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김정은, 이미 트럼프 측에 편지 보냈을 수도”
2024.12.04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김정은이 또 편지를 보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저는 알렉스 웡의 임명이 그 퍼즐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석 부보좌관으로 발탁된 이후 트럼프 당선자 측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직접 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앞으로 미북 정상회담의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는 내년 초 정도에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또 북한 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한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가 앞으로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적임자로 선택됐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알렉스 웡, 미북 정상회담 위한 퍼즐 한 조각”
[기자]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석 부보좌관으로 발탁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알렉스 웡을 수석 부보좌관에 임명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와 회담을 염두에 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리정호] 네. 저는 트럼프 당선인이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수석 부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김정은과의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호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렉스 웡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북 협상 실무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행동 방식과 전략에 관해 깊은 통찰력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그는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하기도 했죠.
그는 2021년 '평양의 비밀: 전략이 없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김정은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모르고, 그의 보좌관들조차 정직하게 대안과 반대급부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그는 김정은의 핵심 권력층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알렉스 웡이 북한 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간의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적임자로 선택하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최근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당선자 측에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로 따라 미북 정상회담의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판단으로는, 미국 내 복잡한 현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라는 중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는 내년 초 정도에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최근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김 총비서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과거 친서와 유사한 편지를 보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면서요?
[리정호] 네. 김정은의 ‘친서 외교’는 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적 기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에는 그가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다급한 상황에서 이런 접근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점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리를 간파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김정은의 친서 외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리에 맞춘 ‘칭찬과 아부의 친서 기만술’로 진화했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김정은이 또 편지를 보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저는 알렉스 웡의 임명이 그 퍼즐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가 “김정은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랄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다”라고 공언한 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결국, 김정은이 칭찬과 아부의 친서로 트럼프 당선인을 현혹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저도 과거에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웡 특별부대표는 “회담을 위해 북한에 양보하거나 유인책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 “한미연합훈련도 재개해야 한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것은 나쁜 거래였다” 등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만약, 알렉스 웡 수석 부보좌관이 대북 협상을 다시 이끈다면 어떤 방향으로 대화가 추진될 것으로 보십니까?
[리정호] 과거 알렉스 웡의 강경한 대북 접근 방식은 그의 협상 전략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는 앞으로도 북한에 선제적으로 양보하거나 유인책을 제시하는 방식을 배제하면서 원칙을 견지하고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우주 기술, 그리고 핵잠수함 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대화의 조건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8년과 2019년 트럼프 행정부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 경험은 김정은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김정은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없다"라는 입장을 이미 천명했고, 최근 국방전시회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의 본질은 철저한 힘의 논리에 기반한 적대 정책"이라고 비난한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발언은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렉스 웡은 경험과 원칙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의 허점을 겨냥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앞으로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정권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압박, 경제 제재를 이행함과 동시에 체제 안정을 위한 제한적 유화책을 병행하는 정교한 균형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이러한 접근은 한미 동맹의 굳건한 협력이 전제돼야 하며, 이는 전략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관련 기사>
“김정은, 내심 ‘미북 협상에 관심’ 메시지”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④ 알렉스 웡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북 주민, 김정은의 ‘친서’ 사실 알면 충격받을 것”
[기자] 그렇다면 김 총비서의 친서 외교 공세가 계속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나아가 전 세계 자유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리정호] 안타깝게도 김정은은 ‘친서 외교’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 같은 해석의 여지를 만들었습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다루지 않게 했고, 동시에 한반도에서 미군의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해 한미 동맹의 군사적 긴밀성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와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외교적 업적으로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도 김정은은 철저히 은폐된 공간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기만 전략을 통해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약 30년간 미국을 교묘히 속이며 핵 개발을 지속해 왔고, 그 결과 현재 수십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죠.
김정은의 ‘러브레터’ 전략에 미국 대통령이 현혹된다면, 그는 더욱 대담해질 것이고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국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겁니다. 또 이는 북한뿐 아니라 핵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담성을 부추기고, 미국과 동맹국 간의 결속이 약화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제 질서와 전쟁에서 권위주의 체제가 우위를 점하는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만약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간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미국은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을까요. 아니면 핵 동결과 군축 협상으로 전략을 수정하게 될까요. 어떤 접근이 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리정호]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과 핵 군축으로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 수십 년 만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고, 미국에는 30년 만에 ‘패배’라는 수치를 남기게 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안보상의 우려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할 때 핵 동결, 핵 군축과 같은 중간 단계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시설의 일부를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북한이 보여준 기만적 행보와 반복적인 합의 파기를 볼 때 핵 동결과 핵 군축 협약이 체결된다 해도 그 실효성과 검증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정권이 핵 동결을 약속해도, 폐쇄된 체제의 특성상 지하 벙커나 은밀한 시설에서 핵 개발을 지속한다면 이를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은 이란과 같은 다른 국가들에 좋지 않은 선례를 제공하기 때문에 핵 개발의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위험을 높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는 미국의 통제를 넘어선 세계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발휘해 임기 내에 비핵화를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편집장의 저서 ‘격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려 28건의 친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조금 전 김 총비서가 최근에도 유사한 편지를 보냈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미국을 적대시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자주 편지를 보낸 것을 북한의 엘리트들과 주민들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리정호] 김정은이 주민들에게는 미 제국주의를 증오하는 사상을 강요하면서, 뒤에서는 미국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편지를 수십 차례 보낸 것은 본질적으로 모순되는 행위입니다. 북한 체제는 두 가지 핵심 사상, 즉 김씨 가문의 개인숭배 사상과 미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 사상을 기반으로 유지됩니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균열이 생기면 체제의 정당성과 안정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지금까지 나라가 빈곤하고 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모두 미국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전가하고 증오 사상을 강화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면, 북한이 빈곤한 원인은 자연스레 김정은 체제로 돌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기 위해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이는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겁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친서 외교를 숨기고, 이를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는 정권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감추고 허상을 강요하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의 재등장과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