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남한 가맥 vs 북한 집맥
2025.01.10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경제와 우리 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오늘은 북한 주민들 속에서 사랑받는 맥주, 맥주집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북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맥주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혹시 남한에서 부르는 가맥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당연하죠. 남한에서 ‘가맥’은 소위 가게에서 파는 맥주의 줄인 말인데요. 여기서 가게는 작은 규모로 물건을 파는 집, 소위 동네 슈퍼지요. 그런데 가맥의 정확한 어원은 슈퍼에서 파는 맥주가 업소용이 아니라 가정용이기 때문에 가맥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혹시 기자님 북한에도 이와 유사한 집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기자: 네 북한 사람들은 특별히 맥주를 좋아하는데요. 평양시 같은 경우에는 대동강 맥주집이라고 해서 맥주를 전문 파는 그런 맥주집이 있습니다. 조선중앙 텔레비전에도 종종 평양의 맥주집들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에는 이렇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식적인 맥주 집 보다는 개인집 뒷 마당을 개조해서 손님이 오면 맥주도 팔고 안주도 파는 그런 식당들이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그럼 우리는 가맥이라고 한다면 북한은 집맥이라고 해야 하나요?
기자: 네, 북한은 한자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마시는 맥주라는 의미에서 집맥이라고 할만할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맥은 무슨 의미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사실 한국에서는 이른바 가맥은요. 맛의 고향 전주에서 가맥이 시작이 되어 전국에 퍼지게 되었는데요. 그 결정적인 이유가 가성비 때문인데, 보통 우리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고 안주도 굉장히 비싸잖아요. 그런데 가맥은 저렴한 가계에 맥주와 안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맥은 단순히 맥주를 파는 가게의 의미를 넘어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독특한 문화로 자리를 잡았지요. 그리고 가맥축제도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남한에서 가맥이라고 하면 북한에서는 집맥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가성비라는 말은 ‘투자대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는 효율성 면에서 가성비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우리가 가맥을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첫번째는 술을 마시자면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렴하게 술과 안주를 맛볼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가겠지요. 그리고 보시면 아시다시피 작은 동네 수퍼에요. 작은 동네 슈퍼에서 맥주를 가볍게 마실 수 있어 특별히 옷이나 격식에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가계 주인이나 옆자리 손님들과도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가맥의 큰 특징이지요. 이제는 가맥이 사람들과 더 자유롭게 소통하고 편안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지요. 또 이른바 혼술이라고 하지요? 혼자 술 마시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어떤 곳은 가맥집에 따라서 저렴하게 훌륭한 안주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북한에서는 안주라고 하면 어떤 것이 궁금한 데, 남한에서는 안주라고 하면 황태 , 갑오징어, 달걀말이, 김치전, 통닭, 닭발, 과자 등 이것들이 가맥의 훌륭한 가맥 안주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더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기자: 편의점 같은 곳에 의자를 놓고 술을 마시는 그런 집을 가맥집이라고 하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편의점도 될 수 있지만, 내가 조그맣게 구멍가게를 차려놓았다면 거기서 한쪽 구석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조그맣게 테이블을 차려놓고 거기서 술도 마시고 손님이 원하는 안주를 주인이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기자: 연구원님 말씀대로 한국의 가맥집에서는 황태, 갑오징어, 계란말이, 김치전 등 안주가 나온다면 북한에서는 마른명태, 낙지 등 비슷하게 안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 사람들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손님에게는 가성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조사를 해보면 북한에서도 집맥 집을 찾는 이유가 남한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선 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지요. 왜냐하면 일반 호프집과 달리 북한에서 개인집에 차리는 맥주집은 당연히 실내 장식은 필요하지 않고요. 탁도 없이 그냥 방 바닥에 쟁반을 놓고,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 하는데 맥주와 안주가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도 안주도 다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주가 바로 그 집에 따라서 다 다르고 특색이 있다고 합니다.
기자: 네 남한의 경우, 일반 음식점이 아닌 곳에서 안주를 제공하기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식품위생상 안전과 결부되어 여러가지 법적 제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었는데요. 바꿔 말하면, 가맥이 일반 집인지 아니면 상업건물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식당을 차리자면 아무래도 시인민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하고, 검열도 나오고 뇌물도 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끄러운데요. 그래서 어떻게 하냐면 집 뒤를 개조하여 식당은 아니지만, 꾸미는데요. 그러면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아, 여기가 맛있는 집이였소”라고 하면서 문을 두드리면 주인이 뒷마당을 열어주면 손님들이 멍석에 앉아서 술을 마시던 그런 생각이 납니다. 그때 돼지 족발도 팔고, 돼지 껍데기라고 하는 안주도 팔고요. 한마디로 선술집을 하던 곳이 생각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물론 북한 개인집에서 술을 팔고 있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지요. 다만, 이제는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높아져서 비교적 깔끔하게 운영이 되고 있구요. 또 사람들은 집에서 마시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상당히 밖에 나와서 맥주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합니다.
기자: 네, 주택을 개조하여 맥주를 파는 가정집에서는 주로 어떤 맥주를 팝니까, 설마 아사히나 기린과 같은 수입산 맥주도 파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북한에서도 생맥주 말고도 가스맥주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입산 병맥에서 캔맥주도 있구요. 수입산은 간혹 아사히 등 일본 맥주도 있는데요. 대체로 청도와 같은 중국산입니다. 일단 중국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맛이 보장이 되면서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병이 0.7~1리터 사이인데요. 북한 돈으로 1,300원 정도, 쌀로 환산하면, 0.3kg 정도입니다. 반면에 국내에서 만든 맥주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맥주는 평양에서 사동구역에 입지하는 대동강맥주에서 생산하는 대동강맥주나 평성의 봉학맥주가 최고인데요. 이는 중국산 맥주의 약 4배 비싸지만, 워낙 인지도가 높아서 대동강과 봉학만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있다고 합니다. 한편, 개인 집에서 제조하는 맥주가 있는데요. 중국 국내산 가격과 비슷합니다. 왜냐하면 수입산의 경우, 북한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국내산이 더 신선하다고 생각하면서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각 지방의 맥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있는데, 이런 곳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봉학이나 대동강맥주공장과 달리 설비도 노후화되고, 국가적 지원도 좋지 못해서 맛도 별로고 가격도 개인 집에서 생산하는 맥주보다 4배 정도 저렴하다고 합니다. 어쨋든 개인들이 집에서 생산하는 맥주들이 많은데, 이런 맥주들이 집맥집들에서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기자: 이렇게 맥주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맥주를 마실 수 있을 만큼 북한도 구매력을 가진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맥주는 술과 달리 원가가 거의 들어가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술은 옥수수라는 곡물이 필요한데, 맥주는 말 그대로 효모와 물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집에서 만들기에 아주 간단하지요. 그런데 맥주집도 많이 생기다 보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왜냐면 경쟁이 생겨서 맥주의 질을 서로 높이기 위해서 경쟁하다보니까, 질도 상당히 올라갔다고 합니다.
기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고 다음시간에 또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