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청자] 그날 밤 서해에서 배가 폭발됐다면서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내가 우리 영감님한테 “여보, 우리 평기가 서해 바다에 있어? 동해 바다에 있어?” 그랬더니 “평기가 서해 바다에 있지” 그러더라고. 그러면서 그 소리를 들으니까 가슴이 막 두근두근거리는거예요. 이상하게 그냥 막 마음이 불안하고 죽겠더라고요.
[윤청자] 폭발해서 물기둥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러더니 지금 배에서 생존자를 찾아서 건져내고 있다고 그래요. 그래서 “아이고 우리 평기가 아닌가…” 그런데 그냥 마음이 불안해요. 그러더니 한 두시쯤 되니까 생존자가 오십몇 명이 나오고, 바닷속에서 아직 찾지 못한 아이들의 이름이 나오는데, 아무개, 아무개, 아무개 하더니 다섯 번째에 가서 ‘민평기’가 나오는 거예요.
당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에서 민평기 상사를 포함한 46명의 승무원이 사망했습니다. 차가운 바닷속에 잠겼던 민 씨의 시신은 한 달 만에 윤 씨의 품에 안겼습니다.
[윤청자] 나는 다 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을 못 보게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나 봐야 한다”고 하니까 두어 시간 있다가 보여주더라고요. 그런데 태극기를 이렇게 덮어 놨더라고. 그리고 얼굴만 이렇게 내놨더라고요. 바닷속이 얼마나 찬지 얼굴이 하나도 변함이 없더라고요. 얼굴이 그대로고, 몸이 붓지도 않았어요. 그 물이 얼마나 찬지.
하루아침에 잃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윤청자] 불면증 때문에 지금 정신과 약을 12년째 먹고 있어요. 느닷없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때는 그냥 앉아서 세상 통곡하고 우는 거예요. 눈물이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한도 끝도 없이 나오더니 지금은 눈물도 말랐어요. 속은 막 여기서 시리고 아프고 보고 싶은데, 눈물은 안 나와.
윤 씨는 아들에 대한 기억을 오래 남기기 위해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유족보상금 중 1억 원과 국민 성금으로 받은 900만 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했고, 이 돈은 ‘3.26’ 기관총의 씨앗이 됐습니다. 한국 해군은 이 성금을 포함해 5억 원을 들여 K-6 기관총 18정을 구입해 2함대 소속 9척의 함정에 각각 2정씩 장착했습니다.
[윤청자] 기관총을 ‘민평기’ 이름으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싫다고 그랬어요. 내 아들이 왜 사람 죽이는 일을 하느냐고. 그냥 기관총 달면 다는 거고, 나는 우리 평기 이름은 붙이기 싫다고 그랬어요.
아들을 떠난 보낸 뒤 바뀐 계절만 수십 번. 그 사이 윤 씨의 검은 머리는 백발이 됐고, 얼굴과 손등의 주름도 깊어졌습니다. 윤 씨는 기관총으로 다시 태어난 아들이 굳건히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윤청자] 내가 총을 더 크게 기증했으면 좋을 텐데, 너무 미약해서 미안한 마음이고, 그래도 고장 나지 말고 열심히 힘을 발휘해 주길 바래. 조금이나마 내 마음이 풀리게. 고장 나지 말아줘. 고마워.
그렇게 어머니는 몇 번이고 아들을 가슴에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