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급증, 북한의 내부 위기?”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7.25
“탈북 외교관 급증, 북한의 내부 위기?” 중국 경찰이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2018.3.28
(AFP / Greg Baker)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 고위급 관리들의 탈북 행렬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프랑스에 있던 북한 외교관 가족과 비슷한 시기에 북한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이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또한 중국이나 아프리카에서도 외교관들이 탈북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요즘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이 잇따라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관계자들의 말씀을 듣고 있는데요, 작년 8월에 북한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본격적으로 해제한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외교관들이 세계 현황을 알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는 것이 탈북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계식량농업기구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표부 3등 서기관 김동수 씨와 아프리카 북한 대사관에 근무했던 고영환 씨 등 유명한 북한 외교관들이 탈북했던 것이 지금부터 3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이 눈에 띄게 계속되지는 않았습니다.

 

Two North Korean men stand beside suitcases as they wait for transport outside the North Korean embassy in Beijing on April 4, 2013. AFP PHOTO_Mark RALSTON 000_Hkg8447860.jpg
2013년 4월,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밖에서 두 명의 북한 남성이 차량을 기다리며 가방 옆에 서 있다. 4.4.2013 (AFP/Mark Ralston)

 

제가 옛날에 북한 외교관들에게 이러한 탈북자들에 대한 반응을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탈북자들에 대해 '바보 같은 일을 했다'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북한 외교관들이 북한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외교관들이 안정적으로 식량이나 일용품 배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경제생활이 너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탈북하면 가족이나 관계자들이 처벌을 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외교관들의 탈북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두 가지 요인에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평가의 변화입니다. 2019 2월 하노이에서 이루어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북한 내부에서 외교관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북한과 미국 간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고 나서 외교가 다시 활발해지며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북한 외교관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 상황이 어려워지고 가족이나 관계자들이 피해를 당하더라도 탈북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이 많아졌다는 것은 북한의 외교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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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23일 서울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고위급 소위 엘리트 탈북민이 10명 안팎으로, 이는 2017년 이후 최다라고 합니다. 이들 외에도 북한을 이탈한 탈북 외교관들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제1회 북한 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어떤 일이 있어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을 고민하는 북한 외교관들이 있다면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런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주로 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변화가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에 큰 원인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국제관계대학, 외국어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입니다. 지식 수준도 높고 외교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거에 여러 전현직 북한 외교관들과 이야기한 경험이 있지만, 북한을 둘러싼 외교 환경이 어려워져서 일하기 싫다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편, 북한의 감시 사회나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외교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외교관들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고, 외교관들이 엘리트로서 살아가기가 어려워졌다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요즘 청소년에 대한 사상 통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앙골라와 르완다 등 10개 이상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 이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 외교관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자신과 자녀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을 둘러싼 대외 관계보다는 대내 관계의 변화가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 배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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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국에서는 연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총격 사건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해 23일 처음으로 언급을 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사건은 한 일반 미국 시민이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를 암살하기로한 의도는 거의 확실시해 보이는 정황입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총비서의 경우에도 이런 소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23일에 트럼프 행정부 대북 외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2019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외교를 전면적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때까지는 미국과 협상하며 양보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를 계기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외교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북한 내에서 외교부 등 외교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발언권이 떨어진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국내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 한, 핵 보유국으로서 인정받고 유엔 제재 해제를 일관되게 주장할 것입니다. 23일 발표한 논평도 이런 새로운 전략에 따라 더 이상 트럼프 정권 당시의 북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인정받고 제재가 해제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합의하면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강하게 반발할 것입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작년 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그 합의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 이유로 북한은 쉽게 트럼프 정권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서도 조용히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재임 기간 동안 미국 우선주의, 즉 아메리카 퍼스트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번에 재집권할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과 유사한 강경한 기조를 중국에 대해 유지하며 이런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듯싶은데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역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 즉 대북 지원이나 유엔 제재 준수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중국은 현재 북한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중국은 현재 북한 노동자들에게 노동 비자가 만료되면 귀국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전면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비자가 끝난 북한 노동자가 귀국하면 새로운 노동자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중국이 유엔 제재에 따라 새로운 노동자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북한과 중국 사이의 신뢰관계는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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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평양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중국의 이러한 자세의 배경에는 말씀하신 대로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면 할수록, 한미일은 안전보장 협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의 안전보장 환경은 악화됩니다. 물론 북한은 중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카드'라서 중국이 쉽게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도 있습니다. 북한 같은 불안정한 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미국의 새 정부가 중국과 심하게 대립하더라도, 중국이 갑자기 노선을 변경해 북한에 갑자기 접근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을 신속하게 요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트럼프의 대러시아 정책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우크라이나는 두 번째 반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반격에는 서방에서 지원받은 F-16 전투기 등도 투입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반격이 실패로 끝난다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두 번째 반격을 시작하기 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를 점령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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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광장 환영식에 참석한 푸틴. 지난달 19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정한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영토를 100%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방 나라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쉽게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전면 해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조기에 끝낼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러시아와 북한의 밀접한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박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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