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대중의 호기심 대상 아냐”
2025.01.21
앵커: “전쟁포로는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
제네바협약(제3 협약) 12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생포한 북한군 포로 심문 영상과 함께 이들의 얼굴을 공개했는데요. 한국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김유니크 조사분석원은 북한군 포로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은 북한 정부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으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가운데, 두 나라가 북한군 포로의 신분 확인을 거부할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들의 한국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김유니크 조사분석원을 만나봤습니다.
“북한군 포로 본국 송환 시 처벌 가능성 커”
[기자] 김 유니크 조사분석원님 안녕하세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분석원님께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쟁 포로가 된 북한군 포로가 인권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전쟁 포로가 발생한 이 시점, 인권적 차원에서 이들을 어떻게 중요하게 다뤄야 할까요?
[김유니크] 북한군 파병은 북한 정권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북한군의 개인적인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가담한 책임은 오로지 러시아와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측에서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들이 러시아 전쟁에 파병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북한군은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했으며, 이들의 파병은 사실상 강제 징집에 가깝습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북한군은, 알지 못하는 전쟁을 위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희생을 통해 북한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 한 명당 월 미화 2천 달러를 지급하지만, 이 금액의 90%는 북한 정부에 송금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군 파병 문제는 기본적인 생명권부터 노동권을 포함한 인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군 포로 송환과 관련해 몇 가지 방법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국인 북한에 송환하는 법, 본인 의사가 있다면 한국으로 송환하는 법, 아니면 우크라이나 또는 제3국에 남는 법 등이 거론되는데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군의 의사겠지만, 분석원님은 이 북한군 포로에 대한 송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유니크]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군 포로의 의사입니다. 만약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한다면 이를 반드시 보장해야 합니다. 북한군이 본국(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전쟁 중 외국 문화를 접하고 교류한 사실만으로도 북한에서 강하게 처벌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에 따르면, 북한에서 발생한 자의적 구금, 고문 또는 기타 인권 침해 사례의 68%가 외부 미디어 소비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잡힐 위기에 처하자, 자폭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이들이 생포되었을 때 북한에서 직면할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 포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행 보장해야”
[기자] 북한군 포로 송환과 관련해 국제법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은데요. 이 문제가 복잡한 것이 국제법상으로 몇 가지가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쟁포로는 본국에 돌려보내야 하지만,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라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렇게 러시아, 북한, 우크라이나, 한국 등이 얽혀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김유니크] 1949년에 채택된 제네바 협약(제3 협약)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전쟁 포로는 본국으로 송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전쟁 포로의 권리 보호를 위한 기준으로, 본국으로의 송환이 전쟁 포로의 안전에 공헌되는 선에서 적용됩니다. 1960년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주석서에는 ‘전쟁 포로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경우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에 대한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고문 금지는 강행규범(jus cogens)으로 인정되며, 고문이나 고문에 준하는 심각한 처벌의 우려가 있을 경우, ‘강제송환 금지 원칙’은 강행규범으로 간주해 본국 송환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합니다.
[기자]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북한군 포로의 맞교환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국제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김유니크]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군의 교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군 포로가 귀환을 원하지 않는 경우 제3의 방법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보장할 가능성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국제적 책임에 대해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군 포로가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형 등의 심각한 처벌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한국행 보장은 북한군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한국행 보장이 정치적 전략이 아닌 인권 보호 차원에서 추진된다면, 북한군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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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얼굴 공개에 가족도 위험 가능성”
[기자] 최근 공개된 북한군 포로의 영상에서 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간다면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함께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김 분석원님은 북한군 포로의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김유니크] 안타깝게도 북한군 포로의 얼굴은 인터넷에 공개된 상태입니다. 제네바 협약(제3 협약)은 ‘전쟁포로가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949년에 제네바 협약이 채택될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는 인터넷 사용으로 개인 정보가 빠르게 퍼질 수 있어 대중의 호기심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졌습니다. 북한군 포로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 특히 인터넷을 통한 노출은 북한 정부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으며, 북한에 남아 있을 가족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파병된 북한군의 실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신원 보호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자] 만약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원한다면, 실현될 수 있을까요. 한국 정부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떤 법적 검토나 절차가 필요할까요?
[김유니크] 북한군 포로는 러시아군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파병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들에 대한 신분 확인을 거부할 경우,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군 포로의 의사가 우선시돼야 하겠지만, 이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사상과 이념적 통제를 받았을 경우,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인식을 가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군의 신체적 회복뿐만 아니라, 한국행과 전쟁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현재 북한군 전쟁 포로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만큼,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신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군 파병, 적법 절차 없이 진행된 반인도적 범죄”
[기자] 북한군 포로가 “전쟁인 줄 모르고, 훈련인 줄 알고 참전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가족들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고요.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파병된 북한군의 사례가 김정은 총비서의 국제법 위반이나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김유니크]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것은 여러 면에서 복잡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성인 자국민에게 징병제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파병됐기 때문에 징병제에 대한 항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징병제도 적법 절차를 따라야 하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쟁에 투입돼 생명을 위협받는 것은 노예와 다름없는 대우이자 비인간적인 대우입니다. 이는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 파병된 북한군은 경제적 착취를 당하며 강제노동의 피해자로 볼 수 있어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위반되는 사례입니다. 북한군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행한 인권 침해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가담한 것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을 국제법을 바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북한군 전쟁포로는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북한군 포로 문제가 국제사회에 전하는 메시지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김유니크] 최근 공개된 북한군 전쟁 포로 영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로 징집된 북한 군인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각각 20살, 26살인 북한군 포로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북한 정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피해자로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앞으로 더 많은 북한군 포로가 발생했을 때 그들의 신변 보호를 비롯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차례 긴급회의를 소집한 반면,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전 세계 인권을 보호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인권이사회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NKDB는 북한군 파병이, 오랜 기간 지속된 노동 착취와 초국가적 탄압에 연관된 광범위한 인권 침해 패턴(유형)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이들 기구가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인권센터(NKDB)의 김유니크 조사분석원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또 이 과정에서 북한군 포로의 인권적인 측면에 미칠 우려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