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경제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우리가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따질 때 국내총생산이라는 것을 도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발표하지 않아서 북한경제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정 연구위원 :북한은 1960년대 이후로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가 접근 가능한 경제지표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남북한의 주요경제지표 비교>가 유일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이므로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대부분 나라들이 자기네 나라의 경제규모를 발표해서 세계적으로 순위를 매기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국가비밀 사항인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북한 경제 통계를 낼 수 없습니다.
정 연구위원 : 네 맞습니다. 이는 비단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구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국가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문제점이었는데요. 우리가 이럴 경우, 추세에 방점을 두는데요, 아무리 추정치라고는 하지만, 남북 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남북한 주요 경제지표에 의하면, 2021년 북한 인구는 약 2천 5백만으로 남한의 절반 수준이지만, 명목 국민내총생산은(GDP)는 남한의 약 58분의 1,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남한의 약 28분의 1로, 이는 통일 직전 동서독의 격차와 비교하면 굉장히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 동독과 서독은 당시 인구는 약 4배가량 차이가 났으나 실질 GDP는 6배, 1인당 GNI는 1.5배의 격차가 존재했습니다.
기자 :네, 통일당시 동서독 국민소득차이가 6배였는데 남북한 소득차이는 무려 28배 차이난다고 하니 참 심각합니다. 그러면 청취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북한 경제는 어느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 연구위원 :네, 유일하게 2021년 북한이 UN에 제출한 VNR(자발적 국별 보고서)에 1인당 실질 GDP를 발표했는데요. 약 1,300달러입니다. 이는 북한 경제 규모가 잠비아나 네팔 등 최빈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16년 이후 서방세계로부터 전례 없는 최강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더해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로 인해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였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 입수는 어렵지만, 북한 경제가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경제침체가 발생하면 지역 간, 계층 간 경제적 격차를 크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이 최빈국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격차문제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기자 :그럼 코로나 시기 경제가 어려워서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례는 없나요?
정 연구위원 :경제가 어렵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교해 보면 대규모 소요사태는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가 이제는 북한도 장마당 경제체계가 구축된 지 이미 30년이 넘었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북한 주민들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삶을 찾아나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자 :처음으로 돌아가면 경제 체제의 시각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북한 경제가 어렵게 된 이유는 어떤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 :북한 경제체제를 말할 때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이 3가지 키워드를 떠올립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우리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와 달리, 북한은 중앙 정부의 계획과 명령에 따라 경제활동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사유제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국유화했습니다. 시장도 농민 시장만을 남기고 없앴고, 농민에 한해 30평 정도의 집앞의 텃밭만 남기고 땅도 국유화, 집단화를 실시하였으며, 도시 주민의 경우, 식량, 생필품 등 모두 국가 배급에 의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개방이나 구소련 등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사례에서 경험했듯이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게으른 사람과 대가가 같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어요? 같은 땅을 가꾸어도 개인 소유 텃밭은 비료도 잘 주어서 농작물이 푸르른데 협동농장의 농작물은 시들시들하다는 말이 바로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 계획경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북한이 2천 500만이라는 인구를 가지고 있어도 잘 살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은 존 아담스의 시장경제이론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모든 것을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알아서 가격도 조절이 되는데,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정부가 개입하여 그러한 시장 원리가 제약을 받는 건데요.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사실, 자의든 타의든 이런 계획경제체제가 이젠 퇴색되지 않았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1990년 전후 사회주의 체제 붕괴 등으로 인해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 당국은 공장기업소에 대한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에게조차 배급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아사자가 중화학공업이 집중된 대도시의 노동자 계층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즉,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배급제가 사실상 1990년대 경제난을 통해 붕괴가 된 것이지요. 따라서 더 이상 배급에 의존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은 너도나도 시장에 나왔으며, 이는 1990년대 시장이 전국적으로 생성 및 확산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배급소'나 '배급제'조차 잘 모르는 2030 청년 세대들도 적지 않습니다.
기자 :네 방금 말씀 중에 그 2030 세대를 북한에서는 '장마당 세대'라고 부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외부사회에서는 북한의 2030 세대를 가리켜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는 데, 엄밀히 말하면 북한의 2030 청년 세대가 이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지금은 장마당뿐 아니라 물류/운송은 물론 부동산 시장까지 다양한 시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즉, 상업망이 다양해져 꼭 시장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지금 북한 청년 세대는 오히려 장마당에 가는 것을 꺼려합니다. 북한에는 노동당과 장마당 이렇게 2개의 당이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그만큼 장마당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현재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젊은이들은 상점에 많이 가서 쇼핑을 하는데, 이는 상점은 고급스런 이미지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들에게는 '주상복합형' 아파트라면 최고의 쇼핑 장소가 되겠지요. 대한민국의 MZ세대는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세계화가 활짝 열린 시기에 태어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인데요 북한의 2030 세대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북한도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정보화라는 흐름에는 같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외부사회에서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또 어려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젊은 세대를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는데, 장마당이 북한의 변화를 추동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젊은이들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 연구위원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김진국,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