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 불임 증가에 신제품 치료약 출시 활발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11.13
북 여성 불임 증가에 신제품 치료약 출시 활발 북한에서 출시되고 있는 여성질환에 효능이 있는 의약품 (왼쪽부터 시계방향) 락랑수성제약공장에서 생산되는 ‘초산프로게스테론알약’, 룡흥제약공장에서 생산되는 ‘사물환’, 락랑수성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단알약’, 토성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록태고’.
/ 안경수 센터장 제공, 출처 북한 <조선무역> 홈페이지의 상품소개

앵커: 북한도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성들의 불임이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여군들이 군복무 기간 겪는 영양실조와 생리 불순 등 각종 여성질환, 성폭력 등이 여성의 불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인데요

 

여성의 불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북한 제약회사가 여성 질환 치료약을 많이 출시하는 것도 뚜렷한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 여성의 불임 원인과 사회적 문제를 천소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제대한 북한 여성의 불임, 심각한 사회 문제

 

한국 통일부가 지난달 발표한 ‘최근 북한의 경제, 사회 특이 동향에 따르면 북한은 저소득 국가군임에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했습니다.

 

보고서가 추정한 2023년 현재 북한 인구는 약 2616만 명. 하지만 오는 2034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올해 북한의 인구성장률은 0.34%, 합계 출산율은 1.79명으로, 다른 일반 저소득국가의 인구성장률 2.7%, 합계 출산율 4.47 명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에 직면한 가운데 군대 내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여군들의 불임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7살부터 27살까지 10년 동안 북한에서 여군 장교로 복무한 탈북민 김단금(비단금TV씨는 군대 생활 동안 여군들의 생리 불순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2)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김단금] 군대 훈련을 나가기 전에 생리를 했는데, 군대에 가서 3개월 동안 신병 훈련을 받는 기간에 생리가 없어지더라고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리고 생리도 없어지고, 훈련하는데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생리 불순은) 흔한 거예요. 군 복무 기간 (한 번도) 안 하는 군인도 봤어요. 6~7년 내내 생리를 안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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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북한 건국 65주년을 맞아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AP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하며 약 50명의 군인 출신 탈북민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교수도 군대 내 열악한 환경으로 여군들이 불규칙한 생리에 시달리다 장기간 월경을 하지 않고 결국, 불임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무] 여자들이 굶으면 생리를 안 하게 되고요, 머리가 빠지죠. 그리고 장기간 생리를 안 하면 불임이 됩니다. 지금 북한에서 군대 갔다 온 여성들의 불임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여군 수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의 여군 비율은 전체 군인의 약 20%입니다.  

 

북한 조선인민군의 병력이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20%가 여군이라면 약 24만 명에 달합니다.

 

부대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북한 군인이 동일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없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영양실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부대 자체적으로 농사를 짓기 어렵거나 외부 후원 단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입니다.

 

[김단금] 한미 합동군사훈련 때는 여군도 밖에서 먹고 잡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보름간 하면, 15일 동안 똑같이 안 내려와요. 진지에서 하루 세 끼 눈비를 맞으며 먹고 자고, 그래서 여자들이 냉병이 온다고 하거든요. 나도 아기를 못 낳는 줄 알았어요. 대부분 여군들이 냉병 때문에 아기를 못 낳는 것을 많이 봤어요.

 

이미 북한에서는 “군대를 다녀온 여성은 냉병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대에서 제대한 여성의 불임은 일반적인 현상이 돼버렸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2) RFA에 여성의 불임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원인은 더 많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군대뿐 아니라 여성 질환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안경수] 특히 어린 나이의 여성이 군대에서 열악한 환경을 겪으며 생리불순이나, 여성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럴 비율은 확실히 대한민국이나 일반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고 봅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또는 군대에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군대 내 뿌리 깊은 성폭력도 불임의 원인

 

북한에서 의사로 근무했던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 RFA에 북한 군대 내에서 이뤄지는 성폭력도 여성의 불임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정훈] 북한 여군들이 군 복무 기간에 연애하면서 성관계가 이뤄지기도 하고, 성폭행도 있죠. 북한은 피임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임신이 되면 한 번 이상의 소파술, (임신) 중절술을 하게 됩니다. 수술이니까 항생제를 당분간 사용해야 염증 같은 걸 막을 수 있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러다가 자궁내막염 등에 노출되는 거예요. 자궁내막염이 불임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북한 여군이 제대한 뒤 가장 원하는 것이 입당, 즉 당원이 되는 게 중요한데요. 그걸 위해서 성 상납도 이뤄지곤 합니다.

 

[기자] 그런 사례를 직접 보시거나 들은 적도 있으신가요?

 

[최정훈] 북한 사람이면 다 알아요. 북한 여군들은 성폭행에 노출돼 있고 입당, 진급에 다 성적인 문제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성폭행이나 임신, 또 차후 대책에서 염증 등 여러 가지 부인과 질환을 앓을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그래서 여성 건강이 안 좋아지고, 그게 불임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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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1일, 북한 평양 모란봉구역 개성진료소의 약사가 창구에서 대기 중인 환자를 위해 전통 고려약을 조제하고 있다. /AP

 

여성의 불임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방증하듯 최근 북한 제약공장에서는 불임과 월경 장애의 치료에 관한 의약품 출시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여성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북한 사회가 큰 관심을 두고 있고, 치료약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안경수] 코로나 시기 전부터 최근까지 북한의 제약 공장과 제약 회사들이 현대화되고 신설 확장되면서 각종 제품의 출시가 활발합니다. 공통점으로 불임증, 월경 장애 치료, 유선증, 자궁근종, 자궁 출혈 등 여성 질환에 관련된 효능이 있다고 명시된 의약품들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또 거기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까요. 그만큼 북한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경제적인 활동이 더욱 많아지면서 북한 당국도 관심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한국 통일부는 북한 저출산의 원인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한 차례 출산율 급감과 생계 곤란에 따른 여성의 비공식 경제활동 참여 증가를 꼽았습니다.

 

또 북한 남성의 잦은 술과 담배, 환경 호르몬 등 영향에 따른 남성 불임도 저출산의 요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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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6일, 북한 평양에서 한 여성과 딸이 전봇대에 걸린 북한 국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하지만 요즘 북한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먹고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최정훈] 먹고살기 힘드니까.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같지 않은데 애를 낳아도 나와 같은 상황이 또 대물림되는 거잖아요.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죠. 세상이 좋으면 낳겠죠. 지금 북한도 인구 문제가 심각합니다. 군인 병력 보충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김단금]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애를 적게 낳기 시작한 건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그것 때문에 아이를 한 명만 낳자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아주 안 낳으면 서운하고, ‘둘도 말고 한 명만 낳자가 된 거죠. 먹고 살기도 힘든데 애를 어떻게 낳아요.

 

자신의 힘든 삶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먹은 북한 여성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불임 문제뿐 아니라 출산을 거부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북한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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