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 “북 노동자 파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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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중계항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북∙중∙러 간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를 계기로 중국 내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중국 훈춘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가 대거 파견될 수도 있다는 건데요.

북한은 장기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의 개방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거대 유통망을 형성하면서 커다란 경제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중국 훈춘 중심으로 북 노동자 일자리 증가 예상

[ 한국 KBS 뉴스 ] 중국이 청나라 때 러시아에 빼앗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의 사용권을 163년 만에 확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막대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밀접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1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동북 지역의 바다 진출 길을 열게 된 겁니다.

동북 지방에 항구가 없어 그동안 육로를 통해 약 1천km 떨어진 랴오닝성의 다롄항으로 물자를 이동시킨 뒤, 해상 화물을 보내야 했던 중국은 이번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로 운송 거리가 약 200km로 짧아지면서 운송 시간 감소, 물류비 대폭 절감 등 많은 경제적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중·러 간 경제 협력이 밀착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은 북한에도 적지 않은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중국이 동해로 나오는, 동북 3성의 물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북·중·러 간 경제 협력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조한범] 동북 3성이 활성화되면 당연히 북·중 경제 협력도 활성화할 수 있고요. 최근 북·러 관계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 개방은 단순히 북중 관계로 끝나지 않고, 상당할 정도로 북·중·러 경제 협력에 탄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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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workers rest before the departure ceremony of a cruise ship with visitors at the port of the North Korean special economic zone of Rason, located northeast of Pyongyang 2011년 8월 30일, 평양 북동쪽에 위치한 나선의 북한 경제특구 항구에서 방문객들과 함께하는 유람선 출항식 전에 현지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Reuters (Carlos Barria/REUTERS)

블라디보스토크 항 확보를 계기로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에 중국 훈춘 지역이 있는데, 이 곳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돼 왔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17일)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로 훈춘 지역의 경제 활성화가 예상됨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안경수] 훈춘 지역에 대규모 산업 생산공장, 식료품 생산공장, 물류 창고 등이 있는데 거기에 대규모 북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거기서 북한 노동자들이 생산하고, 가공하고 포장하는 상품들이 훈춘에서 다른 지방을 통해 전 세계로 운송됐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하면서 중국의 물류비용 절감과 효율화가 이루어지면 결국그것을 가공, 생산, 포장하고 만드는 북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안 센터장은 나아가 짧은 시일 안에 북한 노동자들이 훈춘 지역에 파견될 것이라며 인적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경수] 북한과 중국에 매우 이득이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과 맞물려 생각해 보면 북한 노동자들이 올해 6월부터는 국경을 넘어 더 많이 이동할 수 있겠구나, 이런 요인이 생겼구나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도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가 인적 교류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북한도 위드코로나(코로나와 공존) 전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엄격하게 비상 방역을 강조하던 추세에서 최근 점차 방역에 대한 보도를 완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북한으로서도 참석을 안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근 북한도 인적 교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은 인적 교류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함으로써 중국 동북 3성의 경제가 탄력을 받게 되면, 중국도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훈춘을 포함한 동북 3성 전체에 북한 노동자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북·중 개방을 앞두고 북한에 파견할 노동자를 이미 선정해 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고,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도 RFA에 “현재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근로자들을 들여보내고, 이를 대신할 다음 노동자 선발까지 마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훈춘 -블라디보스토크-나진까지 거대 유통망 형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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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8일, 북한 남성이 라선 경제특구 내 북한 나진에 새로 건설된 항구를 따라 자전거를 밀고 있다. /AP (David Guttenfelder/AP)

중국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되찾기 전 북한의 나진항과 청진항을 통해 동해로 진출하는 ‘차항출해’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무력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북중 경제협력이 어려워지고, 코로나가 확산한 이후에는 북중 국경까지 폐쇄되면서 중국은 나진항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은 북한 나진항에 대한 개방 압력이 될 수 있다고 한국 원광대학교의 이신욱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24일) 내다봅니다.

[이신욱] 저는 북한에 오히려 경쟁 항구가 더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코로나 시대 때 한 2년 정도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중국의 동북 3성이 오히려 대륙에서 고립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경우 새로운 항구를 찾다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런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연해주를 영토적인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를 거부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생각이 바뀐 거죠.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상호 협력 관계가 됐고, 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개방하게 됐죠.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나진항과 청진항 외에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더해 선택권이 늘어난 상황이기에 단기간으로 보면 북한에 손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중·러 간 협력으로 파급되는 경제 효과가 더 크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습니다.

[이신욱] 파이를 나눠 먹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단기간으로 볼 때는 북한에게 손해일 수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나진 쪽에 대규모 공단과 유통망을 만들 수 있고, 중·러 유통망에 북한이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당히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훈춘-블라디보스토크-나진 삼각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릴때 중국이 북한 나진항을 다시 이용할 수 있을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항 하나로 만족할 수 없다며, 북한 항구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봅니다.

[조한범] 블라디보스토크는 본질적으로 부동항이 아닙니다. 겨울에 강추위가 오면 일정한 한계가 있고, 또 블라디보스토크의 물동량에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블라디보스토크 하나만 가지고는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태평양으로 나오는 항구 문제가 절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특히 신냉전 기류가 확산하면서 진영 논리가 고착화될 경우에는 중국이 북한 항구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북한 동해의 항구들이 가진 경쟁력이 블라디보스토크항보다 더 크기 때문에 북한 항구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될 것이란 게 조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북중 국경의 개방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 확보가 앞으로 북·중 간 인적 개방과 교류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