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내심 ‘미북 협상에 관심’ 메시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1.27
“김정은, 내심 ‘미북 협상에 관심’ 메시지”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김정은, 조건 맞으면 대화하겠다는 메시지 암시

 

[기자] 지난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결과로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고 말했는데요. 미국과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며 불신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북한의 입장이 미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이는 단순히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북 협상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관심이 없다면 아예 무시하면 될 텐데, 이렇게 언급한 것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간접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조건이 맞으면 대화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김 총비서는 트럼프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할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에 응할지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며, 그중 하나는 김 총비서가 직접 언급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가 핵심입니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구체적으로는 대북 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북한의 핵 보유 인정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국이 이러한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에 한미연합훈련의 동결을 인정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측의 양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김 총비서의 발언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북한 편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시기나 협상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결국,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고 싶다면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당시 대북 협상을 담당했던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 인사가 북한에 어떤 신호를 보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잘 아시다시피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보좌관 지명자는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님의 영향을 받으며 공산주의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의 배우자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볼 때, 이번 인사는 중국과 대만에 관한 정책 전문성과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 인사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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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2022년 11월 개최한 설명회에서 의회에 제출할 '2022 연례보고서' 관련 내용과 북중 관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 USCC

 

또 웡 지명자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보좌하며 북한 외교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는 변호사 출신으로, 미 의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비건 전 부장관과 함께 일했던 시기에도 한반도와 직접적인 연관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알렉스 웡을 기용했다고 해서 북한 문제를 얼마나 중요시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웡 지명자의 대북 외교 경험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북 외교를 추진한다면 그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전시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미사일, 무인기 등 최신 무기들을 공개했는데요. 김 총비서는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또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에 맞춰 군사 장비를 현대화하겠다"라고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북한군이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전 세계 여러 나라가 현대전에서 많은 관심을 두는 분야는 기존의 육·해·공군을 넘어 사이버, 전자파, 우주 등을 포괄하는 '올 도메인(All-Domain)', 즉 전 영역 전투입니다.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공간을 활용한 정보전을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전쟁'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최첨단 현대전을 가능케 할 기술력을 아직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해킹 범죄를 반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최상위 그룹에는 속하지 못하더라도, 그다음 단계의 그룹에 해당하는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 총비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북한군 무기의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를 추진할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현재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GPS 기능(위성항법 시스템으로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해 명중률이 점차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여러 종류의 드론이 공개됐고, 김 총비서는 자폭 드론의 대량생산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전략은 북한군의 최대 약점인 노후화된 재래식 무기를 보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전투기나 전차는 배치된 지 50년이 넘은 경우가 많아 한미 연합군에 대적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강화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첨단 군사 기술, 예를 들어 레이더 탐지를 어렵게 하는 스텔스 기술, 극초음속 무기, 핵무기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이는 러시아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민간 기술로도 제작이 가능한 무인기나 3세대, 4세대 전투기, 방공 무기 등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정찰위성과 같은 우주 분야 기술도 북한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우주 분야에 대한 북한의 전투력을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김 총비서의 현대전 대응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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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언론 매체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집단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러시아민족우호대학에 다니는 28세 여성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적응 프로그램을 통해 전투 지역에서 15㎞ 떨어진 쿠르스크 지역의 크롬스키 비키에 언어 강사로 파견됐다가, 지난 12일 북한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건데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군의 군기 문제와 북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병사들은 원래 생활에서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가 2021년 3월에 발표했던 '북한군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군 내부에서는 식량 부족, 각종 괴롭힘, 공개 처형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군인들은 인터넷은커녕 편지를 주고받는 것조차 제한받고 있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병사들이 부모님께 식량을 보내달라는 편지는 쓸 수 있지만, 언제쯤 편지가 전달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르면 한두 달, 보통 석 달,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렸으며, 편지가 분실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인 러시아에 파견되면 북한 병사들의 심리 상태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파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직접 편입되지 않은 가운데, 북한 병사들이 같은 부대의 러시아 병사들처럼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는 등 더 자유로운 환경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보도된 성폭력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러시아군이 심각한 병력 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령 이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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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포함된 장성 3명이 지난 9월 김정은 총비서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흰색 원안 왼쪽부터 신금철, 김영복, 리창호. / 연합뉴스

 

[기자] 끝으로, 최근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북한 고위 군 장성이 부상을 입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1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고위 장성이 우크라이나 전선 인근에서 부상을 입은 것은 이번에 처음 보고됐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에 영향을 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고위 장성이 영국제 미사일 ‘스톰 쉐도우’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일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 국가정보원도 이 정보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군은 이미 러시아와의 협력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만약 병력을 철수한다면, 김 총비서가 가장 바라는 북러 간 군사동맹이 어려워질 겁니다. 또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한미일에 경고하고 싶은 김 총비서의 입장에서, '철수'라는 선택지는 고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군이 독자적인 지휘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력을 안전한 곳으로 재배치하는 결정도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김 총비서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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