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 핵시설, 원자로 가동∙플루토늄 생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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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서 원자로를 가동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됐습니다. 원자로에서 배출된 뜨거운 냉각수가 인근 강의 눈과 얼음을 녹였는가 하면, 재처리시설의 굴뚝에서 희미한 연기가 나오고, 시설 곳곳에서 사람의 발자국과 차량이 움직인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 무력 강화를 공식화한 가운데 앞으로 핵물질 생산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원자로에서 배출된 냉각수로 강의 눈과 얼음 녹아

미국의 위성사진 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2월 4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이곳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니 영변 핵시설이 일부 가동 중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북극 한파가 밀려와 한반도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던 기간, 핵시설 대부분이 흰 눈으로 덮인 가운데 5메가와트 원자로의 지붕과 주변 도로는 눈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영변 원자로를 가동한 뒤 배출된 냉각수가 인근 구룡강으로 흘러들면서 강물의 얼음과 눈이 녹아내린 것이 식별됐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2월 16일) RFA에 “구룡강에서 1천90제곱미터의 면적으로 얼음이 녹은 것이 뚜렷이 확인됐다며, 원자로를 냉각시키고 뜨거워진 물이 펌프장을 통해 구룡강으로 배출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정 부소장은 원자로와 터빈실 등 주요 건물의 지붕과 도로, 공터 등에서 일부 눈이 녹은 것을 볼 때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고, 핵 프로그램 관련 활동도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쉬멀러 선임연구원도 (2월 16일) RFA에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영변 원자로가 계속 가동 중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쉬멀러] 원자로를 가동할 때 강에서 펌프를 통해 물을 가져다가 냉각수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열을 식힌 물은 다시 강으로 내보내죠. 강의 다른 지역과 달리 눈과 얼음이 녹았다는 것은 원자로가 가동 중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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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화학실험실 또는 핵 재처리시설에서 굴뚝 연기가 희미하게 보이고, 건물 지붕과 도로, 공터의 눈이 일부 녹았다.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 핵물질을 추출하는 관련 활동인 것으로 의심된다. / Planet Labs (해상도 50cm), Analyzed by RFA, 정성학

또 사용후핵연료인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시설에서도 굴뚝 연기가 식별됐습니다.

[정성학 부소장] 위성사진을 보면 재처리시설 굴뚝에서 연기가 분출되는 것이 희미하게 식별됩니다. 또 주처리실험실이나 폐기물처리실 등 주요 건물의 지붕과 도로 등에도 일부 눈이 녹은 것이 관측됐고요. 따라서 이곳에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 핵물질을 추출하는 활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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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지붕 위 증기나 연기 등은 주변 눈 때문에 잘 구분되지 않지만, 도로와 공터, 건물 지붕에서 일부 눈이 녹은 것이 식별돼 시설이 운영 중임을 알 수 있다. / Planet Labs (해상도 50cm), Analyzed by RFA, 정성학

우라늄 농축시설도 살펴봤습니다.

이곳은 우라늄정광(Yellow Cake)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고농축 처리해 우라늄탄 핵물질을 생산하는데, 원심분리기실과 핵물질 저장시설을 비롯한 여러 건물의 지붕과 도로, 공터 등에서 눈이 녹은 것이 식별됐습니다. 최근 시설을 가동했거나 관련 활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 단지 내 화력발전소의 작은 변화도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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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 재처리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석탄화력발전소. 2022년 10월에는(왼쪽) 발전소에서 나온 검은 석탄재가 쌓여 있지만, 2023년 2월 4일에는(왼쪽) 치워져 있다. 데이비드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올해 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준비 활동이라고 분석했다. / 구글어스, Planet Labs – Dave Schmerler

2022년 10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발전소 옆에 석탄을 연소시킨 뒤 남는 석탄재(coal ash)가 쌓여 있는데, 올해 (2023년 2월 4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깨끗이 정리된 겁니다. 쉬멀러 연구원은 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사전 준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화력발전소 주변 공터와 도로도 눈이 녹거나 치워져 있어 이미 발전소를 가동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데이비드 쉬멀러] 전력 공급을 위한 화력발전소 옆에 검은색의 석탄재가 쌓여 있었는데, 이번 위성사진을 보면 이 석탄재들을 모두 치웠습니다. 새롭게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한 준비 정황으로 보입니다.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눈 덮인 영변 핵시설 곳곳에 사람들의 발자국, 차량 이동 흔적 등이 식별된다면서 영변 핵시설은 꾸준히 가동 중임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라늄정련공장 시설 확장 , 영변 핵시설 가동… 핵물질 생산 박차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영변 내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은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지난해 10월 영변의 5메가와트급 원자로가 1년 넘게 가동되고 있으며, 원자로 등 핵심 시설 주변에서 보조시설 확장 공사가 이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지난 2월 16일 한국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도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는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고, 플루토늄 보유량도 2020년 50kg에서 2년 만인 올해 70kg으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핵무기 하나당 약 6kg 정도의 플루토늄이 쓰인다고 볼 때 12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그 동안 영변 핵시설이 꾸준히 가동됐으며,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해왔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의 시설을 확장하고, 무리하게 우라늄 광석을 채취해 온 것으로 전해져 핵물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정성학] 북한이 올해 들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천명했고요. 그 동안 위성사진에서도 평산 우라늄공장시설의 확장과 함께 영변 핵시설 가동 등 핵물질 생산 활동이 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올해도 북한은 핵물질 생산에 집중하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8일 개최한 열병식에서 고체연료를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전술핵운용부대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이미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모두 마치는 등 핵 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

최근 식량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도 꾸준히 핵 물질을 생산하는 북한의 행보에 국제사회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