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쟁 협박은 권력 내부의 불안

장진성∙탈북 작가
2013.03.19
walaedo_defense_visit-700.jpg 북한 김정은이 11일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북한이 북 핵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계기로 전쟁 협박을 노골화 하고 있습니다. 불가침 파기를 운운하며 당장 핵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처럼, 김정은이 휴전선을 휘젓고 다니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김정은이 권력 안정을 자신한 대외 협박으로 보이지만 실은 정 반대입니다. 이는 북한 내부의 권력 불화가 강경한 대외 정책으로 표출 되는 과정 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정일 사후 북한 권력 내부는 일단 충성 경쟁 차원에서 김정은의 세습적 지위 확충을 결의하고 나섰습니다. 김정일 사망 추모 분위기가 북한 권력 층들의 충성 정서를 하나로 모으는데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권력 층들은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새로운 권력 경험을 하게 됩니다. 김정일 생존 때에는 권력 층들이 관념적인 충성심 하나만으로도 생존이 가능 했지만 국정 운영이라는 실제적 충성 앞에서는 구심점의 상실로 서로 책임 회피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때 김정일 대체 결심으로 부상한 인물이 바로 김경희입니다. 김정은 자신도 누구보다 혈육에 대한 의존심이 강해서 김경희 쪽으로 치우쳤을 것입니다. 덕분에 장성택의 권력 정면 등장도 가능해졌습니다. 하여 장성택은 자기의 고유 권한인 인민보안부와 내무 군을 부각시키는 한편 김경희는 최영림 내각총리를 노동신문 1면에 내세우고 그에 대한 섭정 정치를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고 시도합니다.

그 첫 행보로 군 경제를 내각으로 이관시키는 작업부터 다그칩니다. 군 경제를 회수하지 않으면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경희의 권력 주장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중대한 권력 공백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정일 유일지도체제의 곁 가지로 밀려나 그 동안 우대직함만 갖고 있었다는 결정적 약점입니다. 당 조직부의 유일지도가 군과 내각, 지방 권력까지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고모와 고모부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쿠데타 식으로 수 십 년 간 다져온 질서를 한 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 했습니다.

김경희는 군의 반발을 예상하고 사전에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최룡해를 일단 총 정치 국장이라는 핵심 지위에 올려 놓는데 성공합니다. 군과 당 조직부가 최룡해의 총 정치 국장 임명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 북한 권력층에 관통되는 김정일에 대한 절대 충성 때문입니다. 최룡해는 김정일 생존 당시 비록 혁명화 처벌로 권력 일선에서 밀려 나긴 했지만 아버지들인 김일성, 최현 때부터 이어진 혁명 우정의 동지였습니다. 이런 절대적 관계를 주변에서 늘 시샘 받던 최룡해 이기도 했습니다. 김정일도 자신의 유일지도 체면을 위해서는 간부들이 보고한 최룡해의 타락한 도덕과 물질만능주의 자료를 그냥 덮어둘 수는 없었습니다. 하여 자강도 농장 원으로 해임한지 2년 만에 평양시 중앙 열 난방사업소 지배인, 중앙당 총무실 과장, 황해북도 도 당 책임비서를 걸쳐 중앙당 근로단체 비서로 다시 복직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최룡해를 반대하는 것은 곧 죽은 김정일에 대한 배신 혐의로 인정될 수 있는 엄중한 도전이 되는 것입니다. 리영호 총 참모장이 해임된 것도 최룡해의 임명과 그가 김경희의 주장에 동조하여 군 경제를 내각으로 돌리는 문제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김경희와 장성택의 권력 질주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오히려 리영호 총 참모장 해임을 계기로 북한 군부는 각성됐고, 섭정 정치가 아니라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확립 명분을 내세운 온갖 반발이 생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김경희와 장성택을 곁가지로 견제하여 불편한 관계에 있는 당 조직부도 군부의 이런 명분 반발을 편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최룡해 또한 아무리 총 정치국장으로 임명 됐다고 해도 병사 생활을 거쳐 군사대학을 졸업해야만 장성이 될 수 있는 북한 군부의 전통적 환경에서 자기 지위를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지도자의 절대 신임으로 빠른 권력회복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김정은 시대인 것입니다. 하여 북한 군부는 김정일 유훈 통치 관철 연장선에서 장거리로켓이나 핵무기 실험을 서둘렀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경희나 장성택도 대내외 정세를 고려하여 보류하자고 이견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감히 주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북한 당 조직 부와 군부는 김경희와 장성택의 권력주도를 배제할 목적으로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까지 감행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김경희의 존재를 희석시키기 위해 대체인물로 김설송을 내세우는 보조적 신격화 작업도 벌였습니다. 여기에 김정은을 경호하는 호위 세력을 김경희나 장성택이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도 큰 제약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 정부에 이런 주문을 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장 사정 포를 우리 군의 포 사정권 밖으로 빼고 백령도를 정 조준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지금 김정은을 둘러 싸고 있는 북한 권력층은 평화적 국제 제재보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정도의 물리적 혼란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저들이 정세 주도권의 정면에 나서 권력 주도의 책임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그 과정에 김정은을 김일성의 대역으로 내세우고 그 안정권 안에서 영원한 권력과 부를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유엔안보리에 동참하고 강경한 대북 제재를 결심한 것도 북한 내의 이러한 권력 야심세력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 권력 불안정이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것 이라고 했던 그 우려의 상황이 바로 지금입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가 이 시점에서 대화를 제안하면 군부와의 대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응책은 단 하나입니다. 북한이 치고 빠지는 식의 도발에는 자비가 없이 무자비해야 합니다. 북한 군부는 지금 전쟁과 평화의 중간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것을 용납하면 북한에는 정말로 군부 독재가 완성되고, 그렇게 되면 남한은 계속적으로 평화 협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북한 내륙에 포탄이 떨어지면 선군 정치의 허상도 깨지고 무엇보다 민심도 동요합니다.그 실패 책임을 북한 내 강경파가 고스란히 지게 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적 대응에는 중국도 충분히 동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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