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러 파병 북한군 포로에 국제법 적용을”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5.01.07
전문가 “러 파병 북한군 포로에 국제법 적용을” 2023년 9월 24일, 아르메니아 남동부 코르니조르 마을 인근 도로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관계자들이 분쟁 피해자 지원을 위해 아르메니아 검문소를 지나 아제르바이잔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REUTERS/Irakli Gedenidze

앵커: 최근 우크라이나 특수 부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병사가 부상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북한군 포로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앞으로 발생할 북한군 전쟁 포로에 대해 전쟁 당사국들이 제네바 협약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군 포로 확인과 처우에 많은 문제 예상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한 명을 생포했다는 우크라이나 매체의 보도를 사실로 확인했습니다.

 

또 해당 병사가 심각한 부상으로 사망한 것도 우방국과 정보 공유를 통해 확인했다고 국가정보원은 밝혔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생포된 북한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북한군 전쟁포로에 대한 국제인도법 준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동아시아 지역 대표부의 나준 익발(Najum Iqbal) 공보실장은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전쟁포로는 국적과 관계없이 인도적인 대우와 함께, 고문이나 모욕적인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Regardless of the nationality of the prisoners of war and the status of the diplomatic ties between States, according to the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all POWs should be treated humanely and not subjected to any torture or degrading treatment…)

 

또 전쟁 당사국들이 포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억류 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It means that the ICRC should be promptly informed by the belligerents of the prisoners they hold in captivity and allowed full, regular, and unimpeded access to check on their internment conditions and duly inform their families. It also means that POWs should be able to keep connected with their families back home through correspondence.)

 

(사진)  ‘와르샬18’ 텔레그램 (얼굴 모자이크는 RFA 자체 처리) .jpeg
우크라이나 매체 '밀리타르니'는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병사 1명을 생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7일 오전 “우방국 정보기관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부상을 입은 북한군 1명이 생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후, 같은 날 오후 “생포됐던 북한군이 부상 악화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와르샬18’ 텔레그램 (얼굴 모자이크는 RFA 자체 처리)

 

익발 공보실장은 “전쟁 당사국은 억류한 전쟁포로의 수감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국제적십자위원회에 전면적인 접근을 보장해야 하며, 포로들이 본국의 가족과 서신을 통해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제네바 협약을 통해 전쟁포로와 민간인 보호 임무를 공식적으로 위임받은 기관으로, 국제법에 따른 특별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 당사국들과 협상을 통해 수용소 방문 권한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북한군 파병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억류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본국으로 전달함으로써 가족들이 실종된 가족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교전 당사국들은 사망자의 유해 송환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협조할 책임을 갖는데,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이런 인도주의적 사안에서 중재자로서 활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북한군 하급병사 정경홍의 일기 12-28-2024(우크라 특수전사령부).png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지난달 28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 하급병사 정경홍의 일기를 공개했다. 해당 일기에는 '과거에 저지른 죄로 조국의 신뢰를 잃었지만, 조국이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제공=연합뉴스

 

익발 공보실장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위원회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양측에서 약 3천500명의 전쟁 포로를 면담했으며, 전쟁 포로와 그들의 가족 사이에 9천700건 이상의 개인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전쟁포로에 대한 완전한 접근은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익발 공보실장은 덧붙였습니다.

 

<관련 기사>

파병 북한군, 보복 우려 투항 않고 자결

국정원우크라에 생포된 파병 북한군, 부상 악화로 사망 확인

러시아군 포로파병 북한군 무례무분별

 

북한군 포로, 한국 망명 요청시 적극 도와야

 

RFA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학 객원 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는 “북한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포로 신분 확인과 송환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북한과 러시아 모두 북한 병사들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북한군 포로가 자신들의 가족과 연락을 원할지 여부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포로를 수용한 국가는 전투가 끝나면 포로를 본국으로 송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우크라이나가 해당 국가인데, 러시아가 북한 병사의 신분을 러시아인으로 위조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송환 문제에서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됩니다.

 

특히 그는 “북한 당국은 북한군이 생포될 경우 반역자로 간주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교육하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때문에 많은 북한군 병사는 전투 중 부상을 입었을 때 포로가 되기보다 동료에 의해 사살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에 마키노 기자는 “생포된 북한군 병사가 한국으로 망명을 원할 경우,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김유니크 조사분석관도 최근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북한군 포로는 한국 국적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며,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해 이들에게 한국으로의 송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이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보호의 모범이 될 중요한 선례”라며, 6.25전쟁 당시 일부 북한군과 중국군 포로들이 박해를 피해 한국과 대만에 정착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또 북한군 포로의 강제 송환은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 유엔인권이사회 등 다양한 국제기구가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촉구했습니다.

 

(사진) AFP= 포로교환000_36KC6BN.jpg
2024년 10월 1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전쟁 포로(POW)로 교환된 우크라이나 군인이 비공개 장소에서 가족과 재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AFP

 

북한군 포로 대응, 우크라 전쟁의 중요한 시험대

 

미국 아태전략센터의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도 7일 RFA에 “전쟁포로를 보호하는 것은 단순한 의무를 넘어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다”라며 “자유, 법치주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따르는 모든 국가는 전쟁법과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고 모든 민간인과 전쟁포로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논쟁의 여지가 없는, 옳은 일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또 맥스웰 부대표는 “전쟁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은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제법 준수는 전쟁의 목적을 이성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른 전쟁 포로의 보호는 우크라이나가 도덕적 정당성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까지 북한군 병사들의 투항을 독려하기 위해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한글 전단지를 살포하는 등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전단지에는 ‘오늘 항복하고 남조선에서의 내일을 맞이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관련 지침이 포함됐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란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군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확대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북한군 병사들에는 정권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심리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북한군 전쟁포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북한군 포로 문제의 대응이 앞으로 국제적 신뢰와 외교적 협상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