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평양 복귀, 올해도 ‘불투명’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5.01.09
국제기구 평양 복귀, 올해도 ‘불투명’ 2024년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취둥위 FAO 사무총장이 강동온실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FAO

앵커: 지난해 7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의 방북으로 국제기구들의 평양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새해가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기구 직원들의 복귀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북한군 파병 등으로 외화벌이에 전념하는 김정은 정권이 주민의 안녕보다 체제 유지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국제기구들확정된 복귀 일정 없어... 원격 활동은 지속

 

지난해 7월, 취둥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기구 직원들도 복귀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던 국제기구들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복귀 시기가 또다시 지연될 것을 시사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지난 7일, 올해 직원들이 북한에 복귀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직원들이 아직 북한으로 복귀하지 않았고 확정된 귀국 일정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International staff have not yet returned to the DPRK and no confirmed timeline for their return is currently available)

 

그러면서 “롤랜드 쿱카 유니세프 북한 대표 대행이 2024년 1월에 임기를 시작하면서 북한 내 아동 지원 임무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 및 영양, 물, 위생 분야를 우선시했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현재 쿱카 북한 대표 대행은 태국 방콕에 거주하며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으며, 평양 현지 직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오차) 아만다 프라이스 대변인도 8일 RFA에 “평양 복귀에 대해 공유할 새로운 소식은 없다”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최근 북한 국경이 점진적으로 개방되고, 평양에 복귀한 다수의 외교관과 방문객을 주목하고 있다”라며 “현재 유엔 국제기구 직원의 복귀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 시기와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주북 유엔 상주조정관이 유엔을 대표해 북한 당국과 소통한다”라며 “북한에 상주하는 유엔기구는 북한 정부와 협력하기 위한 ‘유엔 전략계획’(Strategic Framework for Cooperation)을 이행하기 위해 정기적인 활동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비상주 기구로서 주북 유엔 상주조정관실과 긴밀히 협력해 북한의 인도적 필요를 평가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서 지난해 3월에 임명된 조 콜롬바노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은 유엔아동기금과 식량농업기구를 포함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인구기금(UNFPA) 등 6개의 북한 상주 유엔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주북 유엔 조정관실은 지난 7일 직원들의 평양 복귀에 관한 RFA 서면 질의에 “관련 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유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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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공동 조사단이 지난 2019년 황해남도의 배급소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국제기구 직원들의 평양 복귀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북한의 투명성 부족뿐만 아니라 북한군 파병 등으로 정권 유지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회장은 8일 RFA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유엔 기관과의 협력을 부수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정권의 생존을 근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의 복귀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스칼라튜 회장은 “현재 북한 주민들의 삶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흡사하다”며 “북한이 효과적인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접근성이 떨어지면, 인도적 지원을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투명성과 접근성이 주요 요건입니다. 절대적인 측면에서 북한은 현재 1990년대 때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상대적인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대처 및 생존 방식을 터득했기 때문에 상황이 이전처럼 나쁘지 않은 겁니다.

 

실제 유엔아동기금은 지난해 2월 발표한 ‘2023 북한 국가사무소 연례보고서’에서 “국제 인력이 북한에 부재함에 따라 프로그램 설계와 실행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고서는 “현장 접근성 부족으로 대북 프로그램에 대한 기부 국가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지난 일 년간 가용 자원 역시 줄었다”며 “결과적으로, 국제 인력이 북한에 복귀할 때까지 유엔아동기금은 2024년 대북 프로그램의 범위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2023년 처음으로 아동과 관련한 일부 지표와 자료를 제공했지만, 국제기구의 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당 자료에 대한 심층 분석, 국내 협력과 논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처럼 북한에 상주하던 국제기구들은 북한 내 취약 계층의 식량 지원과 보건의료, 아동 보호, 농업 기술 지원 등 인도적 지원과 개발 협력이 주요 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 직원의 부재와 현장 접근성 부족이 장기화하고, 지원 프로그램까지 축소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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