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남포항에서 유류 저장고가 또 늘어났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석 달 사이에 3개의 유류 저장고가 새로 지어졌고, 추가 예정 부지도 5곳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포항 일대 원형의 유류 저장고가 지난 7월까지 총 32개였는데, 최근 3개가 새로 지어지면서 2023년 10월 현재 35개로 늘었고, 조성된 부지에 5개의 저장고가 추가되면 총 40개가 될 전망인데요.
남포항 유류시설의 확장은 이곳이 북한의 중요한 석유 수입항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유류 공급이 원활치 않은 가운데 지속적인 불법 환적으로 들여온 석유를 비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됩니다.
10월 현재 남포항에 유류 저장고 35개… 3년 사이 10개 늘어
- 정성학 연구위원님 . 지난 7월 위성사진에서 북한이 남포항의 유류 저장시설을 확장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요. 불과 몇 달 사이에 또 유류 저장고가 새로 지어졌다면서요?
[정성학] 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7월 21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남포항 유류 저장시설에서 4개의 저장고가 새로 지어졌고, 추가로 저장고가 들어설 부지도 조성됐는데요. 지난 10월 16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저장고 3개가 새로 만들어졌고, 5곳의 저장고 부지도 식별됐습니다. 약 석 달 사이에 유류 저장고가 3개 늘었고, 앞으로 5개의 유류 저장고가 또 들어설 예정으로 파악됩니다.
- 지난 7월 사진에서 새 저장고가 들어설 부지만 보였는데, 지금은 갈색 저장고가 새로 지어졌군요. 남포항에서 유류 저장고에 대한 증축 공사가 꾸준히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정황인 것 같습니다.
[정성학] 맞습니다. 남포항 일대에 있는 원형의 유류 저장고 개수를 세봤는데요. 지난 7월까지는 32개였는데, 최근 3개가 새로 지어지면서 35개로 늘었고요. 부지만 조성된 5개 저장고가 추가되면 총 40개가 될 전망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원유와 정유 제품에 대한 대북 수출 허용량이 제한됐지만, 남포항의 유류 저장시설은 오히려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회피를 위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으로 원유와 정유 제품을 밀반입해서 비축량을 늘려가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북한이 지난 2~3년 동안 꾸준히 남포항에서 유류 저장고를 늘려왔는데, 이는 남포항이 북한의 중요 석유 수입항 중 하나임을 시사하는 것 아닐까요?
[정성학] 그렇습니다. 2020년 말에도 3개의 유류 저장고가 새로 만들어졌고요. 2021년 9월과 2023년 10월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그 사이 저장고가 무려 7개나 늘었습니다. 다시 말해 2020년부터 3년 사이에 무려 10개의 유류 저장고가 새로 생긴 거고요. 여기에 앞으로 5개가 추가되면 총 15개가 늘어나는 겁니다. 미국의 대북 언론매체인 ‘38노스’도 지난 9월 남포항에 관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유류 저장시설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새로 지은 저장고는 석유 화학물질의 수용량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남포항이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입항이자, 유류 저장 공간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게 ‘38노스’의 설명이었습니다.

- 남포항 부두에도 선박들이 각각 2~3척씩 붙어 있는 모습도 보이네요. 이건 어떤 장면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정성학] 2023년 10월 16일 위성사진을 보면 남포항 부두 접안시설에 유조선 등 선박 8척이 정박해 있는데요. 해상에서 불법 환적한 석유를 저장고에 비축하기 위해 옮기는 작업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두 좌측에는 바지(Barge)선의 모습도 식별되는데, 항만 내부에서 짧은 거리에 있는 화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보면 서해 초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2~3척이 접선해 불법 환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포착됐는데요. 한 예로 2019년 4월 13일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남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7km 떨어진 초도 인근 해상에서 총 10척의 선박이 각각 2~3척씩 나뉘어 붙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북한 선박이 주로 중국 유조선과 만나 석유를 비밀리에 환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아 온 장소이기도 합니다.
-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그동안 북러 간 무기 거래나 북중 간 불법 환적 등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선박의 활동도 여전하지 않습니까?
[정성학] 맞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한 바와 같이 유엔 대북제재에 이어 미국의 독자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관련 선박의 상당수가 올해도 활발한 해상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유조선이 많았습니다. 특히 올해 8월 기준 해상에서 위치 신호가 잡힌 제재 대상 선박이 총 40척이었는데, 이중 원유나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유조선은 15척이었고요. 그중 12척이 북한 국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북한 남포항은 유류 저장시설의 확장뿐 아니라 컨테이너 적재량도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유류 공급이 원활치 않은 가운데에도 불법 환적한 석유를 유류 저장고에 비축하기 위해서 계속 저장시설을 증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남포항의 유류 저장고는 물론 남포항 연안이나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해상 환적 활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꾸준한 추적과 감시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 네 . 오늘은 북한 남포항에서 계속되고 있는 유류 저장시설의 확장 정황과 불법 환적을 통한 원유 거래 가능성을 짚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