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 지방발전정책 ‘동원경제’로 해결되나
2024.05.24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북한이 현재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10 전략’의 본질에 대해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요즘 북한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은 과거와 어떻게 다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지방공업발전을 목적으로 한 ‘지방발전 20*10정책’을 발표했고, 현재도 연일 ‘애국의 마음’으로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에서는 평안북도 구성시, 숙천군 등 각도 시군에서 지방공장들이 착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방발전을 위해 별도의 정책을 수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새롭게 발표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지방발전 전략을 짚어본다면, 이것이 과연 새로운 정책인지, 그리고 새로운 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과거 북한의 전략에 비추어서 올해 제기한 ‘지방발전 20*10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북한은 이 정책을 향후 10년간 중요 국책사업으로 제시하고, 지방발전 정책을 전면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국가 조직기구까지 새롭게 편성했죠?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특히, 북한은 매해 20개 군에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10년 내 완결하여 지방의 낙후성을 개선할 것을 목적으로 ‘20*10’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러한 목적으로 유사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 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북한이 도시와 농촌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면서 쓴 졸업논문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입니다. 그 논문에 따르면 “도시와 농촌의 차이, 노동계급과 농민의 계급적 차이를 없애고 농촌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을 지방경제발전의 종합적 단위이며 지역적 거점으로 삼을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어 각 시군에는 식료공장, 신발공장, 도자기공장 등 인민소비품 생산 지방산업 공장들이 건설되었는데요. 그러나 원료와 전기부족으로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북한 문헌들에서도 건국 초기부터, 특히 1960년대, 70년대에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군 단위를 중심으로 많은 공장기업소들을 지방에 집중적으로 건설했다는 내용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업을 골고루 배치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당이 내놓은 방침대로 공업을 나라의 거의 모든 지역에 골고루 배치하였습니다. … 공장, 기업소들을 모든 군들에 골고루 배치한 것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의 합법칙적 요구에 전적으로 맞습니다…… 군을 단위로 하여 지방공업을 발전시키면 지방경제를 종합적으로 발전시켜 나라의 경제적 위력을 강화할뿐만 아니라…입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체제를 보면, 지방공업과 중앙공업을 분류할 정도로 지방공업의 수 또한 적지 않습니다.
기자: 하지만, 과거 북한의 지방경제 발전 정책과 이번 20*10 전략은 어떤 부분에서 다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은 자력갱생을 내세워 김화군 등과 같은 지역에 자동화 공정을 만들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수많은 자재와 기술, 그리고 인력을 지역 내부에서 조달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즉, 당시에도 중앙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지역 자체의 원료와 자재, 원천을 동원해서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과거와 별로 다른 정책이 아니군요. 원료와 인력을 지방자체로 해결하라는 것은 자력갱생하라는 것인데, 이번에 채택된 지역발전 전략에도 여전히 ‘동원경제 체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북한과 같이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라면, 각 지역에 산업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은 매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북한과 같이 작은 국가에 신발공장이 각군마다 다 있을 필요는 없지요. 오히려 한 지역에 집중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즉, 북한은 과거에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이번에도 과거의 실책을 또 반복한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그렇지요. 각 지방마다 특산물이 있어서 그걸 잘 만들어 팔아서 다른 것을 사다 쓰면 되는데, 피자를 너도나도 만든다고 해서 잘 팔리고 맛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기가 물건을 잘 만들어 서로 시장을 나누는 것을 시장의 분업화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왜 현재도 과거와 같은 실패 전략을 다시 내세울 수밖에 없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바로 그 점인데요. 북한은 산업 배치 원칙으로 5가지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즉, 공장기업소들을 원료원천지와 소비지에 접근시키는 원칙, 인민경제부문들의 균형적 발전을 보장하는 원칙,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빨리 줄이는 원칙, 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 마지막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원칙인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이 건국 이래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전략을 추구해온 이유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국방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고, 현재에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기자: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 졸업논문으로 쓴 "사회주의 건설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에서도 “군을 거점으로 지방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국방력을강화하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60년전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가 주장했던 이론을 다시 되풀이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북한 문헌에도 “생산기지들을 나라의 모든 지방들에 합리적으로 배치하여 전쟁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국방과 경제건설 그리고 인민 생활의 물질적 수요를 잘 보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의 이러한 요구로부터 공업부문들과 공장기업소들사이의 생산소비적 련계가 가장 가까운 지역 안에서 이루어지고 지방 자체의 생산으로 지방의 물질적 수요를 최대한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생산력을 배치해야 합니다.”고 전쟁에 대비해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각 지방에 생산기지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기자: 그렇다면 20*10 정책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건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굳이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과거와 달리 지역간 격차,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격차가 너무 심하다고 인정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1990년대 이후 시장화가 진전되었고, 특히 김정은 시대 이후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 연구위원: 네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