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력갱생 불가피 이해 구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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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5일 개막한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는 내부결속과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가 평가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당분간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아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대회를 통해 자력갱생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북한 노동당 당대회에 관해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국장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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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

“당 대회, 내부결속 통한 버티기에 방점”

⦁ 켄 고스 국장님.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한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됐는데요. 우선 국장님께서 가장 인상 깊게 보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켄 고스 국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 내용을 보면 이번 당 대회는 북한 내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보기 드물게 과거의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졌다고 봅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역사적으로 실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데, 김 위원장에겐 과거의 실패를 발판삼아 앞으로 개선을 도모하려는 모습이 지도력의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이번 당 대회는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에서 진전을 이룰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자력갱생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죠. 첫째는 지난해 코로나19와 태풍 피해, 대북제재 등에 따른 북한 주민의 좌절을 다독여야 했고요. 둘째는 외부의 지원 없이 자력갱생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북한 내부의 안정과 결속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데요. 적어도 당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만큼은 앞으로 많은 도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더디게 나아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이해시켜야 하고 준비토록 해야겠지요. 당장 외교, 안보 정책 등도 경제 정책보다는 후순위에 있을 겁니다.

⦁ 이번 당 대회에서는 집행부의 70% 이상이 교체됐는데요. 군 출신 인사보다 경제 전문가, 현장 일꾼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켄 고스 국장] 북한도 자력갱생을 위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김 위원장은 가능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과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반면, (핵 개발에 따라) 안보와 군사 분야의 인물들은 더는 필요치 않은 거죠. 저는 김 위원장이 '경제가 북한의 안보를 비롯한 모든 것의 뿌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경제를 통제하지 못하고, 진전도 보이지 못한다면 지도자로서 남은 임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김정은, 충성파 또 수혈… 새 정실주의”

⦁ 그런 가운데에도 김 위원장 주변의 권력층들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인 것 같습니다.

[켄 고스 국장] 지난 몇 년간 김 위원장의 최측근 인물들 사이에서 큰 변화를 보지 못했고, 각 인물이 여러 역할을 맡아온 정황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군대나 조직지도 부서에서 권력 축소를 목격하는가 하면, 특히 많은 보위부 소속 인물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 위원장과 가까운 친분을 유지해온 사람들은 그들의 영향력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우 이같은 특징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는 데요. 제가 볼 때, 그녀가 여전히 정치국 후보위원 목록에서 낮은 순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중요한 문지기이자 핵심 고문이죠. 또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서도 드러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그녀가 추가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몇 가지 정황도 드러났다고 보는데, 김 제1부부장은 여전히 중요한 인물로 보여집니다. 이처럼 과거보다 권위가 높아진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북한 정권에서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인물은 김 위원장,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지난해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김 위원장도 작지 않은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당 대회가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켄 고스 국장] 김 위원장은 분명히 지도부를 개편했습니다. 자신에게 직접 빚을 지거나 충성심을 지닌 인물들을 데려왔죠. 이 때문에 저는 김 위원장의 지도력이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이번 당 대회에 군과 보위부 관계자들이 줄어든 점에서 몇 가지를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 어떤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그들만의 동맹 구조를 사전에 차단한 것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2016년부터 김 위원장이 지도부를 개편할 때부터 드러났던 것입니다. 김 위원장 자신에게 직접 충성하는 새로운 세력을 영입하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정실주의(patronage system)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것은 권력(power)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authority)를 위임하는 겁니다. 그가 데려온, 전문 지식을 지닌 인물들이 과거와 달리 당면한 문제에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이는 매우 지능적인 방법이며, 북한 내부의 정치적 역학 관계와 상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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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평양에서 개막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연합뉴스

“북, 외교적 협상 문은 닫지 않은 듯 보여”

⦁ 이번 당 대회가 미국과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켄 고스 국장]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미국과 한국이 가져갈 수 있는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위해 자국 내 경제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접근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먼저 양보하고 손을 내민다면, 제 생각에는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방법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적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자력갱생에 더 몰두하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 전 세계를 향해 '우리는 당신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가 주된 질문이 되겠죠.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신중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금 자력갱생에 목표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최소한 외교적으로 협상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세계를 향해 매우 화난 어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현시점에 북한이 (외교적) 옵션, 즉 해결방안을 열어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 김 위원장이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현재로서는 자력갱생 외에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다음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켄 고스 국장] 김 위원장이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놓여 있다며 이를 천천히 극복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준비하자고 (당원들을 향해 독려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가까운 미래에 빛나는 발전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미사여구를 찾을 수 없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길고 오랫동안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 나간다면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김 위원장이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또 김 위원장은 단지 외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꽤 자세하게 말했을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경제개발계획이 왜 실패했는지, 북한의 하위층부터 고위층 공무원들이 5개년 경제개발계획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점검하는 시간도 가질 거라고 봅니다.

⦁ 네. 켄 고스 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국장과 함께 지난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분석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