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실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사회가 핵문제에 관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 움직임도 방관하려는 듯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연합뉴스 TV]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가 서울에서 만나 대북 대응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한미일은 북한의 7차 핵실험 동향을 두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부결된 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 3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3국 북핵 대표들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한일 공동 핵 보유해야” vs. “핵 도미노로 갈 수 있어”
하지만 일부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선 미북 양국 간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대북 제재의 강화와 한미 양국의 강경 대응에도 북한이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일 공동 핵 보유까지 생각할 때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질주와 그에 대한 중·러의 방관적 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한·미·일이 셈법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성장]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이어서 대만까지 핵무장 하는 것이고, 북·중·러는 모두 다 핵을 가지고 있는데 한미일은 미국만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중·러가 갖고 있는 셈법을 바꾸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라는 방법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제한된 핵 능력이라도 갖추려 시도한다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이 완전히 바뀌게 될 상황을 우려합니다.
[조한범]중국과 러시아도 한국과 일본이 핵 능력을 갖추게 되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핵 카드는 북한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가장 우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윤석열 한국 정부 사이에서 한국의 핵 보유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정성장 센터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걸로 내다보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성장]한국과 일본이 만약 핵무장 결단을 내린다고 하면, 바이든 행정부도 거부하기는 어려울 거라 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결단이 중요하고. 미국에서도 한일의 핵무장을 단순히 비확산의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 센터장은 한·일의 핵 보유는 미국의 북핵 관리와 대중 견제라는 미국의 국익과 전략적 목표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조한범]한국과 일본이 핵을 가지면 이란 핵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고 전 세계가 핵 도미노로 갈 수 있거든요.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유지를 위해, 그리고 핵질서 유지를 위해 한국이나 일본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또, 한·일이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역할이 제한되고 강대국 정치의 영향력이 상실하기에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거라 내다봅니다.
[조한범]한국은 세계 6위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세계 5위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상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필요한 이유는 재래식 전력의 이유도 있지만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 억지라는 측면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한국과 일본 세계 10위권 안의 강력한 국방력을 가지고 있는데 만일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되면 독자적인 전쟁 억제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주한이나 주일미군의 효용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게 되죠.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북한통일연구센터 센터장 임재천 교수도 국제사회의 반대가 심할 걸로 예상합니다.
[임재천]전반적으로 핵 보유 국가 수가 증가하는 게 미국을 떠나 국제적인 지지를 받기가 어려운 정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 , 북한에 더 이상 압박할 수 있는 수단 없어

이런 가운데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고, 즉각적인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미북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임재천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크게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임재천]일단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구할 것 같은데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어떻게 할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안 되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를 부과하려고 하겠죠. 어떤 방식이든지 북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국과 북한 관계는 더 안 좋아 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크게 압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임재천]미국이 이전에 클린턴 행정부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 세계적인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는 건 분명하거든요. 약화되고 있는 부분과 더불어 중국이 성장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 상당히 성장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이 성장했기 때문에 미국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죠.
‘기울어진 운동장’ 핵 보유로 바로잡아야

이처럼 북한의 ICBM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국제사회가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현재의 동북아 상황.
북한, 중국, 러시아가 모두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 미국, 일본 동맹은 미국만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정 센터장은 평가합니다.
[정성장]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전술핵무기를 김정은 (총비서가) 공언한 것처럼 전방 지역에까지 실전 배치한다고 하면, 북미 간 적대관계가 더 심화되면 이것이 지역의 심각한 불안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북·중·러가 모두가 핵을 가지고 있고, 한·미·일 중 미국만 핵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은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북한과 아무런 접촉도 없는 상황에 조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강력한 ‘채찍’ 혹은 ‘당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합니다.
[조한범]오바마 대통령 시기의 전략적 인내 시즌2로 흐르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 핵을 중단시키고 협상 국면을 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채찍이나 강력한 당근이 필요하거든요. 둘 다 없는 상황이고…. 그동안 불량국가를 제재 해서 불량 행위를 중단한 사례도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이 실효성 있는 수단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핵 능력만 고도화 시키고, 북미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재천 교수는 한일 공동 핵무장 보다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이 오히려 가능성 있는 발상의 전환이라 제안합니다.
[임재천]한국만이라도 핵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전부터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의 견해는 있었잖아요. 그런 견해가 오히려 우리 한국에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일 공동핵무장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바이든 행정부 아래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 가능성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답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