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 청소년에 유행한 ‘감사합니다’
2024.10.18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 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오늘은 코로나 시기 북한 청소년 속을 파고든 한류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최근 남한 언론에 공개된 북한의 교육자료를 보면 북한이 외부 문화를 접한 청소년들에 대한 단속을 부쩍 강화했습니다. 북한 영상을 보면 공개 재판을 받고 수갑을 차는 대부분이 청소년들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은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을텐데, 왜 청소년들을 목표로 했을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 당국은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법을 제정했는데요. 대표적으로 남한에도 알려진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들 수 있지요. 주목할 점은 이러한 법 제정이 코로나 시기 청년들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법이 코로나 시기 왜 집중적으로 청소년, 청년층을 타겟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당국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기자: 이 법들은 모두 코로나 시기에 집중적으로 새롭게 제정되었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이 김정은 시기 들어 새로운 특징 중 하나가 새로운 법들을 많이 제정했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또 두개의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집권 직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즉 약 3년에 걸쳐 이루어졌고, 또 다른 시기는 2019년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코로나 시기에 북한이 청소년을 목표로 하는 법을 대거 제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정보 사상통제와 관련된 법이 2020년 이후 코로나 시기에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 문화적 개연성입니다. 그 속에서 코로나, 그리고 청년들과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도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 코로나 시기 상황이라면 전세계적으로 방역을 이유로 이동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특히, MZ 및 그 이하 세대들이 밖에 나갈 수 없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미디어에 더 많이 접촉했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미국에서도 직장인들이 코로나 시기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넷플릭스라고 하는 인터넷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을 통해 상당히 많이 보았습니다. 참고로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회원비를 내면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다 볼 수 있는데, 코로나 시기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개봉되어 세계 많은 사람들이 보고 ‘K드라마’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더 폭발적으로 확산이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미국만 보아도 마찬가지이니까요.
기자: 그렇지만 북한의 경우 코로나 시기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편승하려면 미디어에 접할 수 있는 기기나 인프라가 구비가 되어있어야 할 텐데요? 그렇게 보기 좀 어렵지 않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 주민들이 인터넷, 심지어 인트라넷조차 접근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글로벌 시대에는 외부 문화가 북한에 유입이 될 수밖에 없지요. 초기에는 북중 국경을 통해 CD가 외부 정보 유입의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USB도 아닌 칩, 즉 아예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유심을 껴서 보니까요. 그래서 더욱더 소형화가 되니 당국도 단속하기 더 어렵게 되는 것이다 보니 단속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지요.
기자: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일반 주민에게는 차단되어 있는데 주민들은 정보를 서로 어떻게 전달을 하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예를 들어 동영상이 하나 있으면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요금이 워낙 비싸니까 집에 있는 개인 노트북으로 메모리에 영상을 담아서 다른 사람 핸드폰에 복사해 주는 방식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서 오신 이탈주민 인터뷰를 해 보면,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더라구요. 이것에 동시에 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최신 것도 동시에 보고 있더라구요. 최근에는 남한의 오락프로그램도 보기 시작을 했구요.
기자: 이 말은 북한 청소년들도 코로나19시기 집에만 있다 보니 USB든 컴퓨터든, 휴대전화든 할 일이 딱히 크게 없어 외부 미디어에 대한 접촉이 늘었다는 사실과도 밀맥상통할 수 있겠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예를 들어 북한당국 조차도 코로나 시기 방역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신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원격 수업을 듣게 하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방송을 많이 했는데, 이러한 보급 상황에 비춰본다면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북한도 그렇게도 많이 했구요. 그러다 보니 상상이 가시겠지만, 컴퓨터가 늘 아이들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정말로 북한 당국도 코로나 시기 청년들의 외부 문화에 대한 유입과 접촉에 대해 더 많이 긴장했을 수도 있겠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그렇지요.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부모들이 말려도 청소년들 같은 경우 몰래 보니까요. 우리도 어렸을 때 만화책 못 보게 하면 몰래 숨어서 더 많이 보잖아요. 북한 청소년들도 같은 심리겠지요.
기자: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에 남한 영상 등의 정보가 많이 유입이 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요? 예를 들어 당국이 남한 말을 많이 통제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구체적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어떤 말들이 유행이어서 통제한다는 것은 우리가 잘 모르니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예를 들어, “짜증나”, “스트레스 받아”, “부탁해요” “너 왜 그래?” 혹은 ‘열심히 살아”, “네네” 이런 말들이라고 하는데요.
기자: 맞아요. 북한에서는 “네네”라고 하지 않고 “예예’라고 하지요?
정은이 연구위원: 기자님도 북한에서 오셔서 잘 아시겠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너무 많이 쓰고 있는 단어라서 이것이 남한에서만 특히 잘 쓰이고 북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어투인지 구별이 가기 어려워요. 다만, 이러한 단어를 들었을 때 남한 사정에 비추어 유추해보면, 아무래도 남한 사회가 훨씬 더 많이 경쟁사회이다 보니 이렇게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상태의 말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구나 하고 이해는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부탁해요’ 이런 말투는 북한에서는 덜 발달이 된 것 같아요. 왜 우리도 영어나 일본어를 보면,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 이런 식의 말투가 한국어보다 더 많이 빈번히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요.
기자: 그래서 정보 통제와 새로운 법이 코로나 19 시기 청년들을 타겟으로 제정이 되었다고도 유추해볼 수 있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고 다음시간에 또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