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김정은 ‘영예군인’으로 조롱

장진성∙탈북 작가
2013.06.04
ohsungsan_front_amry-305.jpg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일 강원도 중부 최전방에 있는 오성산 초소들과 제507군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김정은에 대한 북한 사회의 민심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해외에 근무 중인 북한 출장자가 얼마전 대북 전문 매체인 뉴포커스 신문 앞으로 재미있는 제보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평양 시민들 속에서 김정은의 또 다른 이름을 ‘영예군인’이라고 한다 합니다. 북한 인민들도 다 아시다시피 영예군인은 특별한 군인이라는 의미로서 군복무 기간에 부상으로 인해 제대된 사람들에게 북한 정권이 준 일종의 명예칭호입니다.

남한에서는 이런 군인들을 상이군인이라고 하는데 군복무 기간이 짧고 군 복지가 워낙 잘 되어있어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거의 드물기 때문에 6.25전쟁, 혹은 베트남 전쟁 같은 데서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어린 학생들은 상이군인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군복무 기간이 10년인데다 재래식 무기의 노후화, 군사훈련의 조잡함, 여기에 사건사고 예방보다 오히려 김 씨 일가의 충성세뇌가 더 앞서기 때문에 수많은 영예군인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북한군인들 자체가 북한정권에 대한 총 폭탄 정신을 강요당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변보호 의식이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먹을 거리가 없어 영양실조 환자도 많고, 또 군 복무에 충실해야 할 군인들이 생존을 위한 식량구입에 충실 하다 나면 불법이 성행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 많은 부상도 입기 마련입니다. 경제난이 초래한 사회적 무질서도 한 몫을 합니다. 변변한 교통수단이 없는데다 상하불일치, 군민불일치 등이 빚어내는 온갖 신체장애도 발생하게 됩니다. 북한 군 지휘부 자체도 이런 불명예스러운 장애군인들이 자기 부대에서 나오면 충성평가에서 뒤지기 때문에 사건내막을 조작해서라도 영예군인으로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결국은 이런 것들이 악순환으로 이어져 북한에서는 한 해에도 수많은 영예군인들이 사회로 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나니 북한 정권의 영예군인 우대정책에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의 '영예군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우대좌석이 따로 있을 만큼 특혜를 받았습니다. 식당이나 열차표를 사는 줄에도 있고 심지어는 식품상점들에도 그들만을 위한 매장이 따로 있어 '영예군인' 증서를 위조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가짜 '영예군인'도 성행 할 정도였습니다.

하반신 마비 장애를 얻은 특급 영예군인에게 시집가는 여성의 경우 선군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미화하고 김정일 선물결혼식상까지 하사하기도 했습니다. 초기에는 이렇듯 선군 정치의 정당성과 계승성을 위해 영예군인들에 대한 온갖 사회적 우대를 강조했지만 그 대상범위가 넓어지며 공급에도 차질이 있게 된 것입니다. 하여 영예군인은 북한정권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둔갑하게 되었습니다.

영예군인에 대한 특혜는 어디까지나 선전을 위한 선전일 뿐, 배급마저 제때에 공급해주지 않게 되자 영예군인들이 온갖 불법을 노골적으로 일삼게 된 것입니다. 자기들은 조국을 위해 불구가 됐기 때문에 무엇이든 요구할 권리,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예 군복입고 무리를 지어 다니며 백화점 진열물건을 달라고 떼를 쓰고, 고급 식당을 쳐들어가 시설을 부수며 음식을 내오라고 호통을 치기도 합니다. 지방 같은 경우에는 열차까지 가로막는 '영예군인'도 있습니다. 보안 원이 단속하면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영예군인을 우습게 본다며 오히려 두들겨 패기도 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렇듯 영예군인 범죄가 늘어나게 된 것은 그들이 장애인인데다 늘 군복을 입고 다니며 행패 부려서 교화소도, 단련대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점점 사회악으로 인식된 이런 '영예군인'들을 가리켜 북한 주민들은 "영예강도", "영예도둑"이라고 조롱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무식하게 용감한 사람이나, 가진 것 없이 잘난 척하는 사람들에게 "너 영예군인이냐"고 놀려댈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에서 '영예군인'은 군인도 아닌데 영웅인 척, 온갖 생떼를 다 부리면서도 애국자인 척 하는 사람들을 야유하는 통용어가 됐습니다. 통신원의 제보에 의하면 최근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을 가리켜 이런 "영예군인"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뉴포커스 통신원은 "요즘 인민들이 군대도 가지 않은 김정은이 군대에 지시하는 것을 비꼬아 '영예군인'이라고 한다며 김정일도 물론 군복무를 하지 않았지만 선전의 세뇌로 지금의 30대 김정은처럼 어색한 국방위원장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통신원은 "당 강연회들에선 김정은이 천재적인 군사지식을 가졌다고 선전하면서도 실제적인 군사 경력은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제는 라디오를 통해 인민들이 세상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안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유학'이란 말 대신 사람들은 '국산이 아니라 수입산이래,'이런 식으로 돌려 말한다, 외국 유학생이 조선인민군을 지휘해서 영예군인으로 부르고, 또 군대도 안 갔던 김정은이 전국의 각 군대를 현지 지도해서 영예군인이라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시작될 무렵에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북한의 유명만화의 주인공인 ‘소년장수’라고 비꼬아 말했습니다. 어린 장수라는 의미로서 20대에 지도자가 된 3대세습을 조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년장수는 그래도 장수라는 개념이 붙은 조심스런 조롱이었지만 현재 북한 주민들은 그 조심성마저 버리고 노골적으로 ‘영예군인’으로 격하시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을 '영예군인'으로 부르는 것은 병사체험도 없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조롱과 함께 온갖 사회악을 만들어내는 최악의 지도자라는 비난이기도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진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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