화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소한 것도 크게 문제 삼을 수 있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총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서재평] 중국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면 보위부에서 그 기간 동안 개인을 평가합니다. 중국에서는 처벌할 수 없잖아요. 보위부에서 딱지를 붙여놓은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중국 사람들과 접촉하고, 외국 말도 하고, 실수한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그런 사람들은 계속 주의해왔을 겁니다. 처벌을 받는 사람들이 없을 수가 없어요. 내부적으로도 서로 중국에 있을 때 감시하고 있으니 (처벌 받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고요. (북한에) 들어가면 총화가 엄격하고, 총화 과정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하죠. 총화 자체가 인권 유린이죠.
그럼에도 정 연구실장은 김정은 시대에 해외에 나가는 걸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합니다.
[정은이] 다만 김정은 시대의 변화는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예를 들면 옛날에는 교화소 출신의 사람은 해외에 나갈 수 없고, 다른 이유로 안 되고 그랬는데, 지금은 능력 있고 돈 있으면 해외에 나가서 사업 네트워크를 만들어 들어오든지, 투자를 받아서 들어오든지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완화됐습니다. 바꿔 말하면 (해외 나가는걸) 장려하는 분위기여서, 통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심각할까?’ 생각하고요.
이미 코로나가 없다고 밝힌 북한 당국과 고강도 방역에서 위드 코로나, 즉 느슨한 정책으로 변경한 중국 사이에 더는 코로나가 큰 변수가 아니기에 완전한 국경개방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 평양주재 서방국 대사관과 유엔기구들의 정상화는 당장 어려워보이지만, 북중 간 인적 교류와 북한 관광이 재개될 경우 이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