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미북대화 재개돼도 ‘협상 결렬’ 가능성 높아”
2024.11.26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내년 초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도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이후 곧바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와 한국 국회의원 연구단체 ‘북한 그리고 통일’이 26일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미 대선 이후 북핵문제 대응방안’ 세미나.
발표에 나선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미북 간 비핵화 협상 시나리오 중 ‘현상유지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정상회담 등을 통해 외교 재개를 시도하지만, 상징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질적인 비핵화나 진정한 의미의 군사적 위협 해소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12월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로 부임해 대북외교실무에 관여했던 알렉스 웡이 최근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보좌관에 임명된 점 등을 보면 향후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양자 간 거래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이 부분적 비핵화 혹은 군축논의를 진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프로그램 등 대미위협만 제거하는 ‘위험한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핵 군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트럼프 당선인 및 참모진들의 현실주의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이같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입니다. 이상규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북한이 주요 도발을 자제한다든가 또 미북 간 정상회담을 통해서 상징적인 외교 재개를 시도하는 그런 시나리오가 되겠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에 임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실질적인 거래 조건이 맞아야 되는데 그 거래 조건도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토론에 나선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비핵화 협상은 결국 난항을 겪으며 결렬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 미북 협상에서처럼 ‘단계적·동시적 조치 이행’ 입장, ‘포괄적 비핵화 조치 이행’ 입장을 각각 확고하게 유지하며 대립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민 교수는 또 미국이 오는 미북협상에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하지 않고 (사실상의) 군축협상을 진행하더라도, 북한의 핵시설 ‘신고’ 및 ‘사찰’ 부분에 있어 북한의 입장에 맞춰 유연성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1990년대, 2000년대 북핵 협상에 있어서 난항과 결렬을 이끌어왔던 ‘신고’와 ‘사찰’ 부분에서, 물론 (합의) 가능성은 있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정상외교가 되지만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겪으면서 결렬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북한이 문을 닫고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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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북 간 대화가 바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자 전쟁 종전”이라며 “미북 대화는 임기 중반 이후 정세전환 목적의 일환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연구위원] 취임 후 상당 기간은 북핵 문제보다는 국제적 파급력이 더 크고 미국의 대전략에 있어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는 우크라이나 또는 가자 전쟁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관리에 외교의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며 “비확산문제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북핵문제보다 이란문제를 우선 다룰 것”이라며 조기에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비핵화 문제 등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또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 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