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조선대 학생 일정 전면 통제”
2024.08.28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친척 방문도, 평양 여관 숙소도 불허
[기자] 일본 조선대학교의 학생 조국 방문단 50명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지난 27일 북한에 입국해 일정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방문단이 평양에 도착한 뒤 만수대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다발을 놓고 인사했다고 전했는데요. 이밖에 추가로 파악된 내용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조선대학교 방문단이 전날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입니다. 이번 방문은 5년 전과 여러 면에서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일교포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일정을 모두 본국이 결정하고, 조선대학교 측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또 북한에 거주하는 친척들과의 만남은 일부 경우에만 허용되었고, 친척들의 자택을 방문하는 것도 금지됐다고 합니다. 조선대학교 학생들은 시내에 있는 평양 여관에서 묵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평양에 있는 조총련 전용 연수원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평양의 일반 시민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또 북한은 이번 방문에서 조선대학교 관계자가 동행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조총련 활동가의 동행은 못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북한이 작년 말 평화 통일을 포기하고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조총련 관계자들 대부분은 일제시대에 한반도 남쪽, 즉 지금의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북한을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만, 고향은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의 새로운 정책을 마음속에서 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일교포들의 자유로운 북한 방문을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오는 9월 9일 북한 건국절(9.9절)에 조총련 방문단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이것도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연말까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호텔을 재일교포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에는 많은 호텔이 있지만, 북한이 예상하는 러시아 관광객들만으로는 충분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원산갈마 관광특구에서 1년에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1년에 30만 명 정도가 방문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북한을 방문할 계획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수요를 다 충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재일교포들이 대신 원산갈마 관광특구에 있는 호텔을 이용하도록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이번에 북한이 자유로운 방문을 인정하지도 않고, 재일교포의 돈이나 재산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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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 학생 5명이 지난 21일 대사관을 방문했다며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4년 만에 평양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 재개된 것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김일성종합대학교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유학생들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유학했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유학 중이던 학생들은 북한말을 배우고 평양 시내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지만, 평양 시민들과의 대화는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인재 교류입니다. 북한은 외국 유학생들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국의 유학생들을 해외에 파견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해외 유학이 필수적입니다. 러시아에는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AI, 무인무기 기술, 사이버 기술, 전자파 기술 등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기술들이 존재합니다.
두 번째 의미는 외화 벌이입니다. 북한은 모스크바나 베이징에 위치한 명문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한 러시아나 중국의 학생들을 김일성종합대학교에 받아들이면서, 북한 학생들보다 높은 입학금을 받는 방식으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러시아나 중국 학생들은 북한의 가장 명망 있는 대학교에서 유학할 수 있다는 명분을 얻고, 북한은 외화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또 유학생 입장에서 김일성종합대학교는 북한 내 엘리트들이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유학하면서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7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 가운데 미중정상회담 등 주요 의제에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방중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미중 관계를 관리하면서 북한 문제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중국 측에 어떠한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또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은 항상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제안해왔습니다. 이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중국 방문에서도 이러한 방침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강경한 대외 정책으로 전환했고, 미국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을 전략적 경쟁으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과거 6자 회담 시절과 달리 안전보장 부문에서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설리번 보좌관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도 북한이 계속 도발할 경우 한미일 안전보장 협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방 정부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지만, 중앙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위 내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제안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기자] 지난 20일 미국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급속한 핵무력 강화 추이를 반영한 새로운 핵무기 운용 전략을 승인했습니다. 미국은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무력 공조 가능성에 대비해 핵 운용 지침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미국의 대응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국방부는 오는 2030년까지 중국이 1천 발, 2035년까지는 1천5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미국과 러시아는 ‘중거리 핵전력 철폐조약’(INF)에서 이탈하면서, 이 조약은 2019년에 폐기됐습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약 2천 발의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게 됐었습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과 새로운 군비관리 조약 체결을 타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나 러시아의 핵 전력과 아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한 상황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군비관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미군 내에서는 중국과 전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잠수함 발사형 순항미사일(SLCM-N)의 개발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SLCM-N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개발이 결정됐지만, 핵 없는 세계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개발 중지를 결정한 미사일입니다. 하지만 미군은 다음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SLCM-N의 개발을 다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동아시아에서는 핵 미사일 군비 확장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북한도 이에 자극을 받아 핵 미사일 개발을 더욱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제가 취재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했던 것은 유사시 대량 보복 전략을 취하기 위함이었지만, 현재 미국은 핵을 처음부터 사용하는 선택지를 배제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략 핵무기의 전방 배치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따라서 현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략 핵무기가 다시 배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됩니다.
[기자] 한미일 3국이 오는 10월 워싱턴 DC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1.5 트랙 회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을 설명하면서,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을 주요 전략으로 삼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현 시점에서 이러한 국제적 대화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앞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로 비판받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김씨 일가의 독재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권 문제는 북한 독재 체제를 붕괴시키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한에 자유롭게 입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북한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로 인해 주민들이 점점 인권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