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업용 저수지 면적 증가… 봄 가뭄에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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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농업용 주요 저수지 12곳을 위성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11곳 저수지 수면의 면적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모내기 철마다 극심한 봄 가뭄을 겪어 온 북한으로서는 올해 농사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하지만 올해도 국지성 폭우가 잦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수시설이 열악한 북한에서 저수량 증가가 오히려 농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11곳 저수지 표면적 평균 16% 증가… 많게는 3배까지도

유럽우주청(ESA)의 ‘센티넬’(Sentinel) 위성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랜샛’(Landsat) 위성이 올해 4월에 촬영한 위성영상에 따르면 북한 주요 저수지 수면의 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북한 전역에서 시∙도별로 주요 저수지를 한 곳씩 선정해 12개의 저수지 면적을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 평균 16% 가량 넓어졌는데, 이는 저수량이 늘어남에 따라 수위가 상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14일 기준 평양 역포구역 ‘대중저수지’의 표면적은 전년보다 6.6헥타르(6만 6천 제곱미터) 증가했고, 황해북도 황주군 ‘포전동저수지’는 40헥타르(40만 제곱미터) 면적 만큼 넓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7일 기준 함경남도 정평군 ‘사수리저수지’의 표면적은 전년보다 무려 196.7헥타르(196만 7천 제곱미터)나 늘어났으며, 강원도 평강군 ‘봉래리저수지’도 31.7헥타르(31만 7천 제곱미터) 증가했습니다.

12곳 저수지 중 11곳에서 표면적이 넓어진 겁니다.

[정성학] 그 중 황해북도 황주군 포전동 저수지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요. 반면, 양강도 김형권군 사초평 저수지는 유일하게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는 겨울부터 눈과 비가 자주 내려서 강과 하천의 수량이 증가하고 유량이 늘면서 저수지의 수위도 같이 올라간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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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함경남도, 자강도의 주요 저수지 수면 면적이 모두 조금씩 증가한 반면, 양강도 김형권군 ‘사초평저수지’는 지난해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 랜샛-8․9호, 이미지 제작 – 정성학

이에 대해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5일 RFA에 기후의 영향도 있지만, 북한 당국이 지난해 진행한 관개배수 개선 사업도 저수지 표면적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혁] (북한이) 작년에 관개배수 개선을 추진하면서 보강 사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저수지 표면적이) 작년 대비 평균 16%가 늘었다는 것은 올해 가뭄을 예상하고 훨씬 많이 저수량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물을 최대한 확보한 거죠.

실제로 북한은 지난 2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자연재해는 결코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가오는 5월 늦은 봄 가뭄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잦은 폭우로 저수량 낮추는 추세 … 북 침수 우려도

북한 주요 저수지의 저수량이 증가함에 따라 봄가뭄을 대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외에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혁 선임연구원은 올해 국지성 폭우가 많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수율이 높으면 폭우가 내렸을 때 저수지 물이 넘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혁] 폭우가 내렸을 때 빨리 배수해야 하는데, 북한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배수 처리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거든요. 배수 능력은 떨어지는데, 폭우가 내리게 되면 저수지 물을 빨리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그러면 침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올해 강수량이 갑자기 증가한다면, 특히 폭우가 확산했을 때는 오히려 가뭄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지금 배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저수지의 저수율을 평균 80%로 유지하며 가뭄을 대비하고 있는데, 올해는 많은 국지성 폭우가 예상돼 미리 물을 빼는 단계에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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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평안남도 저수지 4곳의 면적이 지난해보다 14~27% 씩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 랜샛-8․9호, 이미지 제작 – 정성학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3월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일부 북한 5개 지역의 밀∙보리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평균 46%가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 관련 기사 )

정성학 연구위원은 밀∙보리 재배면적과 저수지 표면적의 증가를 종합했을 때 올해 북한의 농사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성학] 5~6월 모내기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이후 가뭄,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 대비를 잘하고, 이와 함께 병해충 등 농사 관리를 충실히 한다면 가을 작황 때는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2월 공개한 ‘세계정보∙조기경보 북한 국가보고서(GIEWS Country Briefs DPRK)’에서 지난 겨울 기후 조건이 양호했다며 2023~2024년 북한의 겨울 농사가 순조롭게 시작됐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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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과 2024년 북한의 주요 저수지 12곳의 면적을 측정해 비교한 자료 / 이미지 제작 – 정성학

최근 중국 남부지방에 연일 폭우가 쏟아지며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배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북한에서 저수량의 증가가 올해 농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아니면 역효과를 불러올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 위성사진 분석: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