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계속 무단으로 가동하는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열적외선 영상을 이용해 어떤 제품을 주로 생산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5번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플라스틱과 스마트폰 부품, 여성 의류 시설 등을 거의 일 년 내내 활발히 가동했고, 밥솥과 차량 부품, 가방 공장도 지속해서 가동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10월과 11월에는 철골 생산에 주력했는데, 이는 평양 건설 공사에 필요한 자재 공급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5개 업종의 시설이 가동됐다가 10월에는 12개까지 늘어나면서 북한이 다양한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월부터 11월까지 열적외선 영상 분석
- 정성학 연구위원님 . 북한이 한국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하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는데요. 열적외선 영상을 통해 주력 생산 업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요?
[정성학] 네. 개성공단이 2016년에 폐쇄된 이후에도 북한이 지금까지 남측의 허락 없이 공단 내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시설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랜셋-8호와 9호 위성이 촬영한 열적외선(TIR; Thermal Infrared) 영상을 자세히 분석해 봤습니다. 특히 올해 촬영된 5번의 영상을 비교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실태를 분석했는데요. 이를 통해 올해 개성공단이 어떤 업종의 생산 활동에 주력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 촬영된 시기는 각각 지난 2월과 5월, 8월, 10월, 그리고 가장 최근인 11월 7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성공단에서 다양한 업종에 걸쳐 생산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개성공단에도 다양한 생산 시설이 있는데요 . 올해 북한이 어떤 업종에서 생산 활동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정성학] 랜셋 위성이 촬영한 5번의 열적외선 영상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플라스틱과 금형, 스마트폰 부품과 여성 의류 시설 등을 일 년 내내 활발히 가동했습니다. 또 가방과 신발 공장은 올봄부터 꾸준히 생산 활동을 보였고요, 차량 부품과 전기∙밥솥,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계속 가동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주력 상품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우선 지난 2월 24일과 5월 23일에 촬영한 열적외선 영상을 비교해 보면, 플라스틱과 금형, 스마트폰 부품, 여성 의류 생산 시설은 유난히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붉은색은 공장이 고열을 발산하면서 활발히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요. 보라색도 공장이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지난 2월에는 가동한 시설이 차량 부품과 전기∙밥솥 등에 그쳤다면, 5월에는 주방용품과 가방, 신발, 전자∙정밀 공장에서도 열을 내며 가동 중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영상을 비교해 보면 2월에 비해 따뜻한 5월에는 좀 더 많은 공장이 가동 중임을 알 수 있군요. 그렇다면 8월과 10월의 가동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네. 8월과 10월에 촬영한 열적외선 영상에서는 플라스틱∙금형, 스마트폰 부품, 전기∙밥솥, 전자∙정밀 시설이 여전히 붉은색을 띠며 활발히 가동 중인 모습이었고요. 차량 부품과 화학, 철골, 섬유 등 새로운 업종의 시설이 추가로 가동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과 10월의 영상을 비교하면 가동 중인 공장 시설이 5개에서 12개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 가지 특징은 철골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의 가동 움직임이 10월과 11월에 급격히 늘었는데, 이는 평양시 주택 건설을 위한 자재 공급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또 기타 섬유와 화학 제품도 필요할 때마다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월에 5개 업종에서 10월에는 12개까지
- 이렇게 영상으로 비교해 보니 북한이 개성공단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시설을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 업종별로 한 번 더 정리해 볼까요?
[정성학] 올해 2월과 5월, 8월, 10월, 11월 등 5번 촬영한 열적외선 영상으로 개성공단 가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금형 , 스마트폰 부품, 여성 의류 시설 등은 5회 모두 유난히 붉은색을 띠면서 활발히 가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전기∙밥솥 공장은 8월과 10월(2회)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2월과 5월, 11월에는 일상적인 수준의 가동 실태를 보임으로써 올해 북한의 주력 생산 업종임을 나타냈습니다. 차량 부품 시설도 2월과 8월, 10월에는 일상적인 수준이었지만, 11월에는 활발한 가동 실태를 보여, 꾸준히 생산활동을 해 온 것으로 분석되고요. 전자∙정밀 공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방과 신발 공장은 지난 5월부터 가동돼 계속 생산해 온 것으로 보이고, 섬유와(8월과 10월) 화학도(10월과 11월) 필요할 때마다 생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개성공단 남쪽 외곽에 새로운 군사 시설도 들어섰다면서요 ?
[정성학] 네. 구글어스에 나타난 지난 4월 21일 위성사진에 따르면 개성공단 남단 80m 지점에 새로운 군사시설이 포착됐습니다. 낮은 구릉 사이 공터에 군사시설로 보이는 건물 7동이 확인됐는데요. 건물은 각각 가로 25m, 세로 6.5m의 크기이며, 지붕에 얼룩무늬가 있고 흙으로 된 방호벽으로 엄중히 둘러싸인 것을 볼 때, 일반적인 내무반 막사나 행정 또는 지원 건물은 아닌 것 같고, 폭탄이나 무기류를 보관하는 무기고나 탄약 창고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일부 군사시설이 이곳으로 재배치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위성사진과 열적외선 영상으로 살펴본 북한 개성공단은 한국 정부의 요청과 경고에도 여전히 남측 시설을 무단 가동하면서 플라스틱∙금형, 스마트폰 부품, 여성 의류 제품 생산에 주력했으며, 차량 부품과 전기∙밥솥, 전자∙정밀 제품 등도 꾸준히 생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이후 7년이 넘도록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 곳곳이 노후화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 의해 시설이 무단 철거되거나, 노후화 또는 훼손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네 . 오늘은 열적외선 영상을 이용한 개성공단의 가동 실태와 주력 생산 업종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