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좋아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

단지 재즈 음악을 하고 싶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다는 피아니스트 출신 탈북자가 있어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북한 최고의 음악대학인 평양음악무용대학을 나온 김철웅씨입니다. 민족음악으로 세계 최고를 꿈꾸는 김철웅씨의 피아노 공연장에 서울에서 이수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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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열린 탈북자 피아니스트 김철웅씨의 공연 - RFA PHOTO/이수경

지난 19일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열린 김철웅씨의 피아노 공연 현장. 약 200여명의 관객들이 이날 김씨의 피아노 연주와 특별한 체험담을 듣기 위해 모여 들었습니다. 김철웅씨가 러시아 유학시절 탈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프랑스 음악인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재즈곡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 연주한 곡은 김철웅씨가 직접 편곡했다는 ‘아리랑’. 그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춤추듯 뛰어 다니며 힘차게 두드리자 관객들은 앵콜을 외쳤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은 멋진 선율이었다면서 감탄했습니다.

(관객1) 환상적이고 좋았어요. (관객2) 너무 기가 막힙니다. 우리 음악 잘 모르는 사람도 도취할 정도로. 북한에서 참 잘 오신 것 같아요 여기서 날개를 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3) 짜릿하고 살 떨리고 감격적입니다.

김철웅씨는 자신의 탈북 경험담을 통해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전하고, 또 피아노 연주를 통해 북한 음악가들의 열정을 전할 때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철웅: 남한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 때는 저의 음악을 듣고 감탄하는 사람들을 볼 때입니다. 제가 그동안 아리랑을 깊이 있게 표현을 못해봤는데, 아리랑이 제가 오는 과정을 통해서 더욱 깊이가 있어졌고 그 한을 참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철웅씨는 북한 최고 명문인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뒤 러시아 유학시절 재즈 음악을 처음 접한 후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는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찬양곡 이외에는 다른 곡을 연주할 수 없었으며 클래식 또한 1899년 이전의 작품만 연주할 수 있었다면서 창작의 자유가 절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철웅: 체제의 우월성이나 수령의 위대성 테두리 안에서 음악 미술 작품들을 표현해야 합니다. 어항속의 붕어처럼 어항 밖에서는 놀 수 없는 나가면 죽는 고기 같은 신세입니다. 저는 그것을 탈피해 보고자 북한을 나오게 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고위층 자녀로 태어나 오직 피아노밖에 모르던 김씨가 도망쳐 간 중국은 자유롭게 재즈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피아노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김씨는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하며 우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중국에서 교회 반주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고 결국 2003년 교회의 도움으로 남한에 입국한 것입니다.

요즘 김철웅씨는 이곳저곳에서 들어오는 공연요청과 북한 대학원 공부, 그리고 남한 한세대 대학교수로 음대생들을 가르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하지만 바쁜 와중에서도 민족음악으로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피아노 연습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철웅: 저는 민족 음악을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국악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민족이 불러왔던 음악들을 피아노로 표현하고 싶어요. 제 꿈이 미국 카네기 홀에서 아리랑 연주를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김철웅씨는 앞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펴낼 계획입니다. 또 오는 5월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피아노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라며 문화인으로써 자신의 피아노 연주가 남북 문화 통일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