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주택난방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9.12.23
apt_wood_b 겨울철이면 난방용 연료 문제가 큰 걱정거리인 가운데 베란다에 겨우내 사용할 장작을 잘잘하게 뽀개서 쌓아놓은 북한의 지방도시 아파트.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세상을 꽁꽁 얼게 하는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밖에서 놀다가 집에 가면 따뜻한 아랫목을 찾아 언 몸을 녹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데요. 요즘은 집안 전체가 훈훈한 난방이 돼서 실내에서는 어딜 가나 반팔 옷을 입고 다닐 정도입니다. 북한주민에게는 이런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오늘은 겨울 주택 난방에 대한 이모저모를 남한의 아이 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대표를 통해 알아봅니다.

기자: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 다음해 농사도 잘된다는 말도 있지만 생활하기는 참 힘든데요. 옛날하고는 난방의 형태도 몰라보게 변한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차상욱 대표: 특히 대한민국에서 지난 60여 년간, 난방의 형태가 발전해 온 역사는 가히 비약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겨울은 생명을 지닌 것들에게는 참으로 잔혹한 계절이지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바로 죽을 수밖에 없는 계절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이 ‘죽음의 계절’을 버텨낼 전략을 지닌 것처럼 우리 인간들도 전략을 고민해야만 했을 겁니다. 이때 우리 민족의 조상 뻘 되는 ‘옥저인’들은 기원전 4세기 무렵부터 ‘쪽구들’ 형태의 온돌방식을 고안해 내게 됩니다. 이것은 인간의 전략 가운데서도 꽤나 똑똑한 것이어서 한반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2,000년 넘게 온돌문화를 체험하게 만들어 주었죠.

기자: 온돌문화가 굉장히 오랜된 역사를 가진 것이었군요.

차상욱 대표: 네 그렇습니다. ​고대인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대단히 지혜로운 난방방식이 온돌이어서 이  문화는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해외에 자랑하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온돌문화는 북방 유목민들에 비해 이동이 없는 삶을 살았던 농경민족의 생활방식 때문에 우리에게 보급이 쉬웠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서 살았던 조상들 모두가 온돌의 혜택을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방 전체를 온돌로 만드는 문화가 대중화되고 주택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확산된 온돌문화는 이 무렵부터 우리민족의 생활방식을 바꿔놓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입식문화’가 ‘좌식문화’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즉, 의자와 침상이 집안에서 퇴출되고, 문갑이나 탁자처럼 작은 가구들이 도입되었고, 바닥의 열기를 직접 활용하기 위해 방바닥에 요를 깔고 자는 문화가 생긴 것입니다.

기자: 온돌난방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차상욱 대표: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과거에는 그 보다 더 좋은 난방방식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전통적인 온돌난방의 단점도 몇 가지 짚어보고 싶은데요.  대표적으로 열효율이 대단히 낮다는 것입니다. 땔감으로부터 30% 정도밖에 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한기에 난방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땔감을 필요로 했습니다. 이점은 곧 1960년대까지 우리의 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방바닥을 고르게 데울 수도 없고,  온도조절도 어렵고, 방을 빠르게 데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윗목과 아랫목이 생기는가 하면 초저녁부터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한 밤 중에는 덜덜 떨다가 새벽 무렵에야 온기를 맛보게 되기 일 수 였지요. 이뿐만 아니라 제가 지적하고 싶은 또 하나의 단점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부엌의 바닥을 방 보다 낮게 만들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우리의 주부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노동량을 감수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기자: 그 말씀을 들으니 낮은 부엌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우리의 어머니 세대까지도 이어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차상욱 대표: 바로 그러한 단점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번영의 시기에 접어들자마자 온돌문화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면서 나라에서는 먼저 온돌에 사용하는 연료를 바꾸는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무를 떼는 아궁이를 없애고 ‘9공탄’이라고 부르는 연탄을 떼는 아궁이로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이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즉,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산에 새로 심어놓은 나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낡은 온돌바닥을 그대로 놔둔 채 아궁이만 바꾸다보니 연탄가스가 실내로 스며들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고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남한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연탄의 열기와 가스가 직접 온돌바닥으로 지나가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지요.

이 방법은 주택의 방바닥에 구리관이나 PVC관을 촘촘히 깔고 그 안으로 연탄불로 데운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연탄가스에 의한 사고도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이때부터 집안에서 따뜻한 물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국민들의 생활 편리성이 대폭 향상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더욱 발달된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연결된 액화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소형 보일러가 일반주택의 난방을 전담하고 있는 분위기이며 풍부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열선패널’ 방식이 바닥난방에 함께 적용되기도 합니다.

기자: 북한이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겪고 있는 현실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평양의 중심부를 벗어나면 인민들의 가옥구조에는 여전히 남한의 60년대와 같은 낡은 난방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됩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남한의 건축전문가로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요?

차상욱 대표: 러시아에서 생활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러시아는 소련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산유국의 강점을 살려 열병합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온수를 집집마다 무상으로 연결해주었기 때문에 그 추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최소한 추위걱정은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북한은 석탄 이외에 쓸만한 에너지원이 없는 처지에 공산주의를 표방해왔으니 현재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현실은 일견 예정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북한 당국이 에너지 부족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고 모색한다 하더라도 ‘간헐성’이라는 문제와 ‘에너지 비축의 한계’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나마 있는 석탄마저도 주로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여전히 산에서 나무를 잘라다 연료로 쓰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한의 건축 전문가들이 제아무리 훌륭한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당국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합니다.

기자: 남한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리창에 ‘뽁뽁이’라고 불리는 2중 비닐박막을 붙이거나, 아예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방안에 텐트 즉 천막을 치고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북한 주민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차상욱 대표: 먼저 일체의 열원 공급이 없는 상태를 가정하고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는 마치 북극지방의 에스키모들이 ‘이글루’라는 얼음집을 만들어 혹한을 이겨내는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온돌방에서 이불을 덮고 있으면 창문을 꼭꼭 닫고 있는데도 얼굴로 바람줄기가 훑고 지나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어른들은 그것을 ‘우풍’이라 불렀는데 그 바람의 위세가 황소처럼 강하다고 느껴서 붙인 이름 같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우풍’을 막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기자 : 저도 많이 들었던 말인데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차상욱 대표: ‘우풍’이 생기는 원인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면에 맞닿은 공기가 열을 빼앗기고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생기는 공기의 대류현상인데 이것을 방치하게 되면 아궁이에 장작을 아무리 많이 넣는다 해도 열이 보존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벌써 답이 떠오를 겁니다. 즉, 유리창이나 외기에 면한 벽면에 단열재를 붙여, 실내의 공기가 열을 빼앗기는 것을 막아주면 되는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이를 위한 자재들이 무수히 판매되고 있지만 북한에서 여기에 쓰이는 자재를 쉽게 구할 수 없다면 최소한 종이나 비닐박막을 여러겹 포개어 공기층을 만들고 그 가장자리를 서로 밀폐되도록 붙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내환기 입니다. 보존해놓은 열기가 아깝기는 하지만 잠들기 전에는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외기와 바꿔주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겨울철 주택난방에 관한 이모저모를 아이에프 건축사 사무소 차상욱 건축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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