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 이어 러시아와 교섭…교역 부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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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이 러시아와 교역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이 러시아와 교역 재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문성희 네, 북한은 지난달 16일부터 중국과의 육로교역을 재개했지 않았습니까? 이에 이어서 러시아와 교역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2020년 1월부터 계속해온 국경봉쇄에서 벗어나 우호국부터 시작해서 교역을 재개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만큼 북한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움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러시아와는 과거에 천연가스 공급 문제로 협의를 한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러시아는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구축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에 그런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이미 7차례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는데 이건 누가 봐도 미국의 바이든 정부를 의식한 것이겠지요. 미국은 중국과는 대만 문제나 위구르 문제로,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지금 긴장 관계에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교역을 시작하거나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즈음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와중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은 개막식 전에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중러는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을 북한도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게 이용하려는 생각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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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오전 압록강철교를 지나 단둥으로 향하고 있는 북한 화물열차. /RFA Photo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최근 중국과 철도교역을 재개했는데 그럼 다음 교역 재개 상대가 러시아가 되는 건가요?

문성희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와 알렉세이 체쿤코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경제적 유대와 교역을 단계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봄 북러 접경지역의 화물 철도역을 개량한 데 이어 지난해 9~12월에는 창고 등을 신축했습니다. 다만 아직 북한은이 화물철도역을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기댈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중국 다음 교역 재개 상대가 러시아로 되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나선시에 갔을 때 중국과의 국경과 러시아와의 국경도 돌아보았습니다. 북한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은 한국과 철도를 연결할 때 서해안이 아니라 동해안 쪽으로 개설하려고 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건 동해선을 거쳐서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하려는 그런 구상이 있었다고 봅니다.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물류의 거점으로 북한을 꾸리고 싶다는 그런 구상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러시아에는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파견돼 외화벌이에 나섰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직접 극동지역을 방문하셨던 걸로 아는데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2019년 여름 러시아 연해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 경기도 주최로 열린 경제 문제 심포지엄에 발표자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습니다. 경기도는 원래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독자적으로 추진하자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심포지엄도 '어떻게 하면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추진할 수 있겠느냐' 그런 측면에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을 자주 오고 가서 경제 문제로 박사논문을 쓴 저를 초청한 것 같습니다. 심포지엄 자체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한국 기업이 경영하는 대규모 농장 등도 방문하면서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적인 관계도 매우 깊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갈 때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평양으로 귀국하려는 북한 사람들을 목격했습니다. 젊은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굉장히 인원수가 많았습니다. 한 눈으로 봐도 러시아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모두가 굉장히 많은 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러시아에서 구입한 물건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겠지요. 물론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짐도 있었겠지만 북한 당국에 바치는 그런 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망설였고 결국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습니다. 당시 대북제재로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하기 시작한 시기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공항에 모이고 있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외화벌이 노동자로 파견되는 게 인기가 많았나요?

문성희 제가 북한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외화벌이 노동자로 파견되면 물론 기본적으로는 국가에 돈을 바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 받게 되는 돈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해외노동자로 저축을 한 돈으로 평양에 돌아가서 집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외화벌이 노동자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짓고 있다,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국가가 수탈하는 돈도 많다고 보지만 그래도 외화로 임금을 받으면 북한에 돌아가면 엄청 큰 가치가 있지요. 내화, 그러니까 북한 돈으로 바꾸면 큰 액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재일동포를 비롯한 해외동포들이 북한에 사는 친족들에게 가져간 미국 달러나 일본 엔을 선물하면 ‘1만 엔(약90달러)으로 한 달을 생활할 수 있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외화는 북한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하여튼 외화를 벌 수 있는 직업은 인기가 많지요. 같은 측면에서 개성공단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간식으로 나오는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시장에 파는 그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 간 교역량이 그리 많지 않아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실질적 도움이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문성희 네, 지금 북한과의 교역량이 가장 많은 것은 중국입니다. 90%가 중국과의 교역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을 재개하는 것은 북한에 있어서는 정말 경제부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러시아와는 그렇게까지 교역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요. 러시아와 교역을 재개했다고 해서 경제난 해소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코 크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그래도 중국만이 아니라 러시아와도 교역을 논의한다는 것은 북한이 점차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을 전면적으로 부활시키는 신호로 볼 수 있어 좋은 징후라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