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람, 외래어 너무 많이 써요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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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거리에 외국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하다.
서울 명동 거리에 외국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하다.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같은 말 다른 느낌 그리고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로 상대방에게 전달이 된다면 의사소통이 안될 겁니다. 탈북자가 남한에 가면 분단됐던 시간만큼이나 격차가 큰 언어의 장벽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남한 사람들이 쓰는 외래어 때문에 당황했다는 탈북자들의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어학사전을 보면 외래어란 외국어가 한국어 속에 들어와서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특히 한자어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말이 우리말처럼 쓰이는 것을 가르킵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여러분이 방송에서 뉴스 진행자가 북한인권관련 세미나가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라고 한다면 세미나라는 말을 몰라서 의미 전달이 안될 수도 있죠. 세미나란 전문가들의 토의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북한인권관련 공개토론이 열렸습니다 라는 뜻입니다.

일단 중요한 건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자연스럽게 외래어를 쓰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당히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은 다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자기만 무슨말인지 몰라 멍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구청에서 여권민원 업무를 보고 있는 탈북여성 김혜성 씨입니다.

김혜성: 많죠. 외래어가 70퍼센트라고 하면 과하다고 하겠지만 60퍼센트는 넘어요. 외래어가 더 많죠. 저희가 일을 하다보면 여권에 구멍을 뚫어 돌려드린다고 하면 되잖아요. 지나 여권은 구멍뚫어서  돌려드립니다 하는 데 모든 싸이트에 보이드 해서 주세요. 천공하고 보이드 하세요. 처음에는 갔는데 보이드가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리고 이름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겠으면 가운데 건너긋기 표를 하면 되는데 이것을 하피픈을 넣어서 하세요 이렇게 하니까…금방 하나원에서 나왔을 때는 더하기 덜기도 플러스 마이너스 이렇게 말하니까….

남한생활 10년이라 이제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간다고 했는데요. 김 씨의 말이 너무 빨라 못 들으신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들어봅니다.

김혜성: 마이너스가 덜기 빼기 그다음 플러스가 더하기 합하기 그런데 여기서는 더하기 덜기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이말이 나도 모르게 척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서명 하세요 이러는 것보다는 싸인하세요. 이말이 더 빨리 나가는 거고.

우리말이 없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있는데 사람들이 외래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김 씨가 덜기나 더하기를 남한 사람들은 마이너스와 플러스란 영어를 쓴다고 했고 마지막에 서명이란 말 대신 싸인이란 용어를 쓴다고 했습니다. 남한생활 11년차인 이호휘 씨는 싸인이란 말을 몰라서  남한정착 초기에 당황했습니다. 경험담 들어봅니다.

이호휘: 우리 남한에서 싸인이라고 하면 본인을 확인하는 자필서명이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수표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남한분들은 수표라고 하면 모르더라고요.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새로 내고 집을 배정 받을 때 동사무소 직원이 여기다 싸인하세요 이러는데 몰라서 사방을 둘어보니까 담당 형사님이 여기다 본인 이름을 쓰시면 됩니다. 하기에 여기다 수표하라고요? 하니까 그 동사무소 직원이 나를 쳐다보던 기억이 나요.

싸인하세요. 이말은 문건을 봤으니까 본인이 직접 봤다는 확인을 해주세요라는 의미로 보통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거나 그냥 자신의 이름을 쓰면 됩니다.

이호휘: 다른 것은 또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드는데 직원이 주민등록증을 주라고 하고 마지막에 싸인하세요 이러는데 손짓을 하는 데를 보니까 내 이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싸인이라는 것이 북한에서 말하는 수표구나 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필서명을 보고 싸인이라고 하는 구나 하고 그때 알았던 거예요.

한번 당황했던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호휘: 우리 북한으로 하면 수표구나 하는 것을 알고 나서는 싸인이란 말이 내가 처음 당황했던 말이라 잊어먹지 않게 되더라고요.

초기정착 과정이 거치고 남한생활 10년이 됐는데도 가끔씩 북한에서 쓰던 말이 여과없이 튀어나와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다시 구청에서 일하는 김혜성 씨가 외래어 때문에 겪었던 당황스런 순간 들어봅니다.

김혜성: 제가 부천시에서 사회복지 담당을 할 때였어요. 저는 될수록 사투리를 안한다고 북한말을 잘 안쓴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출장을 나갔다 와서 보고서를 쓰는데 일단 생각없이 썼어요. 그런데 팀장님이 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갔더니 “누나 집 2층에 비닐박막으로 집을 지어서 살고 있음” 이렇게 썼는데 비닐박막이 뭐예요? 이러는 거예요. 혼자 나갔던 것이 아니라 마침 두 명이 같이 나갔어요.  팀장님이 같이 나갔던 분한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분이 비닐로 두 벽면을 의지해서 비닐로 텐트를 치고 살더라 이러는 거예요. 나는 왜 이것이 비닐 텐트인가 비닐박막 집이지 한국분들은 이말을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그때 내가 느꼈어요. 한국은 비닐박막이란 말을 안쓰는 구나

대화하는 도중에 모르는 단어가 끼어 있어면 무슨말을 하는 것인지 뜻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럴 때는 방금 한 말중 모르는 용어가 있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지 말해달라고 하면 바로 해결이 해결됩니다. 2007년부터 남한생활을 한 노우주 씨는 그런 면에서는 아주 용감한데요.

노우주: 모든 것을 외래어를 쓰더라고요. 여기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 아는 지인분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대한민국의 파워가 아주 대단해 이러는 거예요. 내가 파워가 뭐예요 하고 물었더니 한국이 세계에서 조선업도 최고, 자동차도 최고고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 10위권에 들어가는 힘있는 나라다. 그러면서  얘기하시는 것이 한국 파워가 대단해 해외에 나가면 삼성, 현대차, 기아차가 씽씽 달리고 하는 것을 볼때마다 한국 국민으로서 뿌듯한 긍지감이 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파워가 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기자: 단어 뜻을 알았다고 해도 그 단어를 문장에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어떠셨어요?

노우주: 쓰는 것은 친구들끼리 같이 자원봉사하는 남한분들도 있잖아요. 남한 사람들이 힘이 있고 무거운 것도 들고 할 때는 저친구 파워가 대단하네 이랬더니 우주 씨 파워도 아네 하고 같이 봉사하는 남한 친구들이 저를 놀리더라고요.

기자: 비슷한 다른 경우도 있을까요?

노우주: 에스컬레이터 이말도 처음 들었고요. 지하철에서 내려가지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잖아요. 백화점에 가면 에스컬레이터 타고 오르고 내리고 하는데 이런 것도 엄청 힘들었어요.

에스컬레이터의 유사어는 자동식 계단 또는 자동계단입니다. 에스컬레이터란 동력으로 회전을 하는 계단을 움직여서 사람을 위아래 층으로 운반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남한생활 정착 초기에 노 씨를 당황하게 했던 외래어 진짜와 가짜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노우주: 그리고 다 정말 명품도 짝퉁이 있고 오리지널이 있다 이러는데 오리지널은 또 뭐냐고? 짝퉁은 알잖아요. 우리는 모조품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짝퉁이라고 하고 오리지널은 뭐냐고 하니까 본연의 진품 이런 것을 오리지널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엄청 외래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애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예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탈북자들이 당황해 하는 남한의 외래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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