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압축파일] 외화벌이로 로켓∙군장비 자금 대는 ‘727부대’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4.11.25
[북 압축파일] 외화벌이로 로켓∙군장비 자금 대는 ‘727부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며 군대의 확고한 대적 의지, 투철한 전쟁관을 고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북한이 국경과 사회 통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은 더 궁핍해졌습니다. 또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매우 어려워졌는데요. 2023 5,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일혁 씨가 북한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생생한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북 압축파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내부 소식이 담긴 파일을 열어보겠습니다. 탈북민 김일혁 씨와 함께합니다.]

 

각종 외화벌이로군부대 체육 선수 육성’, ‘군 장비 자금마련

 

[기자] 김일혁 씨, 안녕하세. 오늘은 북한에서 군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외화벌이를 한다고 알려진 ‘727 부대’, 전승사업소라고 불리는 이 부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일혁 씨가 이곳에서 근무하기도 하셨는데, 어떤 부대인가요

 

[김일혁] 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한국에 제1금융권이 있고 제2금융권이 있잖아요. 북한에서 김정은의 돈지갑을 확보하는 데 사용되는 부처가 ‘(노동당) 39호실입니다. 그래서 (39호실이) 김정은의1금융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고요. ‘2금융권으로는전승사업소가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조선인민군 제 3727 군부대로 불렸거든요. 그런데 2022년에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현재 불리는 명칭은조선인민군 227 군부대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727 군부대로 알고 있어서 227 군부대라고 하면 잘 모릅니다.

 

[기자] 그렇군요. 좀 생소한데, 이 부대는 정확히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곳인가요?

 

[김일혁] 김정은의 당자금조인데, ‘2금융권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하면, 김정은의 당자금을 마련하는 기업소이지만, 북한의 ‘425 체육단’, ‘815 체육단등 군부대 성격을 띠는 국가 체육단들을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회 체육단이 아니라 군부대 체육단이 관할해서 국제 경기에 나가는 국가대표들의 식비와 운영 관리비 등을 이 기업소에서 번 돈으로 소비하는 거죠. 공식적으로는 국가 체육 선수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금으로 알려져 있고요. 그리고 간부들에 따르면 열병식 때 대형 로켓을 싣고 운반하는 차량을 러시아에서 구매해 왔는데 그때도 전승사업소에서 자금을 마련해 사왔고, 로켓이나 군사 무기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도 전승사업소에서 맡아서 해결합니다. 그러니까 군부대 내에서 국가 체육 선수들을 양성하는 비용과 그 외 무기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전승사업소에서 담당한다는 것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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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기수 방철미(복싱)와 박명원(사격)을 필두로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 대외적으로 외화벌이를 해서 군 장비도 마련하고 국가 체육 선수들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는 곳이라고 하셨는데요. 노동당 39호실과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김일혁] 39호실이 제일 노른자위지만, 39호실에서 마련한 당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비밀리에 만들어진 외화가 김정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데, 그게 공식적으로 어디에 쓰인다는 얘기가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이게 김정은에게는1금융권인 거고, 북한 당 간부들이나 북한 주민에게 알려진 바로는전승사업소에서 마련한 당 자금은 우리 원수님의 지갑으로 들어가지만, 공식적으로 군부대 내에서 국가 체육 선수들을 양성하는 데 쓰이고, 군장비를 마련하는 데 소비된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 그럼 이 부대에서 김일혁 씨는 어떤 일을 담당하셨나요?

 

[김일혁] 저는 2022 12월 경에 전승사업소에 들어갔습니다. (바다에서) 어업 활동을 했는데코로나 기간에 다른 기업소들은 (어업) 작업을 못 하는데, 이 기업소만은 작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보장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다에 출항을 할 수 있는 기업소라는 점 때문에 저는 뇌물을 많이 주고 이 기업소에 입사했습니다. 제가 탈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 때나 출항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기업소에 들어간 겁니다. 오랫동안 근무한 건 아니고 몇 개월 정도 그 군부대에서 선장으로 일을 했죠.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선장 급은 전쟁이 나면 바로 군관이거든요. 일반 병사는 아니에요. 군부대에 소속돼 있는 근로자인 거죠. 회사로 비유하면 팀장급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기자] 그렇다면 전투에 참여하는 부대는 아닌 거네요?

 

[김일혁] 이 곳은 전투 단위 기업소가 아닙니다.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기술 장비를 구매하거나 생산하는 곳이라고 보면 돼요. 공장을 가지고 있어서 생산도 가능하지만, 외화벌이를 하니까 구매도 가능한 거죠. 그러니까 구매와 생산을 하는기술 단위인 거죠. 군장비를 예로 들면, 군복이나 방독면, 또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화기를 생산하거나 구매하는 곳입니다.

 

강철 공장 운영 등 외화벌이 위해 전역에 분포

 

[기자] 그곳에서 근무하면 북한 군수공장에서 생산하는 장비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나요?

 

[김일혁] 그렇게 자세히는 모르고요.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전승사업소에서 운영하는 엄청 큰 공장이 있는데, 군부대 내에서 군수 물자를 만들고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강철을 생산하는 강철 공장 두 곳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탄약이나 어떤 무기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원료를 담당하는 공장이 우리 기업소에서 마련한 자금으로 강철을 생산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그럼 이 부대에서 생산한 장비들은 국내 부대용인가요, 아니면 수출용인가요?

 

[김일혁] 무기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강철 공장에서 생산하는 강철을 수출한다고 들었어요. 강철을 팔아 외화벌이를 하지만, 그것 말고도 수산 외화벌이가 있고 탄광에서 탄을 캐서 수출하기도 합니다. 이 기업소는로 나뉘거든요. 1, 2, 3부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까 기업소의 개수가 북한 전역에 많이 분포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 가지 (일을) 하지 않고요. 북한에서 돈이 된다고 하는 장소에는 이 기업소가 분포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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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일혁 씨가 근무할 때 북한의 군장비 수준은 어땠습니까?

 

[김일혁] 아주 열악하죠. 오발탄도 많다고 들었어요. 사실 실전에 사용 가능한 포가 몇 종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살던 지역 인근에 포부대가 있었는데, 그 포부대의 불발 포탄의 파철(고철)을 군 장교들이 팔아먹는 상황도 생겼어요. 국가에서 자꾸 (파철을) 바치라고 요구하니까 불발된 포탄 딱지 같은 것들을 사서 바치는 상황을 봤거든요. 수준이 아주 열악하고 질이 많이 떨어지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재활용을 기본적으로 많이 하고 있어요. 농민이나 근로자들을 포함해 모든 북한 주민이 국가 수매 계획의 일부로 1년에 바쳐야 하는 파철 할당량이 있는데요. 성인의 경우 연간 계획이 150kg에서 300kg 사이입니다. 북한 주민은 해마다 이 파철을 구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어요. 이렇게 모은 엄청난 양의 파철은 군수품 생산을 위해 기차로 가져가는데, 그렇게 가져다가 재활용해서 충당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 [북 압축파일] 오늘은 탈북민 김일혁 씨와 함께 북한의 외화벌이 군부대, ‘727 부대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일혁 씨,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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