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중국대사관 앞 북한인권 철야기도회 열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북한인권을 위한 철야기도회가 28일 열렸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인사들과 미국인 자원봉사자들, 탈북자 그리고 워싱턴 인근의 한인 교회 신자들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과 이들을 돕다가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이튿날 새벽까지 기도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시내의 중국 대사관 앞에는 조그만 공원터가 있습니다. 이곳은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작은 천안문 공원’ 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지난 1989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던 것처럼, 이 작은 공원터에서도 중국의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8일 저녁 ‘작은 천안문 공원’에서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위한 철야기도회가 열렸습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모여든 한인과 미국인들 그리고 세계각국에서 온 인사들의 숫자는 금세 40여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들이 기도회 장소를 중국 대사관 앞으로 정한 이유는 중국정부가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하지 말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참석자들은 탈북자들을 돕다가 중국에서 옥살이를 하거나 북한에 납치된 인사들을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철야기도회를 주관한 이희문 목사의 기도입니다.

이희문: 저 북녘땅의 철의 장벽을 열게 하시고, 더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갖고 탈출할 수 있는 그날이 속히 와서 이곳에 와서 함께 찬양하며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도록 주여, 저들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중국정부를 움직여 주시고 세계여론을 움직여 주셔서 더 많은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저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저들을 위해서 기도할 뿐만 아니라 저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을 가지고 행동하며 삶의 현장에서 함께 도는 역사가 매일 매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주여 도와주시옵소서.

이어서 이 목사는 중국이 강제 북송한 탈북자들과 탈북자들을 돕다가 북한에 납치된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들의 기막힌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서른 여섯살의 강근씨는 북한 요원들에 의해 납치돼 평양으로 끌려갔습니다. 강씨는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알리는 화면을 일본 텔레비전 방송국에 넘겨준 장본인입니다. 이 목사는 강씨가 심한 고문을 받고 있거나 이미 처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한빛 감리교회의 장로이면서 탈북자들을 도와원 배재현씨의 말입니다.

배재현: 우리가 이런 중국에 대해서 이곳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여러 번 항의 시위를 해 왔습니다. 한때는 중국 대사를 만나겠다고 강제진입도 해보고, 여러 방법도 써 봤습니다만,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하나도 변함없이 옛날과 똑같이 탈북자들을 잡아서 북송해서 어려움을 당하게 하고 또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서 일하던 여러 활동가들을 체포해서 고생을 많이 시켰습니다.

그러나 이제 뭔가 달라져야겠고, 중국이 머지않아 올림픽 개최하게 되는데, 우리가 강력하게 온 세계가 중국을 향해서 인권을 외칠 때 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오늘 저녁에 여러분이 좀 어려우시더라도 밤을 새우면서 중국 정부를 향해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기도합시다.

이어서 탈북자 허광일씨는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렇게 개탄했습니다.

허광일: 이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악의 정권, 범죄 정권 하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무참히 유린당하면서도 왜 그 정권의 잘못이 우리에게 있는지, 또 그 정권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우리들이었습니다. 1만여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남한에 널려 있고, 수많은 탈북자들이 해외에 널려 있는 이 모든 현실은 아비가 자식을 버리는 수난에 찬 우리들의 역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천3백만 주민들은 노예의 운명으로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가는데, 북한 살인집단은 죽은 자의 무덤에 10억 달러라는 천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개혁개방은 조선이 가는 마지막 멸망의 길이라는 김일성의 유훈통치를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생명수단으로 내세우면서 북한 2천3백만 주민들을 지금도 죽음에도 몰고 가고 있습니다.

봄철이기는 하지만 밤이 깊어지자 기온도 뚝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철야기도회 참석자들은 두꺼운 옷을 껴입거나 담요를 몸에 감으면서 자리를 지켰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의 하나교회에서 온 서혜자씨의 말입니다.

서혜자: 힘들지는 않아요. 우리 다 같은 동포들인데. 지금 얘기 들어보니까 북한으로 도로 북송되면 그쪽에서 죽인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자유를 찾아서 미국 쪽으로 오면 그 사람들도 자유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우리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같은 교회에서 온 심명자씨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심명자: 우리가 힘들고 고생이 되더라도 같은 동포로서 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의 고생은 아무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평화를 갖고 자유를 찾아서 살 수만 있다면, 우리의 기도가 하늘나라에 상달돼서 그들한테 큰 도움이 되기를 우리는 기원합니다.

환갑을 넘긴 박복순씨도 멀리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 역시 같은 동포라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박복순: 모든 일이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하나님 앞에 정말 부르짖어서 우리 모든 교포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가지고 하나님 앞에 응답받았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우리들이 할 일 인거 같아요. 이렇게 미국사람 일본 사람 할 것 없이 각 나라 사람이 와서 애원하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내일이다, 남의 일이다 가리지 말고 다 같이 합심해서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인 파멜라 톰슨 씨는 이번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하기 위해 네브라스카 주에서 이틀 동안이나 차를 몰고 워싱턴으로 달려왔습니다. 톰슨 씨는 철야기도회 뿐만 아니라 지난 22일부터 일주일동안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에도 자원봉사자로 일했습니다. 톰슨 씨는 이번 행사를 주관한 미국의 인권단체 디펜스 포럼의 수잔 숄티 회장으로부터 북한의 인권참상과 탈북자들의 얘기를 듣고 하나님이 자신을 워싱턴으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며 울먹였습니다.

Thompson: All I can say is ... God spoke to me that this is where I has to be.

톰슨씨는 앞으로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계속 응답하면서 미력하나마 탈북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유럽의 불가리아에서 온 모니카 에브스타티에바씨도 탈북자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80년대말까지 공산주의 통치아래 있었던 불가리에서도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이 자행됐기 때문입니다. 에브스타티에바씨는 21세기에도 지구상에 북한과 같은 인권유린 국가가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Evstatieva: We're in the 21st century and this is impossible anywhere in the world for such things to happen.

철야기도회가 진행되면서 중간 중간 울려 퍼진 찬송가는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불려졌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는 행인들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옆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관들이 이 장면을 신기해하며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북한인권을 위해 전세계 사람들이 기도하고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기에 낯설지 않고 오히려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철야기도회는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인사들과 미국인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워싱턴 인근의 한인 교회 신자들이 남아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