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사회의 엄격한 대북제재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경봉쇄가 북한 학생들의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유일한 사립대학인 평양과기대 내 유학 대기자 명단이 10여명에 달했고, 유학을 마치고도 북한에 돌아오지 못해 북한 대사관에 머무는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교의 박찬모 명예총장을 만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평양과기대 학생들의 유학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코로나 기간 평양과기대 학생 8명 외국 체류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가운데서도 평양과학기술대학교(평양과기대) 학생 8명이 외국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은 최근 (10월 30일) RFA에 중국 동북임업대(4명), 연변대(2명), 영국 옥스포드대(2명, 박사과정) 등 해외 유명대학에서 북한 학생들이 교육 과정을 마쳤거나 혹은 수료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평양과기대는 북한 사회의 국제화를 주도해온 북한 최초의 사립 대학으로 그 동안 해외 유명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 공부시켜왔습니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한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은 물론 출입국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찬모]솔직히 말해서 지금 우리가 (해외 유학을) 보내려고 하는 '투 비 센트 (To be sent-유학 대기자)'라는 명단이 있는데 이 학생들을 지금 못 보내고 있잖아요, 북한의 봉쇄와 대북제재 때문에. 독일 같은 나라에서 유능한 학생들이 대학원 입학 허가를 받았는데도 (독일)정부에서 비자를 안 줘요. 이 학생들은 다 공과 대학 학생들인데 (비자 발급이) 안 되고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같이 농생명계 학생들은 아직도 비자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요. 그러니까 지금 봉쇄와 대북제재 때문에 지장을 많이 받는 건 사실이에요.
이런 상황 탓에 평양과기대 학생 중 해외 유학 대기자 명단만 10 여명에 달한다고 박 총장은 털어놨습니다.
2016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와 2321호는 북한에 대해 의료 분야를 제외한 고급물리학, 핵공학, 항공과학을 포함해 핵 활동이나 핵무기 운반체계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교육과 기술 협력을 금하고 있습니다.

교수진 입국 제한에 평양과기대 박사생 졸업 지연되기도
한편,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로 유학생들의 귀국길도 막혔습니다.
[박찬모]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애들이 꽤 있어요. 2018년에 내가 갔을 때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한지) 1년 됐으니까 현재는 들어왔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에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
중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은 교육 과정을 마치고도 북한에 귀국하지 못해 북한 대사관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다고 박 총장은 덧붙였습니다.
[박찬모]중국에 있던 학생들은 학위 과정이 끝났는데도 (북한에) 못 들어가서 지금 중국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숙식을 제공받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다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수진들의 북한 입국도 제한돼 박사 과정을 마쳤지만, 졸업이 유예되고 있는 학생도 생겼습니다.
[박찬모] (평양과기대) 1회 졸업생 중에 세 명을 내가 석사 지도 교수를 했는데 한 명은 제가 옛날에 있던 평양정보센터 (PIC, Pyongyang Informatics Center)에서 일하고, 다른 한 명은 김일성종합대학에 교원으로 갔고, 마지막 한 명은 평양과기대 박사 과정으로 들어와서 제가 지도했었는데 제가 (북한에) 못 갔기 때문에 이 학생이 "졸업을 못 했지만, 논문은 거의 다 끝났다" 그래요.
학생들이 학업을 제 때 마무리하지 못 해 졸업이 무한정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곧 재개 예상 평양 -블라디보스톡 항공편으로 교수진 방문 가능성
다만 2년 반 넘게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이 곧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간 항공편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평양과기대 교수진들의 방북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찬모]지금 미국 시민이 아닌 이사진들은 '평양과기대를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서 방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브라질의 매켄지 장로교 대학(MPU, Mackenzie Presbyterian University)교수들, 특히 페드로 버크 (Pedro Buck) MPU 대외협력처장도 같이 가고 싶어 해요. 앞으로 북한에 교수를 보내야 하는데 사정이 어떤가 국제협력처장으로서는 걱정이 되는 거죠.
박 총장은 최근 (9월 19~23일) 평양과기대와 브라질 내 대학, 연구소 간 협력과 교수진 파견을 추진하기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 근교의 매켄지 장로교 대학을 방문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모]매켄지 대학이 북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기 위해서 평양과기대하고 업무 협약 (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맺었어요. 이번 브라질 출장 때 방문한 매켄지 대학 강연에서 우선 북한에 대해서 제가 간단히 설명해주고 제가 2000년도부터 북한에 다니기 시작해서 거의 20년 동안 북한에 많이 갔기 때문에 그간 본 변화에 관해서 얘기했어요. 그 다음에는 평양과기대가 북한 유일의 기독교 (가치관에 따라 설립된) 사립국제대학이라는 것과 학교에 대해서 소개했고,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얘기했고, 평양과기대와 매켄지 대학과의 교류 협력을 통한 결과물 즉, 협력의 전망에 대해서 강연했습니다. 북한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연구소를 세워야 되잖아요? 평양과기대 안에 있는 지식산업복합단지 (R&BD,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센터에 자리를 주고 브라질 매켄지 대학교수들이나 연구원들이 와서 그 장소를 사용하면서 연구할 수 있는 게 (매켄지 대학에) 큰 도움이 되는 거죠.
박 총장은 매켄지 대학의 총장, 대외협력처장, 공대 학장 등을 만나 매켄지 대학의 교수진을 평양과기대에 파견하는 것과 대체 에너지와 수질관리 분야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과기대서 '메타버스 (3차원 가상 세계)' 관심
박 총장은 이번 방문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의 소로카바 테크노파크 측이 메타버스(가상현실) 분야의 평양과기대 대학원생 2명을 연구원으로 받기로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찬모]평양과기대에 메타버스를 사용한 교육 프로그램 관련 제안서를 제출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북한에서도 4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더군다나 북한 사람들은 인공지능(AI) 쪽에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러니까 메타버스 기술이 과학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사실은 정치, 사회, 인문 쪽에도 많이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관심이 많아요.

그는 지난 2015년과 2017년 브라질에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 세 명과 국제금융 및 경영학 전공 학생 한 명이 1~2년간 머물며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평양과기대에서 이미 가상현실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찬모]이번 봄 학기에도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강의를 대학원에서 열기로 돼 있었어요. 제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으면 가르치는데, 가상현실 강의는 기계 등이 다 그쪽에 있으니까 (현재처럼) 원격으로 가르치기가 어렵거든요.

박찬모 총장은 북한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며 평양과기대 학생들의 학업이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박찬모]많은 사람이 북한은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고 그러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소문나기는 '북한은 사람 못 살 데다', '툭하면 잡아간다'는 둥 그런 말들이 많이 도니까 실제로 자기가 가서 보려는 거죠. 아마 가보면 금방 북한 사람들한테 반할 거예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택한 가운데 북한 내에서 보기 드물게 교육 분야 국제화를 추진해온 평양과기대가 국경봉쇄와 대북제재가 드리운 장애물을 극복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