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윤석열 정부 대신할 새 정부 출범 기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2.24
“미·일, 윤석열 정부 대신할 새 정부 출범 기대” 2023년 8월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 하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군 사상자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최전선에서 계속 전사하거나 부상당하는 상황이 북한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우크라전 북한군 사상자 수천 명대로 늘어날 수도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네, 미국 국방부 팻 라이더 대변인은 지난 16일 북한군 병사의 사상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군 부상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르렀다는 정보도 전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로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군 병사들이 무인기 운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지형을 활용한 전투 경험이 부족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산지가 많지만, 쿠르스크 지역과 같은 평야에서 싸우는 방법이나 지형 지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러시아군과 북한군 사이에 언어 장벽이 있어 상호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사상자가 수백 명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앞으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사상자 수가 수천 명대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제가 인터뷰했던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병사들에게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명의로 전달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병사들이 북한 내 열악한 생활 환경 탓에 오히려 전쟁에 나가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전쟁터라도 가면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 병사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군 병사들이 처음에는 순조롭게 러시아로 파견됐지만, 지금은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바뀌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병사들에게 탈영을 권유하는 삐라를 살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탈영자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군 내부에서도 사상자 발생 소식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소식이 병사들의 가족과 일반 주민 사이에서도 퍼지면서, 김정은 정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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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합동참모본부가 23일 언론에 배포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천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북한군은 현재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아궁이를 설치해 조리하는 북한군. / 연합뉴스

 

[기자] 한편,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18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군사 지원을 비판한 미국에 반발하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야말로 “역내 평화와 안정 파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뒤집고,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하는 시점에 가까워졌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는데요. 이러한 상반된 주장 속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물론 러시아가 현단계에서 북한 병력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병사나 탄약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러시아는 북한에 병력과 무기의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평안남도 선천군에서 지방 산업 공장 완공식이 전날인 20일에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초 시작한 '지방 발전 20×10 정책'은 러시아가 건설 자재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지위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제재를 적어도 스스로 파기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둘째는 러시아 자신의 안전보장 문제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국가로, 자국의 안전보장이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가 중국에 최첨단 전투기 매각을 거절했던 사례처럼, 북한의 핵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를 묵인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미·일 속내는 윤석열 정부와 더는 관계 유지 않는 것"

 

[기자]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전에 미북 협상 가능성에 대비한 로드맵 마련을 언급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서 취해야 할 외교적 대응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외교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앞으로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이 시작됐을 때, 한국과 일본의 국익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미북 협상에서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과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을 명확히 구분해 이를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북 협상에서 북한이 ICBM이나 다탄두 미사일 기술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합의는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결과일 것입니다. 북한이 중·단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방위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 장관이 언급한 로드맵은 이와 같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이 미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한 미군 축소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주한 미군 축소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 가능성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에 반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조태열 장관이 언급한 외교 전략에는 주한 미군 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북한과의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 미북 협상과 관련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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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합동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 장관은 한국 내 정치적 혼란에도 외교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국제 사회에서 외교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어떤 도전 과제가 있을까요.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집중해야 할 우선 과제는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김홍균 외교부 차관도 (22~26일) 일본과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미국 등의 기본 방침은, 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일반 사회에 주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러시아 또는 중국과 대결하기 위한 명분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계엄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속내는 윤석열 정권과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러시아, 중국, 북한과 여러 가지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은 윤석열 정권 대신 새로운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출범하면 좋겠다는 입장일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과제를 의논한다는 것은, 현 정권으로서는 거의 의미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도로 계엄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전적인 책임은 너무나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조태열 외교장관도 계엄령을 선포했을 당시 국무회의 때 많이 반대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계엄령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한미일 협력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가 일본, 미국과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정권이 탄생할 때까지 윤석열 정부가 만들었던 한미일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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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수재민들이 평양에서 120여 일간의 체류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19일 수재민들이 귀향에 앞서 '김정은에게 올리는 충성의 편지 채택 모임'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수재민들의 충성의 편지’… 불안한 김정은 체제 반영

 

[기자] 끝으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평안북도 등 북한 수해지역 주민들이 김정은에게 올리는 편지 채택 모임이 전날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 내용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북한 당국과 주민 사이의 신뢰 관계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도 김정은 총비서가 수해 지역에 새로 건설된 여러 건물의 완공과 관련해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라며 주민들에게 사죄한 것이 보도됐는데요. 이것도 편지와 마찬가지로 신뢰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행보는 김 총비서가 내정 통치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고 봅니다. RFA에서도 보도했듯이, 북한 수재민들은 장기간 평양에 머물도록 강요받아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지방 주민들을 평양으로 초대한 것은 정치적으로 큰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평양에만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던 기존 정책과는 상반된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는 지방 주민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김정은 총비서가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결국, 수재민들은 최고 지도자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는 모습을 선전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재민들이 불만을 품고 있으며, 북한 매체가 보도한 감사문도 대체로 허위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 주민들이 불만을 갖지 않았다면, 김 총비서가 주민들에게 감사문을 강요하거나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이러한 보도 자체가 북한 내부의 혼란을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현재 러시아로부터 일시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한국이 혼란에 빠진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근본적인 걱정거리와 불안 요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중동 시리아의 뱌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지난 8일 붕괴됐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은 1974년에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독재 정치를 배우고 이를 시리아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시리아의 독재 체제는 사실상 북한 체제의 복사판인데, 이런 체제가 붕괴한 것은 김 총비서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김 총비서가 현재 가장 주시하는 나라는 한국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시리아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상황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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